밤새 생각해낸 것이 지 죽을 꾀만 궁리한다는 말이 있다. 정부·여당이 하는 경제정책 - 특히 부동산 정책이 꼭 그 모양이다.
그동안 잘못된 정치·잘못된 개혁·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기위해 기존 열린우리당을 깨고 새 당을 만들겠다며 난리법석을 피우던 열린우리당 사람들이 지난 15일에는 뜬금없이 부동산 대책 당정회의라는 것을 소집하더니 터무니없는 정책을 또 내놓았다.
애시당초 반값 아파트 문제를 논의 하기위해 소집됐던 듯싶은 이날 당정회의는 엉뚱하게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와 소위 마이너스 옵션제를 내놓은 것.
그들의 설명인즉 이렇게 해서 아파트 값을 20~30% 내리겠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아파트 값을 올리는 일만하게 된다. 이런 캐캐묵은 낡은 규제는 아파트 공급을 막고, 공급부족은 결국 아파트 값 올리는 일만하게 된다.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는 30년전 유신시대 (1977년)에 도입된 것. 유신시대에 통제경제를 하면서 아파트 값이 오르자 제일 먼저 내놓은 규제정책이다.
이런 캐캐묵은 구식병기가 21C 디지털시대에는 통할 수가 없는 것. 6공 (1989년) 때부터 분양가 원가연동제다 뭐다해서 수정을 거듭하다가 국민의정부 때 (1999년 1월)는 전면적인 분양가 자율화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런데 참여정부들어 원가연동제다, 채권입찰제다, 공공주택분양가상한제다해서 과거로 회귀하는 모양새로 나가다가 이번에 민간 아파트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키로 함에 따라 30년 전으로 완전 회귀해버렸다.
놀라운 것은 유신을 욕하면서 그에 따른 반사이득으로 정권을 잡은 참여정부의 실세들이 정치하고, 개혁하고,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유신시대 · 신군부시대와 닮은 데가 너무너무 많다는 점. 욕하면서 배운다더니 독제정권욕하면서 그들의 나쁜 점만 배우고 있지 않은가.
개혁한다며 설쳐대는 젊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이 낡았는지, 왜 그렇게 규제를 좋아하는지, 왜 그렇게 남의 탓만 하는지, 왜 그렇게 세상 달라진 것을 모르는지 ··· 권위주의시대에서 민주화시대로, 아날로그시대에서 디지털시대로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참여정부의 정치실세들은 그런 것을 새카맣게 잊어버린 듯싶다.
부동산투기 잡는 정책만큼 쉬운 일도 없다. 아파트를 많이 짓게 하고 거래가 잘되도록 하면 집값은 절로 떨어진다. 그런 이치도 모르고 참여정부 사람들은 권위주의시대에 늘 해왔던 반시장경제적인 규제 · 단속 · 세금중과 · 기타 겁주는 정책만 일삼고 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전쟁을 선포하고, 정부가 나서서 투기지역지정 · 세금폭탄투하 · 대출억제 · 언론조작 (버블세븐) · 분양가규제 · 공권력동원을 해가며 아파트 짓는 것을 막는 일만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사람들은 건설업자의 폭리를 막기 위해 이런 규제를 한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건설업자들이 정말 폭리를 취하고 있다면 수천개 건설업자들이 너도나도 벌때처럼 덤벼들어 아파트 짓는다고 난리법석을 피우고 있을 터인데, 아파트 건설시장은 왜 그렇게 한산한가.
참여정부 사람들의 머리로 계산해보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들이 쳐놓은 거미줄 같은 규제망을 뚫고 가려면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설사 비용을 지출한다손 치더라도 규제 · 단속망이 워낙 철벽같아서 뚫고 나갈 수가 없다. 아파트건설허가를 받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게 돼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아파트 건설시장은 한산하고 좀처럼 공급은 늘지 않고, 아파트 값만 오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또 건설업자가 이런 모든 장애물을 돌파하고 폭리를 취했다고 치자. 그러면 폭리를 세금으로 흡수하면 되지 않은가. 그런데도 국세청은 폭리 취했다는 건설사를 적발하지 못하고 있고 (실제로 폭리취득한 건설사도 없다) 폭리에 과세한 사례도 없다.
이제 국민들은 아파트 가진 것이 정말 고통스럽게 됐다. 아파트에 눌러 살자니 재산세 · 종부세가 무섭다. 그렇다고 팔고 이사하자니 양도세 · 취득세 · 등록세가 무섭고, 굳이 이사하려면 집을 크게 줄여 가야한다. 팔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대로 눌러 앉아있을 수도 없고 ··· 세상살이가 고달프기만 하다.
이런 얘기하면 참여정부 사람들은 종부세 내는 사람은 20~30만 명에 불과한데 비싼 집에 살면 세금좀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고소해하지만 바로 그런 생각에서 만들어낸 좌파적 정책 때문에 경제는 멍들어 가고 있다. 묘하게도 이런 생각은 신군부시대 소위 개혁주도세력들이 갖고 있던 생각과 비슷하다.
아무튼 이런 생각 · 저런 이유로 해서 부동산 관련 규제는 60~70건에 달한다. 중국의 약 10배, 세계최고수준을 자랑한다. (부동산규제 말고도 각종 행정규제는 우리나라가 세계최고수준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 봐도 우리나라처럼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해가면서 정교하고 치밀한 규제를 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이렇게 정부가 경제를 규제와 세금폭탄으로 괴롭히면 국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국민의 저항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국민노릇하기도 힘든 세상이 됐다.
이런 일은 정치가 할일이 아니다. 정부가 할일은 더구나 아니다.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불행한 사태를 막으려면 참여정부가 하루속히 기존의 정책구상을 180도 전환해서 알기 쉬운 “아파트 값 안정 3대원칙”을 받아들이고 즉시 실천에 옮겨야 한다.
알기 쉬운 “아파트 값 안정 3대원칙” : ① 거미줄 같이 얽혀있는 60~70여개의 각종 규제를 확 풀어서 10분의1 수준으로 줄일 것. ② 종합부동산세는 강화하고 부동산거래세, 특히 양도세를 2년 시한부로 10% 수준으로 낮출 것. ③ 수도권 그린벨트에 값 싼 서민용 임대아파트 50만 가구를 짓고 (반값 아파트), 서울 강북지역의 생활환경을 대폭 개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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