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김대중·노무현 시절 ‘정로(政勞) 일체 방송’으로 전락했던 MBC가 막 들어선 정상궤도를 이탈하고야 말았다. 말하자면 어디로 튈지, 또 어떤 대형 사고를 일으킬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가 돼 버렸다는 얘기다. 노조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있던 노영방송 MBC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했던 김재철 사장과 현 경영진 등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이런 대형 사고를 일으킨 주인공은 방송문화진흥회다. 그동안 MBC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기보다 MBC를 쥐고 흔들며 끊임없이 외부의 정치개입을 불러왔던 방문진이 김재철 사장을 해임시켰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방문진과의 사전협의를 어겼다는 게 이유지만 핑계에 불과하다. 역대 MBC 사장 중 김 사장만이 유일하게 절차 문제를 어겼을까? 그래서 그 죄(?)가 너무나 무거워 전례 없는 해임이란 형벌로 목을 쳐내야만 했다는 것일까? 지나가는 개가 웃을 소리다.
언론이 이미 보도했다시피 김 사장 해임에 찬성한 방문진 이사들은 야당 추천 이사들과 소위 말하는 ‘여당 추천’ 이사라는 김용철, 김충일 이사 ‘반란군’이 힘을 모았기 때문이다. 김 사장 해임안을 네 번이나 상정하고 결국 그 목적을 달성하기까지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결실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분명히 해둘 게 있다. 김용철, 김충일 이사에 대해 앞으로 언론은 더 이상 여당 추천 이사라는 수식어를 달아선 안 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김 사장 체제를 눈엣가시처럼 여겨 온갖 음모와 술수를 써왔던 좌파진영과 한뜻으로 움직였던 이들이고, 이번에도 야당과 한뜻으로 움직이면서 스스로 정체성 ‘커밍아웃’을 선언했다. 그동안 짐짓 숨겨왔던 정체성을 드러낸 마당에 이들에게 터무니없는 말을 붙여 국민을 기만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들은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노조 손아귀에 있는 MBC를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힘써 본 적이 없는 이들이다.
‘반란’ 일으킨 김용철, 김충일의 커밍아웃, MBC 정상화 거꾸로 돌릴 것
본색을 드러낸 이상 김용철, 김충일 이사는 앞으로 MBC 정상화를 위한 경영진의 모든 노력에 유무형의 방해를 놓을 게 뻔하다. 김 사장을 해임시키기 전 야당 추천 이사들이 ‘앞으로 방문진 여야가 똘똘 뭉치기로 했다’고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힌 게 그 증거다. 의미심장한 이 발언이 김 사장 해임안에만 국한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들은 민주통합당 등 야당의 입김 아래에서 박근혜 정부 5년 내내 MBC 정상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저지시킬 것이다. 같잖은 ‘정치 중립’이란 명분에 매여 MBC의 모든 문제에 대해 그동안 수수방관해온 정부.여당은 앞으로 좌파진영과 손잡은 두 김씨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 4명으로 더 꼬여만 갈 MBC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경고하건대 좌파진영의 MBC 흔들기는 앞으로 더 심하고 강력하게 진행되리라는 점 분명히 알아야 한다. 지금처럼 “방송장악, 그럴 일도 그럴 수도 없다”는 나이브한 생각으론 어림도 없는 일이다.
MBC는 이제 바람 앞의 촛불과 같은 신세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능력한 정부.여당의 방치 아래 그 어떤 사장이 와도 MBC의 고질병은 고치기 힘들 것이다. 김 사장 후임으로 노조와 야당의 그 어떤 공격에도 버틸 수 있는 인재가 혹시 온다 하더라도, 김 사장 이상으로 노조와 좌파진영의 총공격을 감당해야 할 것이고, 더 시끄러워진 MBC 때문에 골치를 썩여야 할 것이다. 시끄러운 게 싫다고 대충 물렁하고 유약한 인사가 사장으로 온다면 MBC는 그야말로 다시 노영방송의 시대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사장이 노조와 적당히 타협하고 야당의 불만도 덜어주고 야합 잘하면 MBC는 시끄러울 일이 없다. 하지만 공영방송 MBC의 역사는 거꾸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MBC 문제, 몰라도 너무 몰랐던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방문진 이사 선임과 후폭풍
정부.여당은 이번 사태를 보고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은 야당과 한 몸으로 움직여왔다. 방문진을 흔들고 MBC 김재철 사장을 흔들어 외부의 개입과 정치논란을 끊임없이 일으켜왔다. 그렇게 함으로써 MBC 김 사장 체제가 마치 큰 문제 덩어리인 양 여론을 선동해 결국 해임까지 시켰다. 그러고도 입만 열면 공정방송, 언론독립을 말하면서 자신들을 언론독립의 수호자인 양 포장해왔다. 야당 추천 이사들이 좌파진영과 한 몸처럼 온갖 행위들을 하는 건 정의이고 여당 추천 이사들이 MBC 정상화를 위해 뛰는 건 정치개입이고 언론탄압인가? 여당 추천 이사들이 제멋대로 움직이게 하는 건 MBC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정치개입 하지 않는다’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이번처럼 당한다면 험로가 예상되는 박근혜 정부 5년 동안의 MBC는 아예 지금부터 포기하는 게 나을 것이다.
정부.여당이 명심해야 할 또 한 가지가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MBC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몰랐다. 그 무지의 소치가 바로 김용철, 김충일 이사 선임이란 결과다. 잘못된 인선이 어떻게 MBC를 망치고 정권을 망칠 수 있는지 그 증거가 바로 이번 김재철 해임이란 결과다. 김용철 이사는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 노무현 정권이 자신들의 기관방송처럼 악용했던 MBC에서 승승장구했던 인물이다. 노 정권에 장악당한 기간 동안 PD수첩 등을 통해 온갖 기가 막힌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던 그 주역이란 얘기다. 그런 인물을 ‘여당 추천’ 이사랍시고 선임했다. 김충일 이사는 신경민 의원과 오랜 절친이다. 노조가 파업을 일으키고 MBC가 소위 시끄러워지자 김재철 사장을 해임시키는 데 합의를 받아내겠다고 방문진 이사들을 들쑤시고 다녔던 인물이다. 이번 해임안을 놓고도 김충일 이사가 보인 교활한 언론플레이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언론에는 해임안 상정에 반대한다며 안심시켜 해임안 상정을 사실상 유도해놓고 막상 상정되자 가차 없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 정도면 뒤통수의 달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사실상 여당 측 4, 야당 측 5라는 기형 구조 방문진, 정치모략 진원지 방문진은 해체가 정답
이 모든 게 MBC가 어떤 곳인지, 좌편향된 MBC를 가운데로 옮겨놓기 위해 어떤 인물을 선임해야 하는지, MBC 노조의 실체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관심도 갖지 않았던 이명박 정부의 무지와 방관 때문이다. 그러니 누가 방문진 이사가 되던 관심도 없고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그 후폭풍을 제대로 맞은 셈이다. 현 정부는 김용철·김충일 이란 시한폭탄을 안고 이들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함께 가야 하는 운명을 맞았다. 좌파진영 영향력 아래 놓인 이들이 앞으로 방문진을 어떻게 끌고 갈지 아무도 모른다. 애국심 강한 여권 이사들이 모든 일을 잘해왔다 하더라도 이번 경우처럼 오판할 경우 MBC 사태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엄청난 결과를 낼 수도 있다.
MBC를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는 방문진은 그동안 정치권의 개입을 불러오고 논란을 만들어 내는 등 스스로 문제투성이임을 드러내 왔다. 김재철 해임으로 보듯 MBC 정상화 책임이 있는 방문진의 구조도 사실상 여당 측 4, 야당 측 5라는 기형적 구조로 돼 있어 MBC 개혁과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는 현실도 증명됐다. 이렇게 되면 MBC 정상화는 언감생심, 정권 흔들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무능하고 정치적 음모와 술수로 뒤범벅된 방문진은 MBC를 제대로 관리 감독할 수 없다. 식물 방문진, 정치로 오염된 방문진에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것도 가당찮은 일이다. 방문진이 기능을 잃고 정치모략의 진원지로 전락한 마당에 방문진은 해체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정치술수와 모략에만 능한 강성정치노조와 정치권으로부터 영원히 독립하기 위해선 민영화하는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는 MBC가 처한 현실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폴리뷰 편집국장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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