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 3국에서 중국만큼 애증이 교차되는 나라는 없다. 5000년 역사를 통해 수없이 오고간 문화와 전쟁과 침략, 선린과 우호의 관계 속에서 우리의 역사는 이루어졌다. 일본 역시 역할은 달리하지만 빈번한 교류를 통해 관계를 지속해 왔음은 중국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을 함께 비교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선린과 대립을 상징하는 글귀 하나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동양3국이 국운을 걸고 최초로 함께 마주친 전쟁은 임진왜란이었다. 임진왜란을 상징하는 글귀, 즉 정명가도(征明叚道)이다. 명나라를 칠 터이니 길을 빌려달라는 일본의 요구는 2000년 동양 3국의 역사를 함축하고 있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3국 정세를 대변하는 말이라 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중국과 일본을 떼어놓고 국운을 말할 수 없는 입장이다. 공동운명체적인 성격의 정치,경제,문화를 이루고 있으며, 같은 풍향계 속에 놓여 있기에 밉더라도 어쩔 수 없이 동고동락 하는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
중국과의 전통적 선린관계, 일본과의 대립적 불화 관계는 6.25 전쟁으로 인해 잠시 역전되었지만, 최근엔 북한의 국제사회 일탈로 인해 대한민국은 중국의 새로운 우방으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과 일본에 대하여 대립과 반목과 친화의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중국은 융성기에 놓여 있고, 미국을 뛰어넘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단지 경제력과 외교력만으로 해결되는 일은 아니다. 중국은 지금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할 시기이다. 미국이 왜 위대한가는 미국이 지향하는 목표가 세계 인류 평화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처럼 세계인으로부터 인류평화에 이바지하는 나라로 비춰져야 한다.
그러나 이 중차대한 시기에 북한은 중국의 얼굴에 깊은 상처를 내고 있다.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같은 공산주의 국가라는 점만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의리를 숭상하고 체면과 명분을 중시하는 유교 국가이다. 실리를 추구하되, 보다 더 명분을 중시하는 중국은 그만큼 존경받기를 바라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북한이 좋아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함께 치룬 혈맹국에 대한 ‘의리 지키기’ 차원인 것이다.
물론 지형학적인 전략도 있다. 미국과 일본의 대륙진출을 가상하여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북한을 지원하는 이유이기도하다. 그러나 그것은 중국이 일방적인 판단이었고, 오류였을 것이다. 중국을 믿지 않는다는 김정일의 생전 발언에서도 볼 수 있듯이, 북한은 중국을 태생적으로 믿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을 중국의 입술로 생각한다는 지형학적인 전략 문제에서 중국은 중대한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북한 김씨 일가의 체제유지를 위해 석유와 식량을 공급한 것은 중국의 미래를 해치는 시행착오적인 계산이었던 셈이다. 그동안 북한은 핵을 가졌고, 중국의 군사력으로부터 독립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북한은 중국과 대등관계를 설정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중국은 호랑이새끼를 키워낸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국이 북한을 보호하는 동안 국제사회로부터 함께 비난을 받는다는 현실이다. 북한은 악의 축으로 꼽히고 있고, 인권문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 문제는 분명 중국의 존엄을 해치는 일이다. 중국은 북한으로 인해 치명적인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제 중국은 북한을 잡았던 손을 놓아야 한다. 북한을 버려서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인권수호국가로서 세계인의 존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국이 진정한 우방국가를 찾으려면, 대한민국을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정명가도(征明叚道)를 생각해야 한다.
450년 전 조선은 중국을 치러가고자 하는 일본에 길을 내주지 않았다. 그것은 중국과 조선의 존엄을 위한 일이었고, 선린과 우방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 물론 중국도 이런 조선을 위해 출병하였다. 그 선린관계는 전통적이며 역사적인 사실이다.
만약 지금도 일본이 중국을 치기 위해 길을 빌리고자 한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단언코 반대하고 총을 들 것이다. 그리고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그 옛날 명나라처럼 군대를 파병하여 대한민국을 도울 것이고, 선린(善隣)의 역사와 전통은 다시 대(代)를 이어갈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입술은 북한이 아니라,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을 이루고 존경받는 한류문화를 만들어낸 대한민국이다.
전통과 역사는 한순간에 바꿔지는 일이 아니라, 오래도록 단련되어 굳어진 살과 같은 것이다. 이제 중국은 악의 축 북한을 버리고, 존경받는 대한민국을 우방으로 인식해야 한다. 중화민국이 그들의 입술로 대한민국을 인정할 때, 중국은 아시아의 한 가운데 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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