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야무지다. 방송문화진흥회 김재우 이사장이 사퇴하자마자 새 세상이 열릴 것처럼 언론이 먼저 화색이 도는 것을 보니 이 말 밖에는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 김재철 사장을 비호하던 이사장이 사퇴하니 새 이사장이 오면 곧 김 사장도 쫓겨날 것이고 해고당한 노조원들이 돌아오고 징계당한 이들도 곧 제자리를 찾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장밋빛 전망도 이 정도 되면 대책이 없다. 냉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언론이 특히 방문진과 MBC 문제에서 아직도 제정신을 못 차리고 그저 언론노조세력과 좌파진영 편드는데 급급한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들의 믿음대로 김재우 이사장의 사퇴는 야당과 언론노조 좌파세력이 꿈에 그리던 과거 MBC 시절을 되돌려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 어리석은 착각에서 빨리 깨기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산하 공공기관장의 인사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김재우 이사장은 13일 오전 방문진 임시이사회에 참석해 “개인적 배경을 떠나 새 정부 출범 국정 철학에 맞는 운영을 위해 사임의사를 밝힐 계획이었다.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며 자신이 사퇴의사를 밝힌 배경을 설명했다. 이 두 발언에서 보이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 공유”란 말은 매우 중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새 정부의 언론 국정철학은 무엇인가? 정부여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부분에 대해 확고한 원칙을 누누이 밝혀왔다.
새누리당은 방송에 대한 정치개입을 줄곧 반대해왔다. 최근 정부조직법개정안을 가지고 MBC 사장을 내쫓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꼼수를 부리려던 민주통합당을 ‘정치의 방송개입’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민통당이 언론문제에서 자신들의 논리와 의도가 먹히지 않자 노사문제로 틀어 MBC 김 사장을 ‘처리’하려고 했을 때도 이 문제에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엄정중립을 밝히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경총을 찾아서도 노사문제에 있어 2가지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첫째는 노사 자율의 원칙으로 노사가 스스로의 문제를 자율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자율 원칙을 존중하겠다”고 말했고, “두 번째로 극단적 불법 투쟁 등 잘못된 관행은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며 “법과 질서가 존중되는 노사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에 따라 선임된 김문환 이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라는 것은 바로 이처럼 방송과 언론문제, 노사문제에 있어 이 같은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의미이고, 언론이든 노사문제든 사사건건 나서며 정치개입이 일상화된 민통당의 입맛에 맞는 혹은 그런 성향에 가까운 인사는 새 정부에서 임명될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사실 뜻밖이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지만 새 정부는 이전 이명박 정부 때보다 훨씬 원칙적이다. 좌파진영이 주도하는 선동여론에 쉽게 약해지지 않고, 적당히 타협하려는 나약함은 이전 정부보다 낫다. 물론 때로는 그것이 유연성 부족으로 나타나 안타까운 면도 있지만 적어도 방송과 언론, 노사문제에 있어 새 정부가 밝힌 원칙은 명확하고 옳은 방향이다.
이런 사실을 분명히 인지한다면 공석인 방문진 이사장으로 그 어떤 인물이 오더라도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는 인물일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각종 패악질로 MBC를 망친 노조를 일방적으로 편들거나, 노조의 자해공갈성 공격으로 시청률하락, 매출감소 등 부진을 겪었던 MBC를 다시 살리기 위해 불철주야 뛰는 경영진을 흔드는 인물이 올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또한, 현 방문진 이사 선임 제도를 보면 새 이사장이 본인 성향이야 어떻든 최소한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춰야 한다는 것도 자명하다. 그런데도 김재우 이사장만 퇴진하면 과거 좌파진영이 환호하던 그 시절 MBC로 다시 돌릴 수 있을 것처럼 여론몰이하고 각종 기사와 칼럼으로 선동하는 한심한 언론들의 모습을 보니 어떻게 딱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있겠나.
방문진 새 이사로 선임된 김문환 전 국민대 총장은 그 누구보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알고 있을 사람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어떤 것인지도 명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민통당이 말하는 야당방송이 아닌 국민 다수가 말하는 철저한 공정방송을 위해 공평무사하게 임해야 한다. 사실 우려스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그가 녹색소비자연대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름다운가게 이사장을 역임한 것을 보면 보수우파의 가치가 확고한 인물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물로 공공기관 인사원칙을 밝힌 뒤 곧바로 나온 인사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그가 박원순 시장 세력과 좌파진영의 꼭두각시 노릇을 할 수 없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또 2010년 MBC 시청자위원회 위원장을 하면서 MBC 노조 문제가 얼마만큼 심각한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
김문환 이사, 기회주의적 방문진 이사들 경계하며 원칙대로 일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문환 새 이사가 MBC의 본질적 문제를 회피하고, 그동안 MBC 노조가 저질러온 무수한 패악질을 외면하고 현 방문진 일부 여권 이사들처럼 어쭙잖은 중립이나 얄팍한 기회주의로 이제 상처가 아물기 시작한 MBC를 흔들어댄다면 국민적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신임 이사는 방문진과 MBC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MBC가 작년 만신창이가 됐던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이제 정상화 궤도에 들어선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또한 국민의 사랑을 받는 방송으로서 지속되기 위해선 김 이사의 역할과 방문진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다.
이제 MBC는 작년 파업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서서히 정상궤도로 진입하고 있다. 회사 안팎에서 MBC를 공격하던 노조 역시 새 집행부가 들어섰고, 툭하면 정치파업을 벌이던 MBC 노조의 영향에서 벗어나 오로지 조합원들의 복지문제를 위해 일하겠다는 새로운 노조도 들어섰다. 필자가 여러 지인으로부터 들은 풍문에 의하면 기존 MBC노조 집행부에 농락당했던 조합원들이 상사에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반성문을 써서 올리고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한다. MBC 정상화 과정에서 나와야 하는 지극히 당연한 모습이라고 본다. 사실 그들 대부분이 무슨 큰 잘못이 있겠나.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선 전혀 인정하지 않고 정치권에 매달리면서 공정언론과 방송장악을 운운하는 극단적 집행부 인사들이 MBC 전체를 망쳤던 주범이 아니던가.
김재철 사장 퇴진은 정치논리와 노조 패악질로 이뤄질 수 없어, 오로지 국민이 판단할 것
새 정부의 국정철학대로 방문진 새 이사는 옳고 그름을 분명히 인식하고 MBC 문제에 있어 냉철한 시각을 잃지 않으면 된다. 사실 김재철 사장을 정말로 압박할 수 있는 건 민통당 등 정치권의 협박이나 노조의 패악질이 아니다. 노조가 저질렀던 허위사실유포와 왜곡, 마녀사냥, 정치개입 등에 대해선 모른 체하고 김재철 사장만을 오로지 악인으로 몰아 두들겨 패던 편향 언론의 압박도 아니다. MBC가 노조의 자해 공갈성 각종 공격 이후로 계속해서 침체하고 정상화되지 못하는 것이 바로 김 사장에게는 최고의 압박인 것이다.
그러나 폴리뷰가 앞장서고 뉴스파인더, 독립신문, 빅뉴스 등 보수우파 진영이 힘을 모아 MBC 노조의 실체를 밝히고 추적하여 거짓선동에 철퇴를 내리면서 노조는 사실상 힘을 잃었다. 더불어 MBC 경영진이 힘을 모아 새로운 기획과 방송프로그램으로 회사를 살리겠다는 열정으로 일하면서 시청률이 회복하고 경쟁력을 되찾고 있다. 노조 파업 때 추락했던 시청률은 이제 경쟁방송국을 거의 따라잡았고, ‘아빠 어디가’ 등 몇몇 프로그램은 국민적 사랑을 받는 등 MBC는 거듭나고 있다. MBC 정상화가 거의 본 궤도에 올라섰다는 얘기다. 신임 방문진 이사장은 이와 같은 MBC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될 것이다. MBC가 정상화의 길을 계속 걸을 수 있느냐, 다시 정치논란과 노조의 패악질에 시달리며 더욱 망가지느냐 마지막 고비는 새 방문진 이사장이 이러한 현실을 알고 있느냐, 또 아는 것을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문환 이사는 자신의 두 어깨에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폴리뷰 편집국장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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