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인체에 비유했을 때 국방부가 대한민국의 근육과 힘이라면 국가정보원은 면역력과 기초 체력이라 볼 수 있다.
[독립신문 김승근 편집장] 힘이 아무리 세더라도 기초 체력이 없으면 추진력과 지구력이 떨어진다. 아무리 근육질 몸이라도 병에 걸려 안에서부터 곪으면 속절 없이 쓰러지고 만다.
비유하자면 국정원은 나쁜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핵심적인 기관 중 하나다. 국민들에게 올바른 안보관과 국가관을 심어주는 국가수호 안보단체가 바로 국정원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남재준 전 육군참모 총장을 지명했다. 남 내정자는 안보관과 군인정신이 투철하다고 소문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정부는 어느 때보다 높은 대북 리스크를 안고 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3차 핵실험을 강행, 이제 전 세계를 상대로 싸우게 된 모양새다.
발악적인 북한의 무력도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이 본연의 역할에 주력하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표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을 안보측면에서 메워줄 인물로 확고한 안보관과 원리원칙을 따지는 남재준 내정자는 그야말로 적임이다.
1965년 육군 소위로 임관해 ‘육군 수장’에까지 오른 남 후보자는 뼛속까지 애국심과 국가수호 의지로 가득한 인물이다. 청렴하고 강직한 인물로 군내 신망도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부하들과 회식을 하면 ‘애국가’로 끝낸다는 얘기부터, 육군총장 시절에 골프를 치지 않고 직접 자가용을 몰고 관사에 나타나 이를 몰라본 병사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는 얘기까지. 남 후보자의 애국심과 청렴성, 소탈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남 내정자는 육참총장 재직 당시 노 정권의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국가보안법 폐지, 군(軍)비하 등에 결사적으로 반대했었다. 권력에 붙으며, 정치적으로 휘둘릴 인물이 아니란 얘기다. 또 “군인은 조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죽을 수 있어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가진 인물이다.
일각에선 원리원칙주의자인 그를 융통성이 없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맞다. 융통성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굽혀선 안되는 게 국가 안보 아니던가. 국가 안보와 국민 수호를 위해선 융통성을 절대 발휘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군 사법개혁에 강력히 반대해 장성진급 비리 의혹에 시달리기도 했다. 끝내 루머로 끝이 났지만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오히려 부딪쳤던 청와대가 만류했다지 않나.
이번 박근혜 정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 육군총장을 지낸 인물 3명을 새 정부 안보 요직에 중용했다. 안보에 있어서 만큼은 편가르기가 의미 없다는 얘기다.
남 후보자가 과거 예비역 장성 모임 등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지난 10년간 국정원은 죽었다. 본래 기능, 자리를 찾아야 한다”며 “특히 대공(對共)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바른 소리 했다. 남 후보자가 최소한 국정원 본연의 기능 약화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얘기 아닌가.
남 후보자가 지난 수년간 여러 모임에서 과거 정부에서 국정원의 북한 인적정보(휴민트) 수집 라인과 국내 방첩 기능이 죽거나 너무 약해졌다는 취지로 수차례 발언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대북 정보통이 약하다는 국민들의 지적이 많지 않았던가. 약화된 원인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있음을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이유가 어쨌든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 공감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국정원에게 필요한 것은 약화된 이미지를 제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 이래저래 정치권에 흔들리고, 이슈화 되며 위상이 많이 떨어진 게 사실. 중요한 건 국정원장이 국정원 개혁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겠나. 이 부분에서 남 후보자는 가장 확실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그동안 국정원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한 정보 수집, 관련 수사를 책임지는 최일선에 서 있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을 거치며 대북 정보기관으로서 본연의 기능이 현저히 약화됐으며,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한때 김정일 전화통화까지 도청해, 어젯밤 무슨 얘기를 했었는지에 대해서도 파악할 정도였던 자타공인 최고의 정보통 국정원이, 김정일 사망 때부터 정보력 문제를 드러내 국민들의 질타를 받지 않았던가.
과거 많던 전문인력을 줄줄이 쳐내, 국정원 학살이라고도 불렸다. 이제 다시 회복할 때가 왔다. 휴민트 부활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단순히 국정원장 한번 바뀌었다고 뚝딱 해결되는 일은 아니라는 걸 누구나 알 것이다.
앞으로 엄청난 노력과 실패가 따를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는 얘기다. 국민들에게 들려질 정도의 정보라면 북한은 이미 다 파악하고 남는다.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자. 그것이 국정원을 살리는 길이다.
지난 대선에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말도 안되는 마타도어를 우리나라 제1야당에서 주장할 정도다.
대한민국 사회의 안보의식이 얼마나 땅에 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위상을 건들면서 까지 대선 승기를 잡으려는 모습을 연출 할 수 있다는 데 놀랐다.
이제 남 내정자는 어서 국정원장의 자리에 올라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대북 정보능력을 회복, 여러 가지 이슈로 혼란해진 내부 기강도 바로 잡아야 한다.
여야는 합심해 남재준 내정자를 국가정보원장의 자리에 앉혀라. 국익을 위한다면 한시가 급하다. 이만큼 적임자가 있었을까 싶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자진사퇴하며 신상털기에만 몰두하는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지 않았던가.
더 이상 인재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사명감으로 무장해 국가를 위해 헌신한 남재준 국정원장을 환영한다.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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