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친정어머니'라는 호칭은 지아비를 만나 짝을 이루는 순간부터 우리 여자들의 어머니에게 붙여지는 이를테면 고유명사와 같은, 참으로 가슴 시린 단어다.

시댁이 생긴 순간부터 나를 낳아주신 내 어머니가 계시는 곳은 친정이 되고 어머니는 친정어머니로 승격되고 만다.

이 순간부터 나와 내 어머니사이에는 친정이라는 거리미터가 그어지고 내 혀 끝에서는 가슴시린 호칭이 하나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친정어머니는 하늘이 담아져 있는 샘과 같으신 분이셨다.

내 아버지는 마흔여섯에 돌아가셨고, 그때어머니는 마흔둘에 칠남매의 가장이시자 홀어머니가 되신 치매에 걸리신 할머니까지 모셔야 하는 처지셨다. (내 막둥이동생은 당시 다섯 살 이였다)

내 어머니에게도 꽃다운 봄날이 있으셨겠지만, 내 어릴 적 기억에는 일곱 남매가 모두 잠든 밤이면, 당신의 설움을 눈물로 토해내셨던 내 어머니...

그렇게 외롭고 고독한 생을 시작하신분이셨다.

세상의 어느 부모인들 내 부모만 못하랴 만은 그래도 내 친정어머니는 세상의 어느 부모와 비견해도 그 크기와 아름다움과 설음이 등대스러웠다는 생각이 우리 칠남매의 신앙이다.

내 어릴 적의 세상은 온통 허기지고 힘든 삶의 연속이었다.

그 허기진 자갈길을 내 어머니는 온갖 잡일과 노동과 삯바느질을 해서 시어머니와 우리 일곱 남매를 먹이고 가르치셨었다.

어머니는 인근에서 모두들 칭송하시는 효부이셨고 장한어머니이셨으며 대단한 가장이셨었다.

그렇게 일생을 살아오신 내 친청어머니가 뇌종양(암) 이라는 병마를 만나 싸우시고 계신다.

암을 가진 이의 표정과 신음과 눈빛을 보이지 않고 계시는 참으로 대단한 내공을 지니고 계시는 분이시다.

자식들이나 인근의 이들이 슬퍼해 할까봐서 당신의 고통과 슬픔과 절망과 두려움마저 감추시고 아직도 단아한 몸짓을 고수하고 계시는 대쪽 같은 성품의 우리 어머니.

내 친정어머니.

내 나이 지금 쉰두 살이다.

내 친정어머니는 지금 내 나이보다 더 어린 시절에 혼자되셔서 홀로된 시어머니와 일곱 자식들을 위하여서 당신의 전부를 활활 불사르셨었다.

시방의 내가 친정어머니의 몫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두려움과 무능과 무력함으로 주저앉았을지도 모를, 그 엄청난 삶의 중량을 내 친정어머니는 대장 부리바처럼 당당히 생에 맞서 승리를 이뤄냈었다.

이제 그 몫을 다 일구시고 돌아오셔서 자리를 보존하고 계시는 내 친정어머니.

어머니를 그림으로 그려내는 화가가 있다면...

어머니를 시로 쓴 시인이 있다면...

어머니를 오선지로 옮겨놓은 음악가가 있다면...

그의 그림에서

그의 시에서

그의 노래에서

얼마나 자세하고 분명하게 그려 낼 수 있겠는가?

발자국소리나

그림자나

동정 끝 정도나 그려 낼 수 있으리라.

자식들에겐 자존심도 염치도 불허하는 내친정어머니,

그 거대한 강에 띄워진 작은 나뭇잎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 나, 그리고 그 자식들.

친정어머니는 내영혼의 귀향이시며 내가 불러야할 노래요, 내생의 배가되어 띄워져야 할 유일한 강인 것이다.

나에게도 장성한 자식들이 있고 가정을 꾸린 한 자식도 있다.

나는 무릎 꿇고 통곡하며 간절히 구하며 기도한다.

내 친정어머니와 꼭 닮은 강이 되어 자식들이 마음 놓고 항해 할 수 있는 내친정어머니의 판박이인 등대가 되게 해달라고.

일곱 남매의 자식들과 홀로된 시어머니께 당신의 가슴을 다 털어내어 먹이시고 이제, 내친정어머니는 일흔여덟의 나이와 암을 맞이하여 고고로히 삶을 쌓고 계신다.

우리들이겐 으레껏 조용히 미소 짓고 계시는 내친정어머니.

그런데 나는 지금 쉰두 살에 두자식의 어머니로서 친정어머니를 판박이 하지 못해서 부끄럽다.

나는 이 부끄러움을 내 자식들에게 빚 갚아야 할 영원한 채무자인 것이다.

친정어머니보다

내 엄마

내 엄마

엄마

부르고 싶은 그 이름 석 자가 간절하고 가슴 아픈 그 이름,

내 엄마!

사랑한다는 이 말을 하기가 너무나 어렵고 힘든 단어였습니다.

엄마! 사랑합니다.

-최해자-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