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 사건 특별검사팀이 요청한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청와대가 거부했다. 당연한 결과다. 이 이상의 불필요한 수사기간 연장은 먼지만 내고 요란만 떨 뿐이다. 특검팀도 인정했다. 사실상 수사에 큰 문제는 없다고 밝힌 것이다.
청와대가 밝힌대로 이번 사건의 결론을 내리기에 필요한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판단된다.
이번 사건이 사저부지와 경호부지를 동시에 구입하는 과정에서 두 부지간의 가격을 배분하면서 형법상 배임행위가 있었는지, 또 이시형 씨가 소유권 등기를 한 것이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 되는지를 법률적으로 판단하면 되는 사안이었다. 거기다 최근 사저부지는 국가에 매각돼 원상회복이 이뤄진 상태다.
사실상 수십명의 인원이 한달이나 조사하고 수십억을 써 댈만큼 대단히 복잡한 사건이 아니란 얘기다. 그럼에도 특검은 대대적인 조사를 한달이나 벌였고 사실상 주어진 임무 이외의 일까지 건드리기도 했다. 정치적 수사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특검은 지난달 16일부터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70여명의 수사 인원을 투입하고 십수억원 상당의 예산을 사용하면서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왔다.
또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를 공개 소환한 것을 비롯해 큰 형인 이상은 회장, 김인종 전 경호처장 등 20여명의 사건 관계자들에 대해 약 40회에 걸쳐 소환 조사했다. 청와대로부터 모두 51개 항목 206페이지에 달하는 경호처 기밀자료를 비롯해 많은 자료도 제출 받았다.
청와대 경호처에 대해 사상 유례 없는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거의 성역 없는 광범위한 압수수색도 실시한 것이다.
청와대도 거기에 최대한 성실한 자세로 협조했다. 대통령실의 특수성이나 국정업무 차질에도 불구하고 특검의 요구에 최대한 성실하게 임했고, 부득이 응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이유를 충분하게 설명했다는 게 청와대의 해명이었다.
청와대가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한 이유는 사실 이보다 더 복잡하다. 어쩌면 특검팀이 연장을 요청한 것과 같은 이유일 수도 있을 것이다.
수사가 더 길어질 경우 임기 말 국정운영에 차질이 우려되고 특히 엄정한 대선관리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특검의 대선개입이 가시화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제 한달 남은 대선. 한번의 연장이 이뤄져 보름이 늘어나면 사실상 대선 막바지까지 수사를 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특검팀이 흘리는 정치적 이슈들은 대선에 크게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앞서도 많이 흘렸는데 연장한다고해서 안 흘린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더 흘리면 더 흘렸지. 어쨌든 거기서 판결까지 고려한다면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 각종 의혹만 잔뜩 제기한 채 대선을 맞이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그건 특검이 노렸든 노리지 않았든, 변할 수 없는 팩트다. 대선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 강하게 개입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어차피 연장 없이도 큰 문제 없다는 특검은, 이번 청와대 압수수색이나 수사기간 연장 등 거절이 확실시 되는 제안을 함에 따라 여론으로 하여금 청와대가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았다는 거짓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민주당이 제안한 수사를, 민주당이 고른 특검이 하게 되는 불공정한 상황 자체부터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정치 특검’이다. 그 오명을 벗길 바라는 마음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중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원했던가.
이 대통령이 직접 그런 당부를 하기도 했었고, 여야를 막론한 모든 국민들의 염원이 거기에 있었다.
작은 발언도 큰 이슈를 만들고 억측이 되어 되돌릴 수 없는 풍문이 될 것임을 설마 특검이 모르겠는가. 그걸 모르는 바보가 특검을 하고 있겠나.
청와대는 수사기간 동안에도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를 계속 해 왔다. 해외순방준비와 시행, 예산 국회대비 등 산적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특검의 수사요구에 응해왔음에도 특검의 무리한 부탁이 이어지면 결국 국정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수사기간 동안 법으로 엄격하게 유출이 금지된 수사내용이 언론에 상세하게 공개되고 과장된 내용이 해외언론에 까지 보도되면서 국가 신인도에 악영향을 주는 등 국격에도 큰 손상이 빚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거부 발표에서 “정부로서는 국익을 위해서도 이런 일이 계속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며 확실한 입장을 밝혔다. 충분히 그럴만한 사안이다.
특검 스스로가 정해진 1차 수사기간 내에 수사를 완료하겠다고 수사초기부터 계속적으로 공표해오지 않았던가.
특검은 특정정당의 정치특검이라는 의혹에도 대승적으로 이를 받아들인 이 대통령에 대해 최소한의 예를 갖춰야 함에도 그러지 않았다.
특검은 수사기간 연장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이뤄져 정치적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엄정한 선거관리와 국민들의 선택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모르는 척 하지 마라.
어쨌든 특검에게 충분한 시간과 여건을 제공했다. 이제 더 이상의 정치적 공작과 술수를 멈추고 법과 원칙에 따라 하루빨리 합리적 결론을 내놓길 기대한다.
칼럼니스트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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