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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고문 사건과 좌파의 인권

김영환 고문 사건엔 침묵하면서 현병철 연임반대에만 ‘인권’논리로 반대

‘우리가 당신들을 잡아 가둔 것은 당신들을 보호한 것이고 우리가 이렇게 잡아 가두지 않았으면 당신들이 북한에 의해 테러나 납치를 당할 수도 있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30일 오전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김영환씨 일행을 구금하면서 김씨에게 밝힌 이유라고 한다. 즉, 김영환씨가 중국에서 북한 인권 운동을 하는 것은 북한으로부터 테러나 각종 위해를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김영환씨를 구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변명에 불과하다. 중국의 주장대로 단지 북한의 테러 가능성 때문에 김씨를 보호하기 위해 구금했다면, 중국이 그에게 전기고문, 구타, 잠 안재우기 등의 반문명적인 인권유린을 자행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김씨에 대한 구금과 고문행위가 이루어진 배경에는 중국과 특별관계인 북한이 개입됐을 정황증거로 보는 것이 맞아 보인다.

우리 국민에 대한 중국의 고문행위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사건일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만일 중국이 북한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는 김씨의 인권운동을 막기 위해서였다면 더더욱 우리 국민에겐 중국은 ‘못 믿을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수입과 수출 모두 상대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런 관계는 현실적 경제 논리 외에도 상대국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두 나라 간의 긍정적인 관계가 흔들릴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이런 관점에서 우리 정부의 고문사실 확인 요청에 ‘합법적 권익 보장했다’라는 무성의한 답변만 던져놓고 피해가려고 해선 안 된다. ‘중국이 북한을 돕기 위해 한국인을 고문했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양국 간의 긍정적 발전관계를 지속적으로 끌고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북한 의식한 대중 저자세 외교 부추기는 세력 눈치 봐선 안 돼

중국은 1988년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했다. 고문을 범죄행위로 처벌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가 나서서 외국인에게 의도적인 고문을 자행했다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로부터 더욱 큰 불신을 살 수 밖에 없는 행위다. 특히 ‘세계의 깡패 국가’ 북한의 연루설이 제기된만큼 이 부분에서 중국은 명확히 해명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정부의 요구에 성실히 응해야만 한다고 본다.

우리 정부가 김영환씨를 석방시키기 위해 중국에 어떤 약속을 했는지는 몰라도, 김씨가 자신이 당한 인권유린에 대해 공식적으로 항의하기로 한 만큼 우리 정부는 이 문제에 있어 주권국가로서 중국에 당당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북한을 의식해 대중 저자세 외교를 부추기는 좌파언론과 정치세력의 눈치를 봐선 안 된다. 당초 정부가 고문 사실에 소극적 태도를 취한 이유 중 한 가지로 ‘중국과의 외교마찰이 남북관계를 해친다’는 좌파진영의 잘못된 고정관념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김영환씨가 중국으로부터 고문당한 사실을 폭로한 이후 한겨레, 경향신문 등이 보기 드물게 사설로 중국의 인권유린을 비판하는 사설을 내놓았다. 특히 한겨레신문의 김씨 관련 최근 사설들은 마치 조선일보의 사설을 보듯 인권 문제에 있어 명확한 관점을 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좌파언론들도 인권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특히 우리 국민이 외국 정부에 당한 인권유린사건 만큼은 정파와 이념을 떠나 최소한 한 목소리를 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김영환 고문 사건에는 침묵·소극적이면서 현병철 연임 반대에만 신경 쓰는 좌파진영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아직도 인권 문제를 정파나, 이념 논쟁 테두리에서만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김영환씨의 고문 사건을 일부 좌파언론들이 지적하기는 했지만, 건조한 스트레이트성 기사로만 나가거나 파장이 커지고 난 후 어쩔 수 없이 보도하는 듯한 태도다. 평소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자국민이 외국에 나가 고문당한 사실에 가장 크게 분노하고 앞장서 항의해야만 한다.

이들이 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 반대 운동에 나선 것도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권 운동에 앞장서 왔다는 좌파진영이야말로 김영환씨의 고문 사건을 국제 인권기구에 적극적으로 호소하고 전 세계인의 관심을 촉구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들이 국제엠네스티 등에 중국의 인권유린에 대해 규탄하거나 전 세계인의 관심을 호소하는 일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김영환씨 고문 사건에는 침묵하거나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 반대에만 과잉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들의 인권관이 정치적 잣대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인권위원장으로서 전임 위원장들보다는 북한인권운동에 상대적으로 더 관심을 기울인 현 위원장을 ‘이명박 정권에 충실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면, 이들은 앞으로 북한 인권과 되풀이 될지 모르는 중국의 한국인 인권유린 사건에 대해선 어떤 태도를 취하겠다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우리 국민에 대한 외국의 인권 유린 사건은 정부나 국민이나 정치세력이나 단체들이나 모두 공통적으로 한 목소리로 규탄해야 할 사안이다. 이런 사건에서는 정파와 이해관계, 이념을 떠나 모두가 한 마음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김영환씨에 대한 중국의 의도적이고 잔인한 인권 유린에는 모두가, 특히 언론들이 기존의 색안경을 벗고 긍정적 방향으로 해결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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