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대선출마 선언을 놓고 일부 좌파언론이 청와대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최근까지도 출마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던 김 지사가 예상 밖 이른 출마선언을 하자 그 배후에 박근혜 대권을 훼방 놓으려는 청와대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겨레신문은 22일 친박 핵심 의원의 말을 빌어 청와대 음모론을 폈다. ‘또 청와대 방해작전? 김문수 출마선언에 친박계 ‘불쾌’’란 제목의 기사에서 “김문수 경기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에 새누리당 친박근혜계는 불쾌한 기색이었다”며 “배후에 청와대의 뜻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비쳤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이어 “바로 사흘 전만 해도 김 지사 쪽에서 ‘이번 대선엔 지사직에 전념하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지지하겠다’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알려와 덕담까지 건넸다”며 “그런데 불과 며칠 만에 태도를 180도 바꿔 출마를 하는 걸 보니 분명히 배후가 있는 것 같다. 김 지사가 이재오 의원을 만났다고 하는데 (박 위원장을 견제하려고) 청와대가 움직였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 친박 핵심 의원이 말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시장직을 던지고 대선후보로 나서려 했던 것도 다 청와대가 배후에 있었던 것 아니냐”며 “천신만고 끝에 총선에서 승리를 해 놨는데 (청와대가) 또 장난을 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친박 참모도 “청와대가 참 끊임없이 박 위원장의 대선을 방해하려고 준동을 하는 것 같다”며 “김 지사 역시 청와대의 기획상품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자신의 ‘말바꾸기’와 전격적인 출마선언에 청와대와의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제기에 대해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특별히 제가 박근혜 위원장을 위해 ‘나는 안 나가겠다’고 말한 적 없다”며 “대통령과는 최근에 몇 달 동안 전혀 전화통화도 한 적도 없다. 청와대 사람하고 만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김 지사의 출마를 놓고 전혀 다른 해석도 나온다. 사실상 경선이 무의미할 정도로 박 위원장이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출마에 부정적인 태도를 바꿔 굳이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차차기를 노린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즉 박 위원장 독주로 관심이 떨어진 경선 흥행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오히려 ‘박근혜 대권 도우미’로서 역할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오히려 박근혜 위원장측과의 교감아래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제기로 ‘청와대 배후설’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의원은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문수가 되리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어차피 박근혜의 수도권 흥행을 돕는 소모품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미 박근혜는 새누리당의 불가침이다"라고 썼다.
폴리뷰 박한명 편집장은 23일 ‘김문수, 하늘을 감동시켜라’ 칼럼에서 김 지사 대선 출마에 대해 “김 지사의 대권도전 소식이 진심보다는 ‘박근혜 들러리쇼’가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경선 과정에서 박 위원장과 정정당당히 치열하게 경쟁하기보다는 정수장학회, 육영재단 등 박 위원장이 껄끄러운 문제들을 경선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털고 가도록 명분을 주는 도우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일각에서)냉소한다. 만일 이런 경선이라면 흥행은 고사하고 정치인 김문수를 국민이 과연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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