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개 구의 구의원 선거에는 160개 지역구에서 366명을 선출하는데, 모두 835명이 출마해 평균 2.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중 최고령 후보는 성북구 아선거구에 출마한 자유선진당 김용선(75) 후보, 최연소자는 마포구 바선거구에 나온 한나라당 이단아(26) 후보였다. 이단아 후보는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학생 신분으로 출마했다. 그가 내세운 선거 구호는 “인습이나 권위에 맞서 혁신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단아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경력 중에서는 한나라당 마포을 청년위원회 부위원장밖에 없다. 오히려 이단아 후보는 광우병 촛불 파동 당시 중앙일보 계약직 신분으로 촛불을 예찬하여 해직당했다는 언론플레이를 통해 친노좌파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은 이여영 프리랜서 기자의 친 여동생이라는 점이 더 눈에 띈다.
이여영이 미디어계와 대중 사이에서 처음 거론된 것은 촛불파동 당시 “촛불시위의 배후세력은 없고 조중동이 당리당략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근거없는 글을 블로그에 올리면서부터다. 이후에도 다양한 매체에 라이프 스타일 관련 칼럼들을 꾸준히 게재해 왔다고 홍보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촛불파동 당시의 인지도를 통해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등 친노좌파 성향 매체에 시사칼럼 등을 게재하는 양이 많았다.
이러한 이여영에 대해 이병순 사장 시절의 KBS는 전문경력에 대한 아무런 검증없이 인터넷에 고정 프로그램을 신설해주었고, ‘책을 읽는 밤’ 등에서도 패널로 발탁, 집중적으로 지원해주었다. 김인규 사장으로 교체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KBS의 이여영 캐스팅은 멈추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여영이 촛불을 예찬하면서 친노좌파 정치세력의 입맛에 맞는 글을 집중적으로 게재한 것 이외에 방송이나 문화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특히 그녀가 펴낸 책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 역시 20대의 자기계발서라기보다 중앙일보 재직 당시 사내 분위기와 내부고발성 내용을 상당부분 다루고 있다. 이여영은 ‘촛불파동’과 뗄려야 뗄 수 없으며, 그를 통해 자기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보수단체 전체를 음모론으로 비판하며 자신을 방어했던 이여영
이러한 이여영에 대해 본지에서는 여러차례 문제제기를 했고, 이여영은 “요즘 몇몇 보수단체와 보수단체가 주도하는 언론사가 악의적인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뒤에 누가 있고 누군 또 악용당하는지 알지만 참아봅니다”라며, 역시 아무런 근거없이 배후 음모론을 제기하며 버텨나갔다. 실제로 이여영은 기사를 게재한 미디어워치는 제외하고, 댓글로 의견을 밝힌 빅뉴스 회원 26명에 대한 고소를 한 바도 있다. 이러한 이여영의 정치적 행보 탓에 방송과 문화에 대해 아무런 전문성도 없는 친노성향의 시사평론가 유창선씨가 이여영을 두둔하며 본지를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상 친노좌파 진영이 배출한 촛불스타로서 이들의 집중 지원을 받으며 벼락출세의 길을 달리던 이여영이 자신의 여동생이 한나라당 공천으로 지자체 선거에 나서자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내의 이단아가 되겠다”는 여동생의 발언을 전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네가 당과 지역 이념 세대 어디에서 건 이단아를 자처하더라도 내겐 영원히 단아일 뿐, 아무리 나와 다른 길을 가더라도 내겐 언제나 동생일 뿐, 최선을 다해라. 건승을 빈다”며 응원글을 남긴 것이다.
그뒤 이여영은 그 다음 글에서 본격적으로 여동생의 선거운동에 나선다. 그는 “제 친 동생 이단아가 마포구 선거운동에 나간다는 말씀은 드렸죠? 각 분야의 주요인사들 지인들 지역주민들께서 참석할 거구요. 제 블로그 구독자분들도 당연히 참석하실 자격이 있습니다. 귀한 발걸음으로 젊은 정치를 응원해주십시오. 단아와 제가 열렬히 맞아드릴 테니 혼자 가면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붙들어 매시길”이라며 본격적으로 한나라당 선거운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어제는 촛불시민들의 편, 오늘은 촛불이 체제전복이라는 세력의 편
이에 그간 친노좌파 세력의 입장에서 이여영 블로그에서 글을 써오던 회원들이 반발했다.
“촛불시위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이여영씨 그리고 촛불시위에 함께 했던 동생분, 모두 당신들처럼 궁색한 변명으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한나라당에 둥지를 튼 그리고 온갖 이야기로 자신을 정당화하는 그런 똑같은 사람들 뿐입니다.
남이 한나라당이면 비판하고 자신이 한나라당하면 정당합니까? 어제는 촛불시민들의 편에 서고서 오늘은 촛불이 체제전복이라는 편에 섭니까?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그것도 촛불시위를 계기로 유명해진 사람이 이렇게 인생 사는 건 좀 아니죠. 정말, 실망을 넘어 분노스럽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단아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첫 번째 인사가 KBS 1라디오 ‘성공예감’ 진행자인 경제평론가 김방희씨라는 것이다. 김방희씨는 2004년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물론 김방희씨는 경제관이나 이념적으로 볼 때 경직된 친노좌파로 분류할 수는 없는 인물이다. 문제는 김방희씨가 취재를 통해 이여영과 친분 관계를 맺어왔고, 이여영이 잠시 미디어오늘에 인터뷰 기고를 할 때도 별다른 이슈없이 사적 친분만으로 김방희씨를 다뤄 미디어오늘 회원들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는 점이다. 김방희씨가 이단아 후보를 지지한 논리는 다음과 같다.
“이단아 후보가 예비 후보로 등록하기 전 마지막으로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 곳이 서교동 355-5 삼빌딩 2층 월향이었습니다. 요즘 인기 있는 막걸리 전문점인데요, 저도 줄창 거기서 죽치고 막걸리를 마십니다.
거기서 이단아 후보는 매니저를 하며 두명의 주방 식구와 여섯 명의 직원들을 정말 잘 관리했습니다.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수십 명 손님들, 그것도 이거 달라, 저거 달라 소리치는 손님들을 정말 잘 배려했습니다. 몸집은 작은데 얼마나 사근사근하면서 당찬지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나오는지...
이단아 후보를 월향에서 떠나보내는 건, 월향 단골인 저로서는 크나큰 손실입니다. 이단아 매니저의 날렵한 서비스가 그리울 겁니다. 그러나 저는 구의원으로서 이단아 후보가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걸 믿습니다. 저야 좀 엉성한 서비스를 받으면서 막걸리 마시면 되죠, 뭐“
김방희씨가 단골로 다닌다는 이단아 후보의 아르바이트 장소인 술집 월향은 바로 이여영이 개장한 막걸리 전문점이다. 즉 서울시 전체 최연소 후보라는 이단아의 주요 경력은 친언니의 술집에서 아르바이트한 것이며, 이여영과 친분이 있으며 이 술집의 단골 고객인 김방희씨가 적극 지지하고 나선 셈이다.
원칙과 규칙도 없이, 오직 사적 인맥을 통한 구태의연한 정치 행태
이여영과 이단아 후보의 정치적 행보를 보면, 이념과 원칙은 사실 상 내팽겨치고, 오직 사적인 인맥과 친분을 통해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어나간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정치는 새로울 것도 없이, 구태의연한 한국의 기성세대의 정치 문법이다. 인습과 권위에 맞서겠다는 이단아 후보나,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 가겠다는 이여영의 선언이 무색할 지경이다.
문제는 그간 촛불스타로 이여영을 띄워왔던 KBS와 친노좌파 세력들이 과연 어떠한 입장을 보일 것이냐이다. 이미 본지에서는 KBS 시청자위원회를 통해 수차례에 걸쳐 이여영과 같이 전문성도 없는 인물을 단지 정치적 시류에 따라 기용하는 행태를 비판해왔다. 그러나 이여영을 앞으로 KBS에서 볼 수 없다면, 본지의 정확한 비판 덕이 아니라, 한나라당 선거운동을 앞장서서 뛰고 있는 이여영에 대한 KBS 내의 친노좌파 세력의 보복일 가능성이 높다.
광우병 촛불부터 지자체 선거까지 이여영이라는 인물이 방송과 언론계, 그리고 정계를 헤집고 다녔던 그늘은 바로 원칙도 규칙도 없고, 인습과 권위에 맞설 용기도 없이 능력도 키우지 않으면서 자신의 목적을 위해 무임승차하려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뒤틀린 현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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