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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기자는 MBC 사장 자격 이미 상실

기자로서의 비윤리성과 사장으로서의 무능 모두 입증돼


* 미디어워치 26호에 실린 발행인 칼럼입니다.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하고 있고 미디어법을 통과시키려는 수순이다”

엄기영 MBC 사장이 검찰의 ‘PD수첩’ 수사 결과 발표 직후 한 말이다. 엄기영씨는 MBC 사장 이전에 MBC 기자였다. 모든 기자는 취재를 하며 자료를 취합한다. 그리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한다. 대부분 유능한 기자와 무능한 기자의 차이는 자료 수집 능력에서 비롯된다. 유능한 기자는 더 많은 취재원을 확보하든 더 많은 서적 자료를 모으든 더 많은 정책자료를 모으든, 최선을 다해서 자료를 수집하여, 정확히 분석하여 기사에 배치한다.

당시 검찰이 공개한 수사 결과는 대부분 ‘PD수첩’팀이 사전 취재한 자료의 분석 내용이었다. 검찰 발표를 취재하는 기자라면 당연히 취재하여 분석한 자료가 실제 ‘PD수첩’의 방영분과 일치하는지 따지게 된다. 취재한 자료를 보도에 반영하는 것이야말로 기자의 본업이니 정상적인 기자인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취재내용과 보도내용의 차이도 구분 못하는 기자로서의 엄기영

필자 역시 별로 어렵지 않게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PD수첩’팀은 자신들이 취재하고 분석한 자료와는 전혀 다른 보도를 했다. 최소한 번역가가 정확히 번역한 것을 방송 시작 직전에 바꿔버린 것은 아무리 너그럽게 이해해보자 해도, 정치적 목적에 의한 조작의 의도가 없다면 불가능해 보인다. 취재나 자료수집 과정에서 실수가 벌어진 게 아니라, 방대한 취재를 하여 정확히 분석해놓고 실제 보도물에서 뒤집어버린 것이다.

20년차가 훨씬 넘고, 2007년도 서울대학교 언론인 대상 수장자인 엄기영 기자 역시 분명히 검찰 수사 발표 자료를 보았을 것이고, 기자 경험으로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내뱉은 말은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하고 있고 미디어법을 통과시키려는 수순이다”라는 정치적 수사였다. 정치적 수사였다는 표현은 엄기영 기자에 대한 그나마 예의를 갖춘 표현이다. 그게 아니라면 엄기영 기자는 취재 자료와 공개된 보도의 인과관계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의 기자, 즉 얼치기 수습기자가 되기 때문이다.

한 언론사의 사장은 다양한 직종에서 나올 수 있다. 특히 최근 언론시장이 위축되었을 때는 기업인 출신도 자주 등용된다. 사실 남에게 잘 숙이지 못하고, 바른 말을 많이 하는 기자 출신들은 아무리 언론사라 해도 기업의 CEO로서는 결격사유가 많다. 그러나 그래도 기자 출신이 CEO를 한다면 명백한 직종에서의 장점이 있어야 한다. 취재한 내용을 그대로 기사로 쓰는 정상적인 언론문화를 사내에 정착시키는 데는 적합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기자의 기초업무가 대단한 능력이 된 것은 어찌보면 한국언론의 비극이기도 하다. 'PD수첩‘의 조작, 심지어 토론프로그램인 ’100분토론‘의 조작 등, 해외토픽감의 조작사태가 벌어져도, 사과는커녕 민주언론투사인양 깃발을 들어대는 행태에 익숙해지다 보니 취재한 그대로만 기사를 써주는 기자를 보더라도 감동을 받을 지경이다.

엄기영 기자가 MBC 사장으로서 유일한 장점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취재한 그대로 보도물을 만드는 문화의 정착이었다. MBC를 위기로 몰아넣은 최대 원흉이 바로 보도 조작이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하고 엄기영 기자가 MBC 사장직을 수행하는 데 남들보다 뛰어난 장점은 애초에 없었다. 그런 엄기영 사장이 취재한 내용 그대로 보도하는 기자의 기초를 부정하는 정치적 발언을 했을 때, 그 자체만으로도 그는 MBC 사장의 자격을 상실한 셈이다.

약 한 달 간 지속된 방문진의 MBC 업무보고 결과, 그리고 이에 대한 엄기영 사장의 개혁안을 보면, 역시 그에게는 MBC라는 위험한 회사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CEO로서의 능력이 전혀 없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재벌회사 MBC의 사장이 이사회조차 열지 않아

첫째, 엄사장과 그의 본부장들은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들 앞에서 허위보고를 남발했다. ‘PD수첩’의 진상조사 관련 허위보고가 드러났고, ‘100분토론’ 징계 조치에 대해서도 허위보고가 드러났다. 어차피 MBC 외부에 있는 방문진 이사들이 MBC 이사들의 보고를 실시간으로 검증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허위보고인지 감을 잡기도 어렵다. 사장이 책임지는 대주주 대상 업무보고에서 단 한 가지라도 허위사실이 드러나면, 일반 기업의 경우 그대로 해임이다.

둘째, 엄사장은 자신의 소신과 원칙을 버렸다. 방문진 이사들이 MBC의 편파보도를 추궁할 때, 엄사장과 그의 이사들은 모두 MBC의 편파성에 대해 시인했다. 결국 검찰을 공격했던 엄사장의 발언은 MBC노조의 환심을 사려는 정략이었던 셈이다. 기자 출신의 유일한 장점인 원칙과 소신마저 무너졌다. 이러한 엄사장의 기회주의적 태도 탓에 MBC 내의 중립적인 직원들로부터조차 신뢰를 잃고 있다.

셋째, 광우병 파동, ‘100분토론’ 조작 등 경영적 위기의 순간에서도 MBC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를 열지 않고, 측근들의 밀실회의나 다름없는 임원회의에서 대응전략을 결정했다. 이 때문에 회의록조차 남아있지 않아 진상조사 여부를 따질 수도 없게 만들어놓았다. 이는 자산 가치가 30조에 이른다는 언론재벌 MBC라는 거대 조직을 이끌 만한 경영적 마인드가 없다는 점을 입증한다.

넷째, 엄사장이 이후 내놓은 구체적인 MBC 개혁안이 사실 상 조삼모사였다. 엄사장은 MBC 보도의 편파성을 극복하기 위해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공정성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방송법 상의 시청자위원회가 구성되어있는데, 유사한 기구를 또 만들어서, 방송사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국민을 속이려는 정략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MBC시청자위원회에서 그간 MBC를 집중 감시한 우파시민사회 인사를 탈락시키며 무력화시킨 장본인도 바로 엄사장이다. 그가 내세운 또 하나의 대안인 노사가 참여하는 미래위원회도 역시 눈속임에 가깝다. MBC는 수시로 노사협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노영방송이란 말까지 듣고 있는 회사이다. 어차피 노조가 경영하는 회사에서, 그 노영방송 구조를 개혁하는 과제를 부여받은 엄사장이 노사가 참여하는 새로운 기구를 무엇 때문에 만드는 것인가. 엄사장이 내놓은 공정성위원회와 미래위원회는 이미 MBC에 있는 것이고, 전자인 시청자위원회는 엄사장이 기능을 마비시켰고, 후자인 노사협의회는 노조가 MBC 경영을 장악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즉 엄사장의 대안은 이미 잘못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계속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부실회사의 사장이 대주주에게 이런 수준의 조삼모사식 대안을 제시하면, 그 자리에서 해임된다.

개혁 의지나 능력이 없다면 엄사장 스스로 물러나야

이렇듯 기자로서의 기초 윤리 부족에다, 경영 능력 부족이 입증된 엄기영 사장의 해임은 MBC 개혁을 위한 첫 걸음이다. 그러나 엄기영 사장이 MBC 역사상 가장 무능하고 비윤리적인 사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단지 시대적 상황에 따라 엄사장의 무능이 드러나면서 MBC의 검은 실체도 함께 드러났을 뿐이다.

바로 이 때문에 엄기영 사장의 해임은 MBC의 대대적인 경영 구조개혁과 함께 이루어져야 그 생산적 의미가 있다. 재벌급 회사이면서도 이사회 하나 없는 기형적인 경영구조 개선부터, 조작을 일삼는 보도행태에 대해서 오히려 예찬을 퍼붓는 MBC내의 정신질환 수준의 의식구조까지, 근본부터 바꿔내야 한다.

엄기영 사장 스스로 이런 거대한 개혁의 흐름에 동참할 의지나 능력을 갖춢 자신이 없다면, 하루라도 빨리 스스로 물러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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