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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의 사장 욕심이 MBC 위기로 몰아"

방문진 업무보고 상, 해임 사유 충분, 그러나 신중론 제기


* 미디어워치 25호 기사입니다.

강도 높게 진행된 방문진의 MBC 업무보고 이후 엄기영 사장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좌파진영에서는 이미 엄기영 사장 해임을 기정사실화하며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경우의 수는 많다. 엄기영 사장이 방문진과 MBC노조 사이에서 어느 쪽의 편에 서느냐에 따라 다른 결정이 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엄사장도 이를 인식했는지, 업무보고 이후 방문진의 구체적인 문제점 지적에 수용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MBC 노조로서는 엄사장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방문진의 업무보고에서 엄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을 곤욕스럽게 했던 문제는 역시 현 엄사장 체제의 경영 감독 기능의 마비였다. 최홍재 이사 등은 ‘PD수첩’의 광우병 파동 당시 MBC 이사회의 회의록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MBC 측에서는 이사회를 열지 않고 임원회의만 개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사회를 열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MBC 이사회 기능 마비, 위법적 노사단체협약, ‘PD수첩’ 조작 당사자 구상권 청구 등 3대 쟁점 사안

그러나 이는 애초에 노무현 정권 하에서의 방문진이 MBC 이사직 임명권리를 포기하여, 엄사장이 임명한 본부장들이 모두 이사가 되어버린 구조적 병페의 문제이다. 엄사장 주재의 임원회의나, MBC 이사회나 구성원이 똑같기 때문에 MBC 이사회는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엄사장이 이를 인정한다면, 현 본부장들이 부당하게 갖고 있는 이사 지위를 모두 박탈시켜야 한다. 그렇게 되면 MBC 내부에 개혁형 사외 이사들이 대거 입성하게 되므로, 엄사장 독주체제가 붕괴되며, 노조는 패퇴하여 경영권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밖에 없다. 이런 개혁방안에 대해서 엄사장이 손을 들어준다면 노조와의 일전을 준비해야한다.

엄사장이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한 또 다른 사안은 노사단체 협약 중 본부장이 아닌 국장급에 총 책임을 맡도록 한 내용이다. 최홍재 이사는 “방송법 상 본부장들이 법적으로 책임져야할 사안을 노사단체 협악을 악용하여 부정한 것이므로 이는 곧바로 시정되어야할 사안”이라 몰아붙였다. 이에 엄사장은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에 편성권, 인사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조항이 있으며, 이를 개선하겠다”고 한발 물러난 상태이다.

그러나 만약 엄사장이 노사단체 협약을 개정하려 한다면, 현재까지 자신의 아군인 MBC노조의 공격을 받아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MBC노조는 그간 엄사장이 노조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는 대안을 제시했을 때, 엄사장을 맹공격, 이를 저지시켜왔다. 엄사장은 ‘9시 뉴스데스트’의 신경민 앵커와 라디오 시사프로 김미화를 교체하고자 했지만, 이는 사실 상 실패했다. 신경민 앵커는 스스로 물러날 계획이었고, 신앵커를 교체한 보도국장은 MBC노조의 압력에 굴복 스스로 물러났다. 김미화는 교체하지도 못했다. 경영진의 정당한 인사권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엄사장이 노조와 협의가 필요한 노사단체 협약을 개정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MBC 공영방송노조의 회원은 “애초에 엄사장은 노조와 방문진의 눈치를 보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오며 자리를 지켜왔으나 이번에는 그런 정도 수준으로 빠져나가기에는 외부의 시선이 너무 따갑다”며 부정적 전망을 하기도 했다.

방문진이 엄사장을 당황하게 한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는 ‘PD수첩’에 대한 쇠고기수입업체 등의 민사소송에 대한 구상권 청구 요구이다.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대로, ‘PD수첩’이 형사재판에서 패하게 될 경우, 민사소송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높다. 김우룡 이사장은 1000억대의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점친 바 있다. 이랬을 때, 국민이 주인인 MBC는 국민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실제로 허위 조작보도를 한 당사자들인 조능희PD나 김은희 작가 등에 구상권 청구를 해야한다. 즉 MBC가 민사소송에 패하더라도, 조작 당사자들이 소송액을 물게 하는 방식이다. 엄사장 등 MBC 경영진은 아직까지도 이에 대해 확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 역시 엄사장이 풀기에는 너무나 큰 벽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엄사장이 개별 PD와 작가들에게 구상권 청구를 하겠다고 밝히는 순간, MBC노조와의 전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만약 구상권 청구를 하지 않게 되면 더 심각한 문제가 벌어진다.

방문진은 MBC 주식의 70%를 보유한 대주주이다. 방문진은 자신의 자회사인 MBC의 자산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 MBC의 사장이 구상권 청구를 하지 않아 MBC의 자산을 훼손한다면, 방문진은 엄사장을 해임하는 것은 물론 엄사장에게 직무유기와 배임혐의로 민사소송을 할 수 있다. 현재 방문진의 강경개혁 흐름으로 볼 때, 이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엄기영 사장은 8월 31일 월요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현재로서는 엄사장이 방문진의 개선 요구를 수용한다는 입장과 함께, MBC를 외압으로부터 지켜나겠다는 양자의 입장 사이에서 예의 엄기영식 줄타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 양자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 더 기울어질지는 당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MBC 이사회 구성, 노사단체협약 개정, ‘PD수첩’ 구상권 청구 등은 엄기영식 줄타기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본질적인 문제이다. 이 사안들은 타협이나 협상의 여지없이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이므로 대충 빠져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엄기영 사장이 이런 본질적인 문제는 덮어두고, 신경민 앵커 해임 때와 같이 지엽적인 사안들만 개선한 채 시간을 벌려고 한다면, 이 자체가 또 다른 해임 사유가 된다. MBC 개혁의 현안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주주인 방문진이 용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엄기영 사장이 노조 편에 완전히 서버리면, 방문진에서는 곧바로 해임을 할 수밖에 없고, 반대로 방문진 편에 서버리면, 노조의 공격을 받으면서 내부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는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이 건 역시 또 해임사유가 된다. 무능력이야말로 CEO 해임의 절대적인 사유이기 때문이다.

MBC노조도 엄기영식 외줄타기 해야할 형편

이에 최대의 위기로 몰리는 쪽은 MBC노조이다. 이번 방문진에서 제기한 3대 사안은 좌우의 이념 문제가 아니라 주식회사라면 당연히 개선해야할 경영적 사항이다. 이를 두고 MBC노조에서 “MB정권이 MBC를 장악하려 한다”고 선동하기란 쉽지 않다. MBC노조로서는 일단 엄기영 체제를 사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조금이라도 엄사장이 방문진 쪽으로 돌아선다면, 엄사장 체제 사수의 명분과 동력을 상실한다. 반대로 엄사장이 노조 쪽으로 너무 다가가면 해임의 사유가 발생하여, 엄사장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개혁적 신임 사장을 마주해야 한다. 엄사장이 하고 있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MBC노조도 해야될 형편이다.

현재 방문진에서는 엄사장의 해임사유는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부실 및 방만 경영은 물론, MBC의 구조적 병폐를 방치했고, 이를 개선할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 대부분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방문진 보고 당시 ‘100분토론’의 조작 책임자 문제와 ‘PD수첩’의 임원회의 대처 문제 등에서 허위보고 사실도 밝혀졌다. 자회사의 사장이 대주주에게 허위보고를 하는 것도 100% 해임 사유이다. 그러나 방문진이 밝혀진 해임 사유를 바탕으로 곧바로 엄사장 해임에 들어갈지는 미지수이다. MBC노조와 진보좌파 매체의 선동이 한창인 상황에서 무리하게 당장 해임을 해야할 필요가 있냐는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계속 방치할 수도 없는 것은, 엄사장이 자신만의 생존을 위해 줄타기를 지속한다면 국민의 자산인 MBC의 경영이 더욱 부실화되며 오히려 방문진이 직무유기로 비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MBC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 이유는 MB정권이 들어서면서 노조에게 장악당한 MBC 등 공영방송 개혁의 흐름이 시작될 게 뻔한 상황에서 엄사장이 과도하게 노조의 편에 서며 사장직을 맡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신이 사장을 하고자 했다면 확실한 MBC 개혁 노선의 편에 서거나, 노조 편에 서고 싶다면 사장직을 포기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MBC 공정노조의 한 간부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않고 일단 사장 자리부터 차지하고 보자는 엄기영의 욕심이 결국 지금의 파국을 불러 MBC 직원은 물론 국민들을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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