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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변희재'를 버렸다?

필자와 언론사 사이에, 배신, 토사구팽 개념이 난무하는 현실


* 주간미디어워치 12호에 실린 발행인 칼럼

조선일보 박은주 엔터테인먼트 부장이 5월 28일자 ‘태평로’란에 ‘상복은 검고 국화는 희다’라는 칼럼에서 “노대통령 장례식에 국민세금을 들이지마‘라는 나의 칼럼을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진씨의 발언이 ´과거형´이라면 ´현재형´의 발언도 쏟아지고 있다. 보수 논객 변희재씨는 인터넷 글을 통해 "형사처벌을 받으면 (대통령) 예우를 박탈하게 되고, 노 전 대통령은 바로 그러한 위기에 처해 있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국민 세금은 단돈 1원도 투입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나의 생각…예정된 예능프로를 모조리 결방시키는 방송사, 검은 배너를 걸어놓은 포털이 모두 권위주의 사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법원 판결확정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기본적인 원칙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상당수 국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의지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무례한 일이다.”

박부장은 나 이외에도 노대통령의 자살을 과도하게 미화하는 세력을 비판했던 김진홍, 지만원, 김동길씨 등에 대해서도 “망자에 대한 순수한 연민과 애도에 상처를 내는 건, 진정한 보수의 길, 사람의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라며 근본적인 비판을 가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장을 반대하면 정치적이란 말인가

나는 박은주 부장의 칼럼이 게재될 당시 친노 네티즌들의 빗발치는 공격을 받고 있었다. 본지 사무실은 항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인터넷신문만 10년째 운영하는 나로서는 이런 상황을 한두 번 겪고 본 일은 아니다. 이럴 때에는 일일이 네티즌들을 상대할 필요는 없고 책임있는 논객들의 비판을 반박하면서 다른 여론을 형성하는 방법을 쓰게 된다. 그 때문에 시사평론가 유창선, CBS의 변상욱 대기자의 나의 비판을 반박하면서 박은주 부장 건도 포함시켰다.

나는 노대통령이 잘 죽었다고 말한 적도 없고, 자살세를 걷자고 선동한 적도 없다. 단지 최대한 열심히 오래살며 고달픈 서민들에게 “함께 살아봅시다”라며 다독이며 위로해야 할 대통령의 1차 의무를 저버린 사람에 대해서 국민세금을 들여 장례를 치르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을 뿐이다. 특히 진보좌파 논객들은 장례기간이나 지나고 나서 의견을 내라며 압박을 가했지만, 국민장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어떻게 국민장이 끝나고 내란 말인가. 특히 국민장은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결정하도록 관련 법에 규정되어있다. 나는 국무위원들에게 국민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전했던 것이다.

또한 예능프로그램이 모조리 결방되고, 상업 포털이 검은배너를 걸고 있는 현상에 대해 평생 미국과 미국인을 위해 살았던 미국의 포드 대통령의 검소한 장례 분위기를 예로 들며, “이런 상황이 바로 대통령 중심의 권위주의, 그리고 후진적”이라 비판했다. 박부장은 이러한 나의 의견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상당수 국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의지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무례한 일이다”라 비판했다.

나는 이러한 박부장의 비판이 조선일보 부장으로서 너무나 수준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장을 반대했고, 과도한 추모 분위기 자체가 권위주의의 산물이라 분석했다. 그렇다면 박부장은 나를 비판하기 전에 노대통령 장례식은 국민장으로 치러야 하고, 과도한 추모 분위기는 선진적이고 탈권위적이라는 근거들을 제시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논리적 단계를 건너뛰고 무작장 내가 정치적 해석을 했다고 비판한 것이다.

박부장과 조선일보의 정치적 목적은 친노세력에게 면죄부 받는 것?

나는 오히려 박부장의 글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이고 비열하다 판단했다. 박부장이 예로 든 진중권씨의 자살세 발언은 바로 본지와 자매사이트 빅뉴스에서 처음 문제 제기했던 것이다. 박부장도 아마도 빅뉴스 등을 통해 이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씨의 발언과 나의 발언을 같은 맥락으로 나열하면 안 된다. 이것은 성실하게 자료를 모아서 써야할 논객의 윤리적 의무를 저버린 행위이다. 나의 원칙은 정몽헌 회장, 남상국 사장의 자살 건도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그와 똑같이 평등한 사람으로서 노대통령의 자살 건도 과도하게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반면 진씨는 똑같은 사람의 죽음을 모두 정치적 해석 이중적 잣대로 접근했다. 박부장은 빅뉴스의 기사를 통해 분명히 이 차이점을 알았을 것인데도, 이를 무시했기 때문에 비열하고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만약 몰랐다면 조선일보 부장의 자격도 없다.

나는 박부장의 정치적 목적이 “조선일보는 노대통령의 국민장을 비판하는 보수논객들과 달리 노대통령을 진심으로 추모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라 판단했다. 특히 그 상황에서 나는 인터넷에서 친노세력의 정적이 되어있었다. 구태여 전혀 입장이 다른 진중권씨와 나를 함께 끌고 들어간 것은 친노의 정적이 된 나를 비판하면서 조선일보가 면죄부 얻을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것이다. 외부칼럼도 아니라 데스크 칼럼에서 말이다. 그게 오해라면 지금이라도 박부장은 대체 나의 글에 무슨 대목이 정치적라는 것인지 직접 해명하면 된다. 그것을 해명하지 못하면 논리력이 부족한 것이고, 역시 조선일보 부장의 자격이 없거나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좌파언론들 “조선일보가 변희재 버렸다” 선동 시작

조선일보와 내가 비판을 주고 받자 좌파 언론인 프레시안과 뷰스앤뉴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치고 나왔다. 프레시안은 ‘조선일보, 변희재 버리나?…변 씨 난 100% 이해했었는데’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뷰스앤뉴스는 ‘변희재 <조선> 박은주, 비열하고 엽기적’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빅뉴스와 진보신당 등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조선일보가 역시 변희재를 버렸다”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나는 조선일보에 칼럼을 기고한 뒤부터 이른바 진보좌파 지인들로부터 “조선일보에 이용만 당하고 토사구팽당할 것”이란 말을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 박부장의 나에 대한 비판은 이들에게 너무나 좋은 구실을 제시해주고 말았다. 나는 그러니까 서로 비판하지 말고 잘 지내자는 게 아니다.

노무현 정권 이후 조선일보가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는 함정은 정치성이다. 조선일보가 그 어떤 좋은 기사를 쓰고 칼럼을 게재해도 이를 순수하게 보지 않고 있다. 이것은 조선일보가 사운을 걸고 해결해야 한다. 그 전제는 조선일보가 먼저 남의 글도 순수하게 받아들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우파 인사들이 조선일보에 대해 배신감을 토로할 때도 “어차피 노대통령과 정적이었던 만큼 최소한의 애도를 표할 수밖에 없지 않냐”며 조선일보를 순수하게 이해주려 노력한다. 조선일보 부장이 나의 글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치적 해석을 덧붙인 게 나는 믿기지 않는다. 배신당했다는 뜻이 아니고 답답함이다. 단지 칼럼 하나로 조선일보가 나를 비판하니 배신과 토사구팽 등 온갖 정치적 해석이 등장하는 이 현실을 아직도 모른단 말인가. 그리고 이 현실을 돌파하는 방법은 순수함밖에 없다는 것도 모른단 말인가.

아직도 짙게 깔려있는 안티조선의 잔재를 완전히 걷어내려면 필자와 언론사가 서로 순수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안티조선의 근거가 “조선일보가 진보 필자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정치색을 숨긴다”였다는 점을 벌써 잊었는지 모르겠다. 언론사는 순수하게 좋은 글이라면 이념에 관계없이 받고 필자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라면 언론사의 편집방향을 따지지 말고 기고해야 한다. 언론사와 필자와의 관계에서 이용이니, 배신이니 토사구팽이니, 보복이니 이런 말이 나오면 안 된다.

미디어워치가 조선일보 엔터테인먼트부 비판해도 보복이라 보지 마라

주간 미디어워치에서는 조선일보 엔터테인먼트부의 기사의 문제점에 대해서 한 달 전부터 논의하고 있었다. 본지의 대표인 나와 이문원 편집장은 대중문화평론가 출신이다. 그래서 조선일보 엔터테인먼트 부의 기사를 생산적 혹은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기사를 준비 중이었다. 이 기사가 나갔을 때 배신당한 내가 조선일보에 보복한다는 말들이 나올까 두렵다. 서로 순수하게 봐주고 순수하게 해석하는 노력을 하자. 그게 바로 2009년 버전의 진정으로 필요한 언론개혁이다. / 주간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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