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이하 미디어위)의 민주당 추천 양문석 위원이 본지에 ‘방송사 임명직 거부 선언에 대한 변희재의 입장에 대해’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양위원은 아직 제대로 자리도 잡히지 않은 미디어워치의 원고요청에 선뜻 응한 것은 물론 향후 고정칼럼도 기고해주겠다는 의사까지 전해주어, 본지 대표로서 감사의 뜻을 전한다. 그 점에서 양위원의 문제의식을 더욱 더 생산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답글을 쓰는 것이 예의라 믿고 의견을 덧붙이겠다.
양위원은 MBC, KBS, EBS 등의 이사직이 봉사직이 되기에는 너무 누리는 것이 많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로 이러한 이사직 감투 때문에 미디어위의 위원들이 소신 발언을 할 수 없고 추천 정당의 눈치를 보고 있으므로 20명 전원이 임명직 거부하자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즉 양위원의 문제의식은 공영방송의 이사직은 현실적으로 감투가 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미디어위가 제대로 진행이 안 된다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19명이 거부선언할 때 단 한 명의 양심은 어떻게 되는 건가
먼저 후자부터 이야기하자. 나는 미디어위의 위원들이 공영방송 임명직으로 갈 수 있는 개연성 혹은 분위기마저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에 개별 위원들의 양심까지 재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나의 자유주의 사상에 위배된다. 20명 중 단 한 명이라도 정말로 공영방송의 임명직을 맡아 봉사할 뜻이 있다면, 19명 전원이 이의 양심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만약 19명이 임명직 진출 거부선언을 했을 때, 남은 한 명의 양심이 짓밟히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러므로 20명 전원의 양식을 우리 모두 선의로 이해해주되, 최대한 위원들의 자율적 판단과 발언이 보장될 수 있도록 다른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 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전자, 즉 공영방송 임명직이 감투화 되어버린 이 현실을 개혁하자는 데 초점을 맞추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양위원이 보다 솔직하게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노무현 정권 당시 진보좌파 진영의 언론단체 인사들이 대거 감투를 썼던 현실 말이다. 내가 알기로는 양위원은 시종일관 제대로 계획을 잡고 제대로 일하자는 주장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에 노무현 정권 당시 임명직을 좌지우지했다는 평을 듣는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의 이름이 거론될 때도, 양위원은 제대로 계획잡고 제대로 일하자고 최총장을 지지했던 것으로 안다. 그러한 양위원의 원칙을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해보자는 것이다.
그 원칙에 따라서 노정권 때 임명된 진보좌파 언론단체 인사들이 들어가서 정말 제대로 일을 했느냐는 질문을 하고 싶다. 나의 문제의식은 제대로 일을 안 했기 때문에 감투화 현상이 더욱 더 심해졌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 자리는 감투이니 모두 거부 선언하자”보다는 양위원의 본래 문제의식을 살려 감투가 되지 않도록 힘을 합쳐보자는 것이다.
내가 회장으로 있는 청년기업가들의 모임 실크로드CEO포럼은 지난해 31살의 벤처창업가 장원혁 사업기획원장을 KBS 사장에 지원시켰다. 뉴미디어 시대에 인터넷 벤처창업 경영 전문가가 KBS 사장을 맡아 제대로 경영해보겠다는 뜻이었다. 또한 국제비즈니스를 하는 김민준 이사를 KBS 시청자위원에 지원시켰다. 청년기업가들의 시각을 KBS의 프로그램에 반영하겠다는 뜻이었다. 둘 다 임명되지 못했다.
실크로드CEO포럼의 입장에서는 지난해와 똑같이 KBS, MBC, EBS 이사직은 물론 시청자위원회에 또 다시 지원을 해야하고, 이는 모두 결의된 사안이다. 우리의 방식은 정정당당히 활동계획서를 공개하고, 필요하면 시민단체 주최의 공청회도 모두 참여한다는 것이다. 임명되었을 시 활동사항도 모두 공개할 것이다. 우리의 시각으로 볼 때, 노무현 정권 때 감투 자리는 대개 386세대들이 독차지했고, 재대로 일을 하지 않고, 정권과 노조의 눈치에 따라 놀고 먹었다고 보고 있다. 우리가 직접 지원하여 이런 현상을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뜻을 이해한다면 양위원이 오히려 우리의 임명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양위원에게 오히려 역으로 제안하겠다. 8월로 다가온 MBC 방문진의 이사직 만큼은 감투가 될 수 없다. 양위원도 잘 알듯이 MBC노조가 범 중도우파 성향의 이사를 순순히 인정할 리가 없다. 더구나 엄기영 사장의 해임건이 언제든지 터져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설사 한 자리 해먹겠다는 뜻이 있는 사람이라도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 방문진 이사직은 기피할 거라 본다. 그래서 방문진 이사 만큼은 우리 회원사들을 대표해서 회장인 내가 직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만약 임명된다면 최우선적으로 포털에 뉴스콘텐츠 등을 헐값에 넘기고 있는 MBC의 비상식적인 인터넷경영부터 뜯어고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속속 드러나는 ‘100분토론’의 조작사례를 심층 감사하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다. 경영적으로나 공영적으로 MBC를 주인인 국민의 품으로 돌려줄 것이다.
나는 이러한 우리의 MBC 경영개선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여, 우리와 생각이 다른 양위원의 단체인 언론연대나 심지어 언론노조와도 얼마든지 사전 토론할 의지가 있다. 실크로드CEO포럼이나 미디어발전국민연합과 언론연대, 언론노조 등이 함께 방문진 이사 후보자들을 초청 공청회를 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이것이 형식적으로 반드시 올바르다 보지는 않기에 원하는 자만 초청하면 된다. 만약 내가 언론노조나 언론연대와 방문진 이사직 임명을 놓고 함께 논의하게 되었을 때, 방통위원회의 인사 결정권자들이 좋게 봐줄 수 있을까? 즉 내 방식으로 하면 아마도 나의 임명 가능성은 점차 낮아질 것이다. 그래도 하겠다는 것이다. 반드시 임명이 되겠다는 뜻이 아니라, MBC의 경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널리 알리고, 결코 방문진 이사직은 감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나의 메시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이다.
양문석, 이준희, 도형래 등도 함께 방문진 이사직에 지원하자
그 점에서 어차피 20명 위원 전원의 동의가 불가능하고 올바르지도 않은 임명직 거부선언보다는 나와 문제의식이 비슷한 양위원이 나와 함께 방문진 이사직에 지원하면 어떻겠는가? MBC에 대한 생각이 달라도 같이 토론하면서 서로 공감대를 넓혀보자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386 이후의 세대에게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인터넷기자협회 이준희 회장이나 공공미디어연구소의 도형래 연구원도 함께 지원하면 어떻겠는가. 386세대야 그간 한자리씩 해먹었으니 관두자 할 수 있지만, 그 이후의 세대에게는 기회조차 없지 않았는가.
나는 양문석, 이준희, 도형래 등이 자신의 MBC 경영계획안을 만들어서 공개토론을 시작하면 우리가 임명되지 않더라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공공임명직은 결코 감투가 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적극 퍼뜨려보자는 것이다. 양위원의 적극 동참을 기대한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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