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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선의 페미니스트 풍자는 안 되는가

여성단체들은 이미 권력이라는 점을 인정하라

* 자유토론방의 훼드라님의 글입니다.


“ 선생님의 말씀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 대관절 전설의 고향에서 저승사자가

어쨌다굽쇼~~~ ? 그렇다면 저승에 저승사자는 있는데 왜 저승호랑이는 없단

말입니까아~~~ ? 도대체 이 땅의 일만이천 저승호랑이는 누구에게서 인권

을 보장받아야 한단 말입니까 !!! 정부는 저승 호랑이들의 인권과 평등권을

보장하라 !!! ”


“ 보장하라 !!! 보장하라 !!! 보장하라 !!! ”


벌써 8,9년 정도가 지난 일이지만 2천년대 초반무렵 개그콘서트의 봉숭아 학당에서 개그맨 박성호가 연기하던 ‘ 운동권 학생 ’ 캐럭터가 있었다. 벌써 10년 가까이가 지난 일이라 당시 박성호가 하던 꽁트의 구체적인 대사까진 기억이 안 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대략 이러했다. 가령 봉숭아 학당 선생님이 어떤 주제를 놓고 한창 강의를 하다보면 마무리쯤에 가서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박성호가 분연히 일어난다. 그리고는 선생님 강의내용의 말꼬리를 하나 붙잡고 선동구호를 외치는 것이다.

하지만 봉숭아학당에서 박성호가 외치던 구호와 주장은 앞에 잠시 예를 든것처럼 대개는 황당무계한 것들이었다. 전국의 1만2천 파리,모기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느니, 바퀴벌레의 뭘 보장하라느니 하는식으로.

개콘에서 박성호가 운동권 학생 캐럭터를 연기할 때, 시청자와 관객들은 아무런 생각없이 따라웃고 박수쳤다. 하지만 박성호의 캐럭터는 어떻게보면 자칫 운동권 학생을 어딘가 덜 떨어진 사람으로 보이게 하고 결국 운동권의 이미지를 흐리게하고 비하한다는 지적을 받을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박성호의 캐럭터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비난하고나 비판한 사람은 없었다.

사실 전두환이나 노태우 정권때 코미디 프로에서 박성호 같은 캐럭터가 나왔다면 혹시 운동권 이미지를 흐리게하려는 정권차원의 어떤 개입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을수도 있었을것이다. 하지만 박성호가 개콘에서 운동권 학생을 열연했던 시절은 김대중 정권때였다.

얼마전 ‘ 민주언론 시민연합 ’에서 개그콘서트를 2008년의 나쁜방송으로 지정하였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사례로 대포동 예술극단과 봉숭아학당의 박지선 캐럭터등이 지적을 받았다. 박지선 캐럭터가 나쁜방송의 사례가 된 이유는 여성과 외모를 비하한다는 점이었다.

헌데 박지선 캐럭터가 과연 여성의 외모를 비하한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실상 개콘에서 박지선은 여성학자 캐럭터로 꽁트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살펴보다보면 은근히 여성단체나 페미니스트들을 풍자하는 측면이 담겨져있다.

사실 박지선 캐럭터가 나쁜방송의 사례로 지적을 받은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미 그보다 한달여 앞서 KBS의 옴부즈맨 프로인 ‘ TV 속의 TV '에 한 시청자 단체 여성패널이 나와 박지선의 개그를 신랄하게 비판한적이 있기 때문이다.

박지선의 개그가 나쁜방송(?)의 사례로 지적받은게 여성의 외모를 비하했다는 이유라기 보담은 혹시 괘씸죄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드는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다. 박지선의 개그를 지적한 민언련이나 혹은 여성단체,시청자 단체 관계자들에게 한번 진지하게 묻고싶다. 귀하는 수년전 개그콘서트에서 박성호가 열연한 운동권 학생 캐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 기억엔 박성호가 개콘에서 연기할 때 그의 연기가 운동권 학생의 이미지를 흐리게 한다고 해서 비판하거나 비난한 목소리는 없었다.

만약 박성호의 캐럭터가 운동권 학생을 비하했기에 불쾌했고, 또한 박성호의 개그가 운동권의 이미지를 흐려놓고 있기 때문에 비판받아야 한다면 같은 잣대로 여성운동가를 풍자하고 있는 박지선의 개그도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박성호가 할때는 아무런 생각없이 깔깔대고 웃었으면서 이제와 새삼 박지선의 여성운동가 개그를 비난한다면 그것은 분명 이중잣대다.

사실 운동권 학생을 풍자한 박성호나 여성운동가를 풍자하고 있는 박지선의 개그는 또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두 사람 다 그와같은 개그를 통해 무슨 실존하는 심각한 정치,사회 이슈를 다루는것이 아닌 ‘ 대통령 성대모사 ’ 수준의 그저 단순한 개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실 박지선과 같은 캐럭터는 새삼스러운것이 아니기도 하다. 엇비슷한 설정이 예전에도 있었다. 20여년전 ‘ 네로 25시 ’란 콩트에서 네로황제의 부인 날라리아로 나온 임미숙이 하던 개그도 박지선의 그것과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날라리아의 그와같은 개그가 인기일때도 일각에선 그런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여성단체나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에도 (날라리아의 주장처럼) 무리하거나 황당한 주장이 있는것은 아닌가하는. 하지만 임미숙이나 박지선이나 여성운동의 어떤 심각한 문제점 같은것을 제기하는것은 아닌 앞에 언급한바와 같은 대통령 성대모사 수준의 그저 단순한 개그다.

사실 20년전엔 나도 임미숙의 개그엔 좀 불쾌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천년대는 그때와 다르다. 그동안 여성의 사회적 지위도 많이 향상되었고 무엇보다 여성단체의 사회적 영향력과 힘도 커지지 않았는가 ? 쉽게 예를들어 청소년 선도나 TV 시청자 모니터링 같은것을 주도하는 단체들이 거의가 다 여성단체들 아닌가.

따라서 여성단체들도 이젠 자신들이 우리사회의 권력의 일부분으로 성장해 있음을 인정해야한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것은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그리고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들의 모습을 풍자하는 개그를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아량도 가져야한다.

이제 다시한번 진지하게 박지선 개그를 나쁜방송의 사례로 지적한 민언련과 여성단체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박지선 개그가 여성의 외모를 비하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지적을 한건지. 아니면 여성학자 캐럭터로 나와 개그를 한 박지선에 대한 일종의 괘씸죄는 아닌지. 만약 박지선의 개그가 여성운동이나 페미니스트의 이미지를 흐리게 한다고 해서 비판받아야 한다면 같은 잣대로 8,9년전 박성호가 했던 운동권 학생 캐럭터도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박성호가 할땐 그저 아무생각없이 웃고 박수쳤다면 박지선의 개그도 박성호처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개그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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