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문제적 인간들의 쿨하지 않은 30대>

서유미 장편 '쿨하게 한걸음' 출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서른살 이후 인생이란 날개를 활짝 펴고 그 궤도를 따라서 멋지게 비행만 하면 될 거라고 기대했다. (중략) 그런데 서른셋씩이나 되고 보니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삼십대는 빛나지도 않고 젊음의 절정도 아니며 여전히 바람과 파도가 아슬아슬하게 키를 넘기는 태풍 속일 뿐이다. 안정적인 궤도라는 것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루어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66-67쪽)
지난해 문학수첩 작가상과 창비 장편소설상을 잇따라 거머쥐며 문단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서유미(33)씨가 창비 장편소설상 수상작이기도 한 두번째 장편 '쿨하게 한걸음'(창비 펴냄)으로 돌아왔다.
연수는 서른셋을 눈앞에 둔 크리스마스 이브에 2-3년을 만난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피인수설이 도는 회사도 스스로 그만 둔다.
새삼 찾아온 두번째 사춘기 탓에 캐러멜라떼 한잔 사 마시지 못하고 아버지 환갑 여행을 위해 적금 대출을 받아야하는 누추한 삼십대를 맞게 된 연수.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정표와 목적지가 사라진 도로 위에 망연히 서 있는 기분이었다. 뒤에서는 끊임없이 경적소리가 들려오고 낯선 차가 내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면서 욕설을 퍼붓는다. 누군가는 차창 밖으로 가운뎃 손가락을 치켜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머뭇머뭇, 핸들을 어디로 꺾어야 할지 모르겠다."(92쪽)
모습은 다르지만 연수 주위의 삼십대들도 나름의 고민을 안고 살긴 마찬가지다.
동갑내기 사촌인 연재는 빼어난 외모 덕에 좋은 남자에게 일찍 시집 가서 두 아이를 낳고 50평대의 아파트를 분양 받아 살고 있지만 뒤늦게 찾아온 성장통에 우울을 안고 산다.
연수의 '베스트 프렌드'인 선영은 자유분방했던 이십대를 뒤로 하고 조건 좋은 안과의사와 결혼하는 '현실적인' 삶으로 방향을 바꾼다.
그리고 이 소설 속 가장 극적인 인물이기도 한, 재취업을 준비 중인 연수의 구립도서관 '밥 친구' 동남이 있다.
"두 명의 사회부적응자는 구립도서관 앞에 서서 말없이 하늘을 쳐다보았다. 사회라는 원(圓)이 너무 작아서 원래 이렇게 비집고 들어가기가 힘이 드는지. 원의 크기 같은 건 상관없이 거기에 들어가기는 글러먹은 인간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봤다."(144쪽)
불안과 고민이 삼십대의 전유물만은 아닌 것이 은퇴 후 취업전선에 나서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한 아버지는 사추기(思秋期)를 맞았고 대학 가지 못한 한을 품고 있는 어머니는 갱년기에 괴로워하고 있다.
연수처럼 올해로 서른셋을 맞은 작가는 이 같은 '문제적 인간들'의 이야기를 경쾌하고 흡인력 있는 문체와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요즘 소설 같지 않게 착하고 반듯한, 그래서 더 우리 이야기 같고 실감나게 읽히는"(소설가 강영숙) 소설이라는 평을 받기도 한 이 소설은 연수가 정신적 방황을 접고 '쿨하게 한걸음' 내딛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나의 서른셋 이후는 과연 어떤 풍경이 될까. 그것이 궁금해졌다. 나는 한번 멋지게 꾸려가보기로 했다. 숨을 가다듬고 일보 전진하면서! 절대로 삶이 아무런 의미도 없이 막을 내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252쪽)
272쪽. 9천800원.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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