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 김효석 원내대표, 정동영 전 장관, 강금실 최고위원 등 당 중진 및 지도부가 수도권 출마 쪽으로 점차 기울어지고 있는 가운데 박상천 공동대표의 거취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단 박 대표는 자신의 고향인 전남 고흥ㆍ보성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해 놓은 상태. 그러나 당 안팎에서 지명도가 있는 정치인들의 수도권 배치를 통한 ‘흥행 벨트’로 당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면서 박 대표 측은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민주당의 공천쇄신 의지는 중진 의원의 선거구 배치와, 국정실패 세력 배제, 개인비리 전력자들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표의 수도권 출마는 더욱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박재승 공천위원장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내 중진들의 수도권 출마를 강력하게 종용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 측은 “줄곧 고흥ㆍ보성에서 정치를 한 박 대표와 지역구가 따로 없는 손학규 대표, 정동영 전 의장, 강금실 전 장관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와 관련, 박 대표 측은 성명서 발표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앞 다 투어 수도권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경우, 구 민주당의 핵심세력인 박 대표의 고립이 현실화 될 전망이어서, 그의 거취에 대한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대표도 다른 예비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3일 당산동 당사에서 10여 분간 혹독한 면접을 치렀다. 전날 ‘당 지도부 수도권 출마론'에 반발해 면접 불참 후 이뤄진 것이었다. 당 일각에서는 “공천혁신을 통해 당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우를 따지는 건 오만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자리에서 첫 질문은 최근 박재승 공심위원장이 방송 인터뷰를 통해 당 간판급 인사들의 수도권 출마론을 꺼낸 것을 박 대표 측이 적극 반박한 것과 관련, “박 위원장을 비판한 이유가 뭔지 설명해 달라”는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박 대표는 “당 대표가 어디로 출마하느냐 하는 문제는 총선전략인 데, 선거 전략과 관련된 문제를 귀띔도 없이 언론에 얘기한 것에 대해서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 대표는 “왜 고흥ㆍ보성에 출마하려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중앙당에서 총선 역할을 분담하면서 손학규 대표는 수도권, 나는 호남에서 총선을 지원하는 게 낫다는 참모들 간에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한편 박 대표가 지역구 출마 보다는 비례대표 4번 정도를 원하고 있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지만, 현재 당 내 상황으로 볼 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박 대표가 공천을 받아 지역구에 나설 경우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지역정가에서는 박 대표가 전남 고흥ㆍ보성에 출마할 경우, 낙선운동에 돌입하겠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 대표와 같은 지역구 공천에 나선 장성민 전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심위가 해당지역 주민 1천∼2천명만 만나 물어보면 답은 간단하다. 주민들 90%가 그만둬야 한다는 게 화두"라며 ‘호남 물갈이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여기다 전남 고흥ㆍ보성의 현역인 신중식 의원의 지역구를 지키기 위한 강력한 의지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이 지역의 시 의원들이 신 의원은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위원장의 공천쇄신 의지가 연일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가시방석에 앉은 박 대표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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