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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북미 '오케스트라 외교'에 기대한다



(서울=연합뉴스) 마침내 미국 국가가 북한 땅에 울려 퍼졌다. 미국 문화를 대표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6일 저녁 평양에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뉴욕필은 동평양대극장에서 북한과 미국의 국가,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3막 서곡,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 등을 차례로 연주했다. 앙코르 곡으로는 '아리랑' 등이 연주됐다. 무대에는 두 나라의 국기도 양편에 나란히 게양됐다. 뉴욕필의 평양 공연은 단순한 공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서로 적대적 관계에 있던 북한과 미국이 음악을 매개로 하여 교류를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다방면에서 교류가 활성화되어 북한이 세계로 문을 열고 나가기를 바란다. 또한 30여년 전 미국과 중국 간 외교관계 수립을 이끌어 냈던 '핑퐁 외교'처럼 이번 공연이 북미 관계의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한다.



뉴욕필의 평양 공연은 미국으로서는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라 불렀던 북한에 대한 화해의 손짓이 아닐 수 없다. 공연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미 국무부가 적극 나서서 결국 성사됐다고 한다. 공연에 앞서 자린 메타 뉴욕필 사장은 "이번 공연이 북미 국교 정상화에 기여하기 바란다"는 기대를 표명했다. 그는 크리스터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뉴욕필의 이번 공연을 적극 지원했다고 소개하고 "힐 차관보는 이번 평양 공연이 북미 국교 정상화에 좋은 발걸음이 될 것으로 생각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뉴욕필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로린 마젤도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에서 한반도에 긴장 완화와 영구적인 화해 등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고 이번 공연이 미국에 대한 북한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도 이번 뉴욕필의 공연을 위해 최대한의 성의를 보였다. 미국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의 연주를 순순히 승낙했으며 TV로 북한 전역에 생중계하도록 했다. 메타 사장은 "북한이 평양 공연을 앞두고 평양 거리에 보이던 반미(反美) 선전물 일부를 철거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 수십 년 간 '미제(美帝)'라고 해서 미국을 증오하고 두려워하도록 교육받아 온 북한 주민들이 생중계를 통해 미국의 국가를 듣고 미국 국기가 걸려 있는 모습을 보며 어떤 충격을 받았을지 궁금하다.



냉전 시절 미국의 오케스트라들은 공산권 국가 방문 공연을 통해 화해 분위기를 조성했다. 1956년 보스턴 심포니의 옛 소련 공연, 1973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중국 공연처럼 이번 공연도 또 하나의 '오케스트라 외교'로 기여할 것이다. 뉴욕필의 평양 공연은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문제만 풀린다면 북미 관계가 급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메타 사장은 "뉴욕 필하모닉에게는 평양 공연이 작은 발걸음에 불과하지만 남북 통일을 위해서는 위대한 발걸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이 북미 문화 교류 활성화의 계기가 되고 나아가 양국 간 신뢰 구축과 해빙 무드 조성에 이바지하는 결과를 낳기 바란다. 아름다운 선율이 동토(凍土)를 녹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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