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공천심사가 진행되면서, 점차 후보군이 압축되고 있다. 특히 금고형 이상의 실형을 받은 자는 원천적으로 공천을 금지시킨 기준에 따라, 의외로 현역 의원들이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금고형은 아니지만, 이러한 원칙적인 기준이 벌금형 부과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박성범 현역 의원과, 허준영 전 경찰청장 등이 각축을 벌이는 서울 중구가 관심 지역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허준영 전 청장은 노무현 정권에서 일을 해왔기에 더욱 그렇다.
허 전 청장은 치안비서관에 임명된다. 그뒤 농민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망 사건이 발생하자 사표를 제출한다.
허 전 청장이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그의 공직 생활을 정리한 <폴리스 스토리>라는 책을 펴내면서부터이다. 그는 이 책에서 “청와대 386 비서관들은 처음에는 소주를 마시다, 몇 달 안 돼 1인당 10만원이 넘는 고급 호텔 음식은 물론 양주도 잘 마셨다”며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주·양주’ 문제는 지엽적인 거다. 386에겐 국가경영에 필요한 경륜이 부족했다. ‘선무당이 칼 잡은 격’이었다. 경륜이 없으면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그것도 부족했다. 청와대 비서실 구성은 직업 관료나 전문가 등 브레인으로 다수가 채워져야 한다. 386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다” 386들의 정치 스타일 자체를 비판했다.
허 전 청장은 재직 당시,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 문제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신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러한 그의 개혁성 탓에 친노 웹진 서프라이즈의 황동렬씨조차, 그의 정치활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허 전 청장과 공천 경쟁을 하고 있는 박성범 의원은 KBS 기사 출신으로 대중적 이미지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아킬레스건은 지자체 선거 당시 공천 문제로 7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사건이다. 물론 한나라당의 공천 신청 기준은 금고형 이상이지만, 심사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은 얼마든지 더 강화될 수 있다.
그러나 박성범 의원 측은 야당 시절에 불이익을 받은 것을 또 다시 새로운 공천심사에 고려한다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 반발하고 있다. 당 내에서는 김석준 의원 등 상당수가 벌금형 선고를 받은 바 있어, 동정여론 몰이도 가능하다 판단하고 있다.
한편, 허준영 전 청장과 박성범 의원 모두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 일을 해와, 친박과 친이 갈등에서는 모두 벗어나 있다. 오히려 허준영 청장의 경우 노무현 정권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최종찬 전 건교부 장관, 김희상 전 국방보좌관 등, 노정권 당시의 테크노라트들의 얼마나 약진하느냐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까지는 이들 모두 공천의 1차 관문을 통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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