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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코리아>(8)저출산.고령화 방치땐 `한국호' 좌초

2005년 출산율 세계 최저..정부ㆍ기업 공동노력 필요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전대미문의 파고를 넘지 못하면 선진강국으로의 도약은 커녕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명맥조차 유지하기 어렵다는 데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선진국의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이 무거운 짐을 덜어내지 않고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을 뿐 만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호'는 결국 좌초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이미 발등에 불은 떨어졌다. 하지만 해법을 찾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아 보인다. 사회경제적, 문화적, 교육적 요인뿐 아니라 세월의 흐름에 따른 급격한 가치관의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있는 다차원 방정식인 탓이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되는 사소한 문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단지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 전체 차원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달라진다.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폭발적인 사안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후세대 1명이 부모세대 2명을 부양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불거졌고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출산율 세계 최저= 저출산 문제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만 15∼49세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는 평균 자녀 수)은 1983년 이미 기존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인구대체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이후 20여년간 저출산 현상은 지속됐고, 2001년부터는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인 초저출산 사회로 진입했다.

2005년에는 세계 최저수준인 1.08명으로 추락했다. 이 시기의 출생아 수(44만명)는 1980년(87만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문제는 합계출산율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에 따라 소득과 고용 불안정으로 결혼연령이 상승하면서 가임기간이 단축되고 불임이 증가하며, 여기에 출산과 육아부담이 가중되면서 주요 출산연령층(20∼34세)의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25∼34세 연령층이 직면한 불안정한 고용여건이 결혼과 출산을 연기하거나 기피하는 상황으로 이어져 저출산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 총 인구는 2020년 4천996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영양과 건강상태 개선, 의료기술의 발전 등에 따른 평균수명 연장으로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는 꾸준히 증가해 2005년 현재 전체 인구의 9.3%에 달했다. 지난 1971년 62.3세에 그친 평균수명은 2005년 77.9세로 급상승한 데 이어 2020년에는 81세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의 고령화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50년께 노인인구비율이 37.3%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가장 빠른 고령화로 우리나라는 2000년에 노인인구비율이 7%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화사회'로 들어선 데 이어 2018년 노인인구비율이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이어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노인인구비율 20% 이상)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노인인구는 2005년 437만명에서 2020년 782만명, 2030년 1천190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회의 노화현상 심화와 맞물려 성장동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사회의 지속발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한국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해 경제활력을 떨어뜨리고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생산가능인구가 1% 증가하면 1인당 실질GDP(국내총생산)는 0.08%포인트 증가하는 반면 노인인구가 1% 늘어날 땐 0.041%포인트 감소한다는게 IMF(국제통화기금)의 분석이다.

국내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3천650만명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생산가능인구의 평균연령도 2005년 38세에서 2020년 41.8세, 2030년 43.1세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산업현장 근로자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돼 40대 이상 근로자 비중은 1980년 15.7%에서 2004년 39.5%로 증가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향후 경제활동인구 감소는 인력수급에도 차질을 초래해 2015년 63만명, 2020년 152만명의 노동력 공급 부족 상황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0년 5.08%에서 2020년 3.04%로 떨어지고 2040년에는 1.53%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회적 측면의 부작용도 만만찮다. 세금과 사회보장비 부담 문제를 두고 세대간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05년 생산가능인구 8.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으나 202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4.6명이, 205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등 젊은 세대의 노인 부양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 가입자는 2015년을 꼭지점으로 감소하는 반면 노령연금수급자는 꾸준히 증가해 연금기금 고갈 등 재정불안을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된다. 노인 의료비 증가도 한국사회를 위기로 몰아넣는 시한폭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 건강보험 가입자 가운데 노인인구 비율은 8.3%이지만 진료비 비중은 24.4%로 확대됐다. 따라서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건강보험재정문제는 한국사회가 떠안아야 할 엄청난 부담요인이 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매머드급 카드 꺼내들었지만..재원 확보가 `관건'= 정부는 저출산 기조에다 고령화 경향이 겹치면서 빚어내는 성장동력 상실과 국력 약화, 사회활력 쇠락, 후(後)세대의 과중한 부담에 따른 세대간 갈등 가능성 등의 총체적인 사회경제적 문제를 풀기 위해 2006년 7월 모든 부처를 망라하는 방대한 대책을 내놨다.

`새로마지 플랜 2010'로 명명된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은 2010년까지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기반을 구축하고 2015년까지 점진적인 출산율 회복과 고령사회 대응체계를 확고하게 구축하며 2020년까지는 합계출산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수준인 1.6명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反) 출산.양육 환경'을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구조를 바꾸고, 고령사회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반을 공고히 하는 한편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사회경제 전반의 개혁을 통해 모든 세대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 책임을 강화해 가족과 사회, 국가가 함께 아이를 낳고 키우는 시스템을 확립하며, 가족친화, 양성평등 사회문화를 조성해 출산과 양육의 책임이 여성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고, 미래세대 육성을 사회투자를 확대해 아동과 청소년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또 건강하고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다층적인 소득보장체계를 갖추고, 보건의료서비스 전달체계를 개선해 사전 예방적 건강관리활동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회의론도 적지 않다. 정부 대책은 각종 정책을 총동원 했다는 측면에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재원 한계 등으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간 각 부처에서 내놓았거나 시행하고 있는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취합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혹평마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 해결의 관건인 `실탄 확보'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2010년까지 32조746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새 사업에 쓰일 예산은 1조3천여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기존 사업을 확대 시행하는 것으로 실제 투입되는 신규 재원은 많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재원 마련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불요불급한 재정지출 억제, 비과세 및 감면제도 신설 억제, 자영업자 소득 파악율 제고, 세수기반 확대 등을 통해 재원을 끌어모으겠다는게 정부의 구상이지만 조세 저항 등 주변 여건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심각성 깨닫고 기업들도 힘 보태야" = 저출산 문제 해결은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는 버거운 게 사실이다. 사회 전체가 나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김종해 교수는 "사회구조와 문화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영원히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시늉만 낼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마련해 실질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나아가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애를 낳아서 키울 수 있도록 공교육 기반을 확충하고 출산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고용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개발원 장혜경 박사는 "노동시장과 복지정책, 산업, 가치관의 변화 등이 맞물려 있어 어느 한가지 대책으로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또 쉽게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국민 모두가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나의 문제'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육아와 노후 부담을 국가와 사회, 기업, 개인이 분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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