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신당 신당의 경선이 정동영 후보의 독주 속에, 서서히 파행 조짐이 보이고 있다. 노대통령의 명의도용 지시자가, 정동영 후보 측의 서울시 구의원이라는 점이 밝혀졌고, 손학규 후보 측은 정후보 지지자들의 집단폭행 혐의에 대해 당지도부에 공식 항의했다.
이중 크게 문제가 될 부분은 역시 대통령 명의도용이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모 PC방에서 노대통령을 비롯하여 유명인사의 명의를 도용하여 선거인단에 등록시킨 대학생 3명을 검거, 이들의 배후에 서울시 구의원 정모씨가 사주했다는 점을 밝혀냈다. 선거인단 조직동원에 대해서는 수차례 비판이 있었으나, 이번 건은 대통령의 명의가 도용되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심상치 않다.
또한, 부산에서 정동영 후보 측의 지자자 150여명이 차량동원 등의 전략을 세우도, 손학규 후보 측 정봉주 의원에게 적발당하자, 폭행했다는 의혹도 간단한 상황이 아니다. 정봉주 의원 측은 사진 등 증거자료를 당 지도부에 제출했다.
이번 여권 신당의 선거에서 유일한 친노후보 이해찬의 부진은, 노대통령과 친노세력에 큰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5년간의 국정을 성공적이라 자부하는 친노세력 입장에서는 이를 대변할 후보가, 자당의 경선에서조차 꼴찌로 처져있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정가 일각에서는 만약 10월 5일 예정된 1차 모바일투표와 전북 경선에서조차 이해찬 후보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노대통령 차원에서 특단의 조처가 있을 거라는 예상이 분분하다.
우선, 김혁규 의원 등이 주도하는 영남친노신당의 창당이다. 만약 이해찬 후보가 패할 경우, 친노세력이 대거 탈당하여, 김혁규 의원을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하여 선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현행 선거법 상, 한 당의 후보로 등록하여 경선에서 패하면, 출마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해찬 후보 대신 아직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김혁규 의원을 친노주자의 대표선수로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사실 상의 경선불복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노대통령이 후보로 선출될 당시, 경선을 중단하고, 탈당한 이인제 후보에 대해 친노세력이 집중 비판한 전력을 보건데, 상당히 무리수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럴 바에야 차라리 여권신당의 경선 도중에 아예 판을 깨버리자는 전략을 떠올 수 있다. 정동영 후보 측의 조직동원 문제는 선관위나 검찰조사로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현직 대통령의 명의가 도용된 만큼, 선관위나 검찰로서도 철저히 수사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아직까지 대통령의 강력한 힘이 미치고 있는 선관위와 검찰이 정동영 후보 측의 개입에 대한 증거를 밝혀낸다면, 정후보의 후보 사퇴 및 경선 무효를 선언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경선불복이라는 부담없이, 자유롭게 영남친노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
노대통령은 이번 대선은 물론, 차기 총선 이후에도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현재까지 유일한 친노세력 승계자인 이해찬 후보가 계속 부진하다면, 노대통령이 판을 그대로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란 예측이 분분하다.
결국 남을 밀어줄 힘은 없어도, 남을 떨어뜨릴 힘은 남아있는 현실권력인 노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어떠한 판단을 내리느냐가, 범여권 전체의 구도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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