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정동영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손학규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동영 후보는 지난 주말 실시된 제주와 울산, 강원과 충북 등 본경선 초반 4곳에서 '손학규 대세론'을 뛰어 넘은 바 있다.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가 17일 조사해 1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범 여권 후보 중 누가 가장 낫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정동영 후보는 21.7%를 얻어 18.5%에 그친 손학규 후보를 크게 따돌렸다. 그 뒤로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10.3%를 기록했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결과와 관련해서도 응답자의 41.4%가 정동영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한겨레와 리서치플러스가 역시 17일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서도 정동영 후보는 31.2%로 범여권 후보 선호도 1위를 달렸다. 손학규 후보는 28.8%에 그쳤다. 특히 범여권 전통지지층의 핵심인 호남지역 신당후보 선호도에서 정 후보는 54.5%를 기록해 손 후보(17.9%)를 무려 3배 가까이 앞섰다.
정 후보가 이처럼 범여권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여러가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거리를 둔 후보가 범여권 후보 가운데 선두주자가 됐다는 점이 눈여겨 볼만하다. '친노'로 분류되는 이해찬 후보가 한명숙.유시민 의원과의 단일화를 이뤄냈지만 아직 부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점과 비교되는 것이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향후 정치적 행보와 연관된 것이다. 만약 '정동영 대세론'이 신당 경선 마지막까지 유지될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일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정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노무현 프레임'을 극복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노 대통령이 문국현 유한킴벌리 전 대표를 밀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가 하면 노 대통령은 범여권 후보에는 신경 안쓰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공격에만 집중할 것이란 분석도 돌고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최근 노 대통령이 이 후보의 '용적률' 발언을 맹비난하는가 하면 3차례 위장전입 사실이 있는 이규용 환경부 차관을 장관에 내정한 것과 맞물려 힘을 받고 있다. 이는 노 대통령이 자신과 가장 틀어진 이 후보의 대선가도를 막는 게 퇴임후 가장 편안한 길을 마련하는 것이란 정치권 일각의 지적과도 맥을 함께 한다.
정 후보가 호남지역에서 손학규.이해찬 후보에 압도적으로 앞서가고 있는 점도 주목되고 있다. 대권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확실한 지역기반이 있어야 한다는 세간의 '설'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정 후보와 마찬가지로 노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손학규 후보가 호남에서 정 후보에게 크게 밀린 이유도 이처럼 설명된다.
정 후보가 호남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은 한나라당 이 후보에게도 일정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에서 호남으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았지만 이번 대선까지 이러한 흐름이 절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역대 선거에서 항상 전략적인 모습을 보여준 호남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아직 미지수라는 지적과 함께 한다.
이런 가운데 정 후보가 신당의 후보로 확정되는 것을 민주당의 이인제 예비후보가 바란다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정 후보가 호남을 대표하는 것처럼 이인제 후보가 충청을 대표하므로 둘 사이의 연대가 이뤄질 경우 '호남-충청' 연대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 후보가 범여권 대권주자로 급부상함에 따라 이런저런 추측들이 난무하는 모습이다. 이날 한 정치분석가는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아직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범여권 대권주자의 범위가 좁혀지는 게 한나라당 이 후보에겐 좋지않다는 점은 확실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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