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해진 국내 연예계는 4년을 주기로 병역비리를 재현하고 있다.
이번 병역특례 비리조사에서 재입대 결정이 내려진 가수 싸이를 비롯한 가수들과 병무청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병역비리를 조사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이 가수 천모씨, 조모씨, 원모씨, 김모씨 4명을 추가 적발해 편입취소 통보를 결정했다.
먼저 재입대 통보를 받은 가수 싸이는 병무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불사하며 신경전을 벌이는가 하면 새로 적발된 것으로 알려진 가수 조모씨는 컴백을 준비하다 이번 사건으로 연락이 두절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병역비리가 연예계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그간 연예인과 기획사의 수입원이었던 '밤무대'(유흥업소)출연에 대해서 경찰이 탈세혐의를 포착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26일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일부 유명연예인들이 업소 출연료를 신고하지 않는 방법으로 탈세한 정황을 포착, 기획사 대표 2명을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법적, 제도적 장치 전무한 국내 연예계
연예기획사는 일정부분 '직업소개업'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업자허가 역시 '연예대행서비스'라는 종목과 '연예기획'이라는 모호한 경계를 가진다.
연예기획사가 자사 소속의 연예인을 업소에 출연시켜 출연료를 받아 배분하여 수입을 창출하는 일은 '직업소개소'와 다르지 않다. 이는 영화, 드라마, CF출연에도 같은 의미를 가진다.
현행 직업안정법 제19조에 따르면 유료직업소개업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 사업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등록을 해야하며 국외 사업을 수행할 경우 노동부 장관에게 등록을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5년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현행 직업안정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업소출연을 하고 있는 연예인과 연예인의 소속사는 '무허가 영업'을 지속한 것으로 판단할수 있는 상황이다.
다시말해 연예기획사는 연예사업에 관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사업을 하지만 업소출연과 같은 '근로자 공급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공급사업자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예계 역시 관행으로만 사업을 영위해온 터라 이번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에 대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찰의 이번 수사는 '무허가 영업'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세금포탈에 관한 혐의가 짙다.
비단 업소출연뿐만이 아니라 모든 연예활동에 있어서 국내 연예산업은 무자료 거래가 서슴없이 행해지고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구두계약만으로 출연이 성립되는 연예계의 고질적인 관행은 더이상 비밀에 속하지도 않는다.
또 업소출연의 경우 지방출연이 잦고 해당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조직폭력배들과의 검은거래도 공공연히 이루어진다. 이 또한 상부상조하기 위한 연예계의 오랜 관행이기도 하다.
90년대를 발판으로 급성장한 국내 연예산업은 지금껏 한번도 법적 테두리안에 놓여지지 않은 영역이다. 이처럼 연예계에 만연하는 고질적인 관행들이 국내 연예산업의 투명성을 재고하지 못하는 이유다.
적절한 제도 도입으로 국제경쟁력 키워야
한류등으로 한국의 대중문화상품이 세계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정상급 연예인들의 해외진출이 끊임없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이어 터져나오는 병역비리나 탈세등의 소식은 연예인과 기획사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그간 적절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현행 직업안정법등을 그대로 연예계에 적용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연예계라는 영역이 워낙 유동적이기 때문에 이에 맞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지난 5월 한나라당 고진화의원과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하윤금 책임연구원이 중심이 된 '공인에이전시법 TF팀'은 국내의 연예시스템에 선진 연예시스템을 접목한 '공인에이전시법'(가칭)입법을 준비중에 있다.
TF팀 관계자는 "매체의 발달과 대중문화 시장의 영역이 점차 세계화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함을 전제로 보면 현재의 국내 연예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도 제대로 된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대중문화산업이 산업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공인에이전시 시스템 도입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계약, 경쟁을 통한 연예인 고용, 합리적인 수익배분, 엄격한 자격을 갖춘 에이전트의 공인화를 통해 국내 연예산업의 근본적 틀을 바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역비리, 소속사 이탈, 계약분쟁, 탈세혐의등 끊이지 않는 연예계의 사건사고들이 낡은 연예시스템과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그 어느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빅뉴스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