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이 7일 주최한 '6.15 정상회담 7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한 각 국 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체제 방안에 관해 다양한 시각을 보였으나 "한반도 평화체제 마련을 위한 유관국들의 대화, 협력, 참여"의 중요성을 한 목소리로 역설했다.
서울 프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이 회의에서 허문영 통일연구원 평화기획연구실장은 한국전 종전선언엔 남북한과 미국, 중국 4자가 참여하되, 평화협정에는 당사자로서 남북한과 보장국으로서 미국과 중국, 지원국으로서 일본.러시아에 유엔 안보리를 더한 2+2+2+UN안보리의 참여를 제안했다.
그는 또 북핵의 동결이 시작되는 시점에 종전선언에 관한 논의를 시작해 동결이 완료될 때 합의된 선언을 하고, 북핵의 불능화가 이행되는 시점에 평화협정 논의를 시작해 북핵의 폐기가 가시권에 들 때 체결하는 절차도 제시했다.
그는 그러나 "한반도 평화체제가 분단고착적 성격을 띨 경우 남.북한과 미.일.중.러의 6국체제는 전통적 이중삼각 대립구도를 지속시켜 동아시아 평화가 더욱 요원할 수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체제는 반드시 남북통일에 기여하는 체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의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가능한 이른 시일내"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2차 남북정상회담의 주의제로,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대한 두 정상의 명확한 재확인, 전쟁위험을 종식하는 남북한 평화공존관계의 제도화,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에 입각한 남북경협의 청사진 마련, 남북문화협정 체결,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역의 평화안정, 경제활성화, 환경보호에 기여하기 위해 비무장지대(DMZ)에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미국의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은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미국의 전략은 동북아에서 지속적인 대화를 위한 장치를 제도화하고, 역내 모든 국가들간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그러나 미국이 핵무장한 북한을 외교적으로 승인하는 것은 상상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로운 평화 체제에서 남북간 경계선 분쟁을 다루는 장치가 마련되면, 이것이 현재의 유엔사의 소관사항인 군사정전위원회 기능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남북 신뢰 및 안보구축 장치 마련을 위해 한.미가 더욱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푸멍즈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원장조리는 "중국의 가장 중요한 동북아 전략이익은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평화적이고, 통일됐으며, (중국에) 우호적인 한반도" 혹은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남북한의 통일"을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가 중국의 국익에 직결되고 중국이 정전협정에 조인한 당사국 중 하나인 점 등을 들어 "중국은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 장치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결코 방관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하고 "중국은 이 과정에서 관련 당사국 모두를 조정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수립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조화돼야 한다"고 말하고 가장 적절한 평화체제의 형식으로 "2+2, 즉, 남북한 간의 관계에 미국과 중국이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는" 방식 혹은 여기에 유엔이 추가 참여하는 "2+2+1" 방식을 제시했다.
일본의 하지메 이즈미 시즈오카 현립대학 교수는 "일본 정부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지적하고, 일본에선 정부와 언론 모두 납치문제에 관심을 집중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문제를 "덜 중요한 문제"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직접적인 참여가 없이는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일본 정부의 이런 태도는 고쳐져야 한다고 말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남북한 화해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고...북.미관계와 북.일관계가 정상화된 이후에야 비로소 항구적인 평화체제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의 바실리 미혜예프 중국.일본연구센터 소장은 2.13합의에 따라 설치된 5개 실무그룹 중 러시아가 의장국을 맡은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의 활동을 통해 6자회담이 동북아 안보회담을 위한 상임기구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 실무그룹에서 동북아에 새로운 평화안보 체제의 기반을 조성하는 방법들이 입안될 것이고, 이는 장차 북한이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자회담 참여 5개국이 북한에 대해 "공동의,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단일한 입장"을 견지하기 위해 상호협력을 강화하는 게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 체제를 향한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입장에선 북한은 정치.경제.안보 이해관계의 주변부에 있으며, 한국에 대해서도 러시아는 예나 지금이나 북동아 지역의 지도국가들인 미국.중국.일본과의 관계 속에서만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moon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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