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대선주자들은 3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참여정부평가포럼 연설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비노(非盧).반노(反盧) 성향의 주자들은 노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정치개입에 나서고 있다면서 비판적 입장에 선 반면 친노(親盧)측 주자들은 대체로 언급을 삼가거나 발언내용에 수긍할 대목이 있다는 자세를 취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정동영(鄭東泳) 두 전직 의장은 노 대통령이 자신들을 겨냥, "다시 와서 줄서야 되는 것 아니냐", "당 해체를 주장하는 사람들, 탈당한 사람들은 오로지 대통합에 매달려 탈당으로 대세를 몰아가는 외통수 전략"이라고 말한 데 대해 발끈한 모습이다.
김 전 의장측은 "현직 대통령이 자신을 추종하는 세력의 정치행사에 가서 발언하는 형식을 빌린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며 "자신의 이념과 노선을 계승해 다음 정권에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목적이 있는 행사에서 행한 과도한 발언은 국민의 정서와도 맞지 않다"고 강연 참석 자체를 비판했다.
김 전 의장측은 "노 대통령이 범여권 통합에 대해 어떤 때는 대세를 따르겠다고 하고 어떤 때는 비판적 시각을 나타내는 등 일관성을 상실했다"며 "대세에 따르겠다고 하면 따르면 되지,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정 전 의장은 연설내용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삼간 채 "2.14 전당대회 결의사항인 대통합은 민주개혁평화세력의 절체절명 과제이자 대국민 약속이다. 이 약속은 차질없이 지켜져야 하고 지금은 말이 아니라 실천할 때"라는 말로 대신했다. 전대 결의 마감시한인 6월14일 이후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정 전 의장측은 "현직 대통령은 정치세력화를 도모하는 지지자들 앞에서 정부 정책을 홍보하기보다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합을 이루기 위한 마지막 순간인데 대통령이 회의적 시각을 보여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측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지난 3월 자신의 한나라당 탈당에 대해 `보따리장수'라고 폄하한데 이어 이번에는 "손학규씨가 왜 여권인가. 이것은 정부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한데 대해 "그런 말에 일일이 신경쓰지 않는다"면서도 "대통령이 네편내편을 가르고 있는 것 아니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손 전 지사도 연설내용을 보고받았지만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편가르는 정치가 아니라 좌우를 아우르고 남북을 아우르고 지역을 아울러 국민의 역량과 에너지를 모으는 `융화동진'의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천정배(千正培) 의원측도 "대통령이 일정부분 대통합을 대세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우리당의 틀을 고수하겠다는 생각을 피력했다고 본다"며 "이런 인식이야말로 노 대통령이 우려하듯 대통합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노 성향의 김혁규(金爀珪) 전 경남지사는 "왈가왈부할 성질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당 해체론 및 탈당파를 비판한 대목에 대해 "창당멤버나 당의 실질적 역할을 한 분들이 6월14일 이후 당을 뛰쳐나가겠다고 하는 것은 탈당을 위한 명분쌓기에 불과하다"고 동감을 표시했다.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측은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jbryoo@yna.co.kr
lilygardener@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