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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평 사태'..본질은 R&D 정책문제

R&D 관련예산 2조2천억원..'밑빠진 독?'



지난 2월 300여일에 걸친 장기 파업이 종료되며 한동안 잠잠하던 산업기술평가원(산기평)의 '모럴해저드'가 경찰의 수사로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일단 경찰 수사의 성격상 감독기관이나 정치권에 대한 향응 등 로비 논란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내막을 살펴보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크게 불거졌던 법인카드 유용이나 로비 문제보다는 연간 2조원이 넘는 국가 연구.개발(R&D) 지원정책 시스템의 효율성과 타당성을 둘러싼 갈등이 사태의 본질로 파악되고 있다.



◇ '밑빠진 독(?)'..정부내서도 문제 제기

16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이 부처가 운용하는 R&D 관련 예산은 일반예산외에 기금 등을 포함하면 모두 2조2천억원에 이른다.

산자부는 이 예산을 15개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을 중심으로 각종 연구과제에 투입해 결과물을 내놓는 신산업기술 R&D 시스템(NIS21)을 운용하고 있다.

산자부 산하기관인 산기평은 이 과정에서 예산배분과 함께 각 연구과제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평가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기관이다.

그러나 지난해 장기파업을 진행해온 산기평 노조나 상급기관인 공공연구노조 등은 바로 거액의 R&D 예산이 운용되는 과정이 '허점 투성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공공 연구자금의 비합리적 집행에 문제를 제기해온 김태진 산기평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산업기술혁신촉진법이 개정되면서 평가기관이 7개로 늘어났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필요에 따라 더 늘릴 수 있게 돼 자칫 평가를 받아야할 연구과제 수행기관이나 비공공기관이 평가를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불거진 로비 논란도 결국 늘어난 평가기관간 영역과 예산을 둘러싼 다툼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아울러 R&D 예산이 유용되는 등 '쌈짓돈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행위에 대한 제재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는데 여전히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했다.

노조측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거액의 R&D 예산의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지난 수년간 정부 내부에서도 제기돼왔다.

감사원은 2004년 첨단기술관련 시책 추진실태 감사를 벌여 R&D 투자부실 문제를 이유로 산자부와 정보통신부 등 관련부처 공무원들의 징계를 요구했으며 지난해 2월에도 국가 R&D사업 관리실태 전반에 대한 감사를 벌인 바 있다.

또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성과미흡'판정을 내려 예산을 삭감하기로 한 '민군겸용 기술개발' 등 일부 R&D 과제예산이 부처간 협의과정에서 오히려 증액되는 등 관리의 문제점이 제기되기도 했다.



◇ 산자부 "최선 다했다"지만..

노조측의 강도높은 문제제기에 대해 일단 산자부는 "집행과정에서 문제가 전혀 없다고는 못하지만 제도상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사항을 수용해 연구비 유용을 방지하는 방안으로 '클린카드'제를 도입했으며 이번 논란이 불거진 산기평에 대해서도 지난해 말부터 감사를 벌여 법인카드 유용 등의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들을 징계하도록 통보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R&D 평가기관의 난립이 로비 논란의 근원이라는 산기평 노조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품.소재 진흥원 등 여타 평가기관들은 원래 설립 당시부터 R&D 평가업무를 맡기기로 하고 설립된 것이며 방대한 연구과제를 심도있게 관리하기 위해 평가기관을 늘리고 업무를 분장했는데 도리어 이것을 문제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영주 산자부 장관은 연일 계속되는 논란에 대해 "우리도 살펴봐야겠지만 (문제삼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산자부도 방대한 예산집행과정에서 허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클린카드가 도입됐지만 실제 유흥업소 등 부적절한 곳에서의 사용을 완전히 근절하기가 쉽지 않으며 예산을 받아 연구를 수행하는 일선에서 연구비를 엉뚱한 곳에 돌려쓰는 행위를 일일이 제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좀 더 촘촘한 법 집행체계와 면밀한 성과평가를 통해 연구비의 부적절한 집행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 선임연구원은 "연구비 유용시 형사 처벌 조항을 산업기술혁신촉진법 등 R&D 예산 지원 근거법에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형법상 배임, 횡령보다 강력하고 구체적인 처벌 조항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공공연구노조 관계자도 "정기적 성과 평가를 통해 충분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사업에 대한 과감한 예산 삭감과 더불어 평가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을 배제하는 독립성이 마련돼야 한다"며 "R&D 특성상 외부 인사는 물론, 정부측도 사업의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만큼, 과거 '황우석 사태'나 산기평에서처럼 내부고발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jsk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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