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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기업 총수들은 단순히 최대지분을 갖고 있는 '오너'로서의 위상을 뛰어 넘어 각종 경영현안을 직접 챙기는 야전사령관식 '최고경영자(CEO)' 스타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표면적으로는 '시스템 경영'을 통해 각 계열사의 전문경영인들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하지만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사업이나 인수합병(M&A) 등 핵심 경영사안의 경우 총수의 '결단'이 없으면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 총수의 '경영공백'은 그룹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당장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한 '비상경영 시스템' 등이 가동되고, 전문경영인들은 경영에 별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정도의 '보수 경영'으로 일관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중장기적인 주요 사업은 상당부분 탄력을 잃는다.

더욱이 그러한 공백이 총수가 사법처리를 받아 '구속'된 경우라면 임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대외적인 기업이미지도 크게 실추되는 등 유무형의 손실이 막대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경영차질을 최소화 하기 위해 1평 남짓한 비좁은 독방에 수감돼 있는 총수와 최소한의 '의사결정 통로'를 마련, 이른바 '옥중경영'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총수들은 때때로 이를 통해 영어의 몸이 된 자신의 심경과 향후 경영계획 등을 정리, 임직원들에게 '경영메시지' 형태로 전파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비자금 사건의 여파로 구속됐던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4월말 정 회장이 구속되자 곧바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인근 대리점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 비서실 인원들이 주로 상주하면서 면회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옥바라지에 나섰다. 이 곳은 그룹의 주요 경영진들이 정 회장을 만나 중요 경영사안을 보고하거나 지시를 받는 연락 사무소 역할도 했다.

정 회장은 당시 임직원들에게 보낸 '옥중서신'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지나간 일들을 깊이 성찰하면서 지금까지의 경영을 되돌아보고 있다. 현대차 그룹이 새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겠다"는 반성과 다짐을 하기도 했다.

정 회장에 앞서 2003년 최태원 회장이 구속됐을 때도 SK그룹은 구치소 인근에 오피스텔을 빌려 그룹 경영진이 면회시간을 이용해 주요 현안을 보고하거나 면회객을 관리하는데 활용하기도 했다.

반면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은 경영공백 최소화에 의미를 둔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는 대조적으로 오히려 '옥중경영'을 통해 사세를 키우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2005년 6월 구속된 임 회장은 총수들의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1년7개월 동안 비교적 장기간 복역한 끝에 지난 2월 사면을 받아 풀려났다. 이 기간 동안 그는 대상그룹이 지난해 나드리 화장품과 두산의 식품사업(김치·두부·고추장 부문)을 인수하는 작업을 진두지휘 하는 등 잇단 인수·합병(M&A)을 통한 영토확장에 활발히 나섰다.

최근 김승연 회장이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한화그룹 역시 김 회장이 검찰에 기소돼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면 별도의 연락채널 마련을 통해 '옥중경영'을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측은 이미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면회를 통해 결정한다는 기본 원칙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회장들은 구속 수감 등으로 갑자기 다른 환경에 처할 경우 심한 정신적인 충격과 함께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가족들과 비서진은 옥중경영 못지 않게 건강관리에도 크게 신경을 쓴다"고 전했다.



[머니투데이] rain@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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