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오는 2012년까지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권을 한국군에게 이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이상희 전 합참의장이 2일 밝혔다.
이 전 합참의장은 또 한미 양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등 모든 가능한 상황에 대비한 군사적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3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합참의장을 역임, 전시작전권 이양문제를 사실상 마무리지었던 이 전 의장은 이날 워싱턴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미동맹 발전방향'을 주제로 실시한 특강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의장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전시작전권 이양에 영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은 북한의 핵보유는 이미 예견됐던 내용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전작권 이양은 현재 합의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에 한국군은 한국군이 자주국방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남북관계가 개선돼 한반도에 평화안정체제가 구축되며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고 한미동맹도 현재처럼 유지된다는 전제하에서 2012년 전작권 이양에 합의했다는 입장"이라고 말해 양측간 견해차가 아직도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전작권 이양계획은 한미 양국이 합의하는 현저한 상황변화가 있어야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면서 "북한의 남침 등 상황이 돼야 양국이 상황변화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북한은 대내외적인 이유로 핵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대응할 지 군사적 방책에 대해 한미 양국은 충분히 고려하고 있고, 군사적으로 모든 가능한 상황에 대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로 ▲북한 지도부가 핵을 `강성대국 건설' 및 `선군정치'의 업적으로 내세워 주민통치의 수단으로 삼고 있고 ▲핵을 통해 남북관계에서 전략적 우위에 서고 흡수통일을 막을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핵을 미국 등과의 협상수단으로 삼고 있는 점 등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낡은 핵시설은 폐기해도 핵(무기)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 의장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고 남북간에 군사적 신뢰가 구축되며 교류.협력 등이 발전돼 평화체제로 가기 위한 여건이 조성된 이후에 평화협정 체결로 가야 한다"면서 "남북한이 주도하고 주변국들이 이를 보장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장은 또 "북한은 그동안 여러 가지 합의를 해놓고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평화협정을 맺더라도 이에 대한 이행을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체제하의 한미동맹과 관련, "한미동맹 문제는 한국과 미국이 선택한 것으로 평화체제가 구축되더라도 북한이나 주변국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평화협정이 맺어지더라도 필요한 한미간 군사연습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작권 이양 이후 한미간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일부 전력으로 한미연합기동부대를 편성해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면서 "최초로 여단급 부대를 편성해 운용하고 추후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형태의 부대로 구성된 사단급 부대 및 사단사령부를 편성, 테러 등 위협발생시 투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후 유엔사 문제와 관련, 이 전 의장은 "한반도 평화유지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유엔사의 기능과 위상을 조정해야 한다"면서 "유엔사는 유엔의 직접 통제를 받는 평화체제 감시 및 중재자로서 남북의 평화협정 위반사항에 대한 조사, 증거채집 기능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며 중립적 성격을 위해 주한미군과 정전협정상 중립국감시위 회원국의 군인으로 구성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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