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상배기자]
우리나라 간판 수출기업들이 높은 해외매출 비중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는 여전히 내국인 중심으로만 구성돼 있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거래소(KRX)에 따르면 우리나라 시가총액 상위 10대 수출기업(금융사, 전기·통신사업자 제외)의 지난해 해외매출 비중은 68.7%(가중평균)에 달했다. 반면 이사회의 외국인 등기임원 비중은 평균 13.6%(작년말 기준)에 불과했다.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하이닉스 LG필립스LCD SK㈜ 현대차 KT&G LG전자 S-Oil가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 가운데 하이닉스는 해외매출 비중이 무려 97%에 달했지만, 외국인 등기임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현대중공업도 해외매출 비중은 87%에 이르렀지만, 외국인 등기임원은 없었다. 해외매출이 84%를 차지한 LG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대차(해외매출 57%)도 이사회에는 외국인이 단 한명도 없었다.
해외매출 82%의 대표적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도 이사회 구성원 13명 가운데 외국인 사외이사 1명(고란 맘, Goran S. Malm)을 두는데 그쳤다. KT&G는 해외매출이 15%를 차지했는데, 지난해 경영권을 공격했던 워런 리히텐슈타인(Warren G. Lichtenstein) 스틸파트너스 대표가 이사회 12명 가운데 한 자리를 채웠다.
반면 외국인이 대주주로 있는 LG필립스LCD와 S-Oil은 비교적 외국인 등기임원의 비중이 높았다. LG필립스LCD(해외매출 92%)는 이사회 9명 가운데 4명, S-Oil(해외매출 60%)은 14명 중 7명이 외국인이었다.
외국인 대주주를 둔 LG필립스LCD와 S-Oil을 빼고 나머지 8개 기업만 놓고 계산할 경우 이사회 내 외국인 비중은 2.8%에 불과했다.
이들 10개 기업 가운데 외국인을 대표이사로 둔 곳도 LG필립스LCD와 S-Oil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매출액 100대 기업 중 외국인 대표를 둔 곳은 13곳으로 집계됐다.
미국 듀크대학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95~2005년 설립된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2만8766곳의 대표, 창업자, 최고기술책임자(CTO) 가운데 외국인 또는 외국 출생자가 25%를 차지했다.
스테픈 베어(Stephen Bear)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한국 기업들은 매출 구조에 비해 경영진이 지나치게 내국인 중심으로만 구성돼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진정 글로벌화되기 위해서는 인적 구성에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어 대표는 "코카콜라, 쉐브론텍사코, 수에즈, 유니레버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외국인 직원이 60% 이상을 차지한다"며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국적을 따지지 말고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한국 기업들의 인력 구조는 여전히 압도적으로 내국인 중심"이라며 "해외시장을 공략하려면 그 지역 문화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새롭게 부상하는 시장을 감지할 수 있는 외국인 임직원들이 보다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배기자 p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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