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靑春)’의 사전적 의미는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 또는 ‘10대 후반에서 20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이르는 말’이다. 바로 이 시기에 겪는 고통과 방황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하는 성취감은 삶의 밑거름이 되어준다.
‘청춘 드라마’는 청춘이라 부를 수 있는 10대 후반에서 20대까지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이다. 청춘 드라마는 같은 또래들에게 내가 겪고 있는 이야기이거나, 앞으로 내가 겪을 것 같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1980년대 말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던 KBS 청춘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는 청춘드라마의 시작이었다. 87년에 첫 방송을 한 '사랑이 꽃피는 나무'는 청춘 스타 최수종, 최재성, 안정훈, 이미연 등을 배출하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대학과 가정에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당시 젊은 트렌드를 잘 짚어서 1~2년간 최고의 인기드라마로 군림했다.
1990년대는 새로운 사회의 시작이었고 자유의 바람이 사회를 가득 매웠다. 독재체제에 항거하던 민주화 운동이 시민과 학생의 승리로 끝나고 '민주주의'라는 성과를 올린 학생들은 자유와 평화 속에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꿈'을 찾고 싶어하게 된다. 이런 사회적 변화는 드라마가 기존의 틀을 벗어나 ‘청춘’이기에 공감 할 수 있는 고민, 방황, 꿈, 사랑 등을 다루는 청춘드라마를 성숙시켜 주었다.
93년 MBC <사춘기>를 시작으로, 96년 MBC <나>, 99년 시작해 2년 동안 방영하며 4편의 시리즈를 남긴 KBS <학교>는 청춘들이 갖는 고민과 꿈을 실질적인 목소리로 담아내주었다.
현실 세상의 축소판처럼 보이는 <학교>는 제각기 다른 생각들을 무시해버리는 공간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청춘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때의 청춘은 자신이 특별하거나 특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고, 아무도 그들에게 학교 성적 외의 특별함을 요구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들은 지금의 청춘과 같은 평범한 인문계 학생들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은 안전한 층계를 오른 뒤 생각해도 된다며 세상은 말했지만, <학교>속 의 청춘은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고뇌하고 괴로워했다. 그때 <학교>의 교실에선 우리들의 세상을 볼 수 있었다.
2007년. 청춘드라마는 더 이상 청춘드라마가 아니다. 이 곳에서의 청춘은 삼각관계, 불치병 사랑얘기에 빠져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도 견디지 못하는 감수성에 빠져 허우적 되고 있을 뿐이다.
일률적인 사랑얘기에 허우적거리는 오늘날 드라마 속의 청춘은 삶의 근본적인 소명을 찾지 않는다. 청춘의 열정을 가득 머금고 전진하다 쓰러져도 좌절하지 않으며 달려온 지난 시절, 그 청춘의 고뇌가 그리워진다. ‘좌절’도 젊은 시절 겪는 하나의 트랜드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청춘은 지금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말인가?
지향점 없는 현 시대의 청춘은 모두 ‘터널’을 통과해야만 한다. 그 터널이 음습하고 어두울지라도 도망치지 않고 피하는 방법을 찾느라 애쓰지도 말고, 반드시 ‘터널을 통해’ 통과 해야만 하는 것이다. 청춘 드라마의 홍수였던 1990년대로부터 벌써 10년이 흘렀다. 2000년대의 청춘들이 터널을 걸으며 몰두하는 것은 오로지 ‘취업’뿐이다. 대학입학이 삶의 유일한 목적으로 생각하는 10대들, 입학하자마자 학과 공부는 뒤로한 채 행정고시 준비에 매달리는 20대들의 모습은 이젠 이상한 일도 아니게 되었다.
청춘드라마가 보고 싶다.
진로에 대한 치열한 고민, 자신이 가진 장애물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는 그런 청춘드라마가 보고 싶다. 청춘은 푸른 봄이다. 봄이 계절의 시작을 알리듯 청춘은 인생의 시작을 알려준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불안감, 아무것도 모르기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청춘들이 지금 시들어있다. 수시로 바뀌는 입시제도를 알기 만도 숨가쁜 수험생이란 과정을 거치고, 취업이란 전쟁터에 뛰어들어 상처를 입고 '이태백'이라 불리는 현실 속에 파릇파릇해야 할 청춘이 숨이 죽어있다. 이런 현실의 문제를 함께 얘기해주며 내 편이 되어 주는 청춘 드라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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