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아시아 경영환경 정보 제공업체인 PERC(Political and Economic Risk Consultancy, 정치경제위험컨설팅)가 아시아 12개국 중 한국을 '영어로 대화하기가 가장 힘든 나라'로 지목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교육예산은 30조원으로 밝혀졌다. 이 중 영어 관련 사교육비가 연간 14조원 이상이고 토익 토플 등 영어평가에도 7000억원 이상이 소비되고 있지만 한국인의 영어구사 능력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학생들이 방학 때면 의례절차로 떠나는 영어연수는 한 달에 최소 400만원 정도가 필요한데, 이 의례 절차가 점점 국내 가정의 경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영어 교육으로 인해 파생되는 비용 대책으로 설립된 것이 '경기 파주 영어마을'이다. 영어마을의 설립 취지는 영어권 국가와 비슷한 물리, 인적 환경을 방문객들에게 제공하여 외국을 방문하지 않고도 실용 중심의 영어를 경험 할 수 있도록 마련해주는 것이다.
파주 영어마을에는 체험코너별로 승객검색대, 출국심사대, 레스토랑, 병원, 은행 및 우체국, 백화점 등의 모습을 갖춰놓았고 학생들은 원어민과 함께 입장권 구입하기, 예약 접수하기, 아픈 곳 묻고 답하기, 환전하기, 우편물 부치기, 옷이나 물건 고르기, 사이즈 말하기, 가격에 대해 묻고 답하기 등 각 코너를 돌며 실생활을 영어로 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현재 경기 영어마을을 본보기로 삼아 전국의 각 지자체가 서로 영어마을을 짓겠다는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2010년까지 약 1조원을 들여 여의도의 1.3배 규모의 '영어전용타운'을 세우는 방안을 발표하였고 전라남도의 지자체도 시군단위까지 1개씩의 영어마을을 세울 예정이다.
또 경남 밀양시에 추진 중인 영어도시 유치를 위한 경남도 투자유치단이 22일 9박11일간의 일정으로 미국 투자유치에 나섰다. 투자유치단은 우선 뉴욕주 정부를 찾아 밀양시가 추진하는 영어도시와 관련해 국제학교 교육과정 유치와 영어도시에서 근무할 자원봉사자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9일 경남도에 따르면 밀양시 단장면 미촌리 일대 22만 6000평에 조성될 '리틀 유에스(Little US)'는 파주의 영어마을과는 개념이 다른 ‘한국 속의 미국도시’이다. 즉 리틀 유에스에서는 영어만 통용이 되므로 구멍가게 아저씨도 영어로 말해야하고 영어를 알아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취지는 좋으나 모든 지자체가 영어마을을 건설하는 것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운영되어지는 국내 영어 마을 10곳은 '영어 사교육비의 절감'이란 욕구를 충족시키기는커녕 '영어 맛보기' 수준의 프로그램때문에 점차 참여자들이 감소되고있기 때문이다.
들어가도 들어가도 끝이없는 사교육의 블랙홀과 같다는 '해외연수' 대안으로 만들어진 영어마을이 '값비싼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국내 지자체간 경쟁으로 영어 마을은 추가로 10곳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운영으로는 세금만 잡아먹는 괴물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다. 현재 세워진 영어 마을 10곳과 앞으로 세워지게 될 영어마을 10곳은 '조금 폼나는 영어 학원'이 아닌 '저렴한 영어 연수학원'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