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가 동일한 수치로 변경한 것에 대해 집중추궁이 예상된다" "공동대응한다. 리니언시(자진신고) 절대 안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0개 손해보험사의 보험료 담합 사건을 조사하면서 확보한 메모다.
손보사들이 보험료 담합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정위가 이번에 확인한 손보사들의 담합 기간은 2000년부터 7년간이었다. 복잡한 보험 가격구조를 활용, 실제 같은 보험료를 받으면서도 겉으로는 다른 가격체계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정교함도 포착됐다.
◇담합 어떻게 = 22일 공정위에 따르면 손보사 담합은 지난 99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듬해 4월 부가보험료율(부가율, 모집비 등 영업비용) 자유화 조치를 앞둔 시점이었다.
그 전까지는 보험개발원이 제시한 자료를 토대로 보험료가 산출됐기 때문에 회사별로 보험료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부가율이 자유화되면 가격경쟁이 벌어지고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손보업계를 담합으로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대개 손보사들은 순보험료율(순율, 보험금 지급에 사용되는 부분)에 부가율을 더해 영업보험료율을 구하고, 여기에 할인율을 반영해 실제 적용보험료율을 구한다. 복잡한 보험 가격구조상 외부에서 담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손보사들은 부가율이 높은 회사는 할인율도 높게 적용하고, 부가율이 낮은 회사는 할인율도 낮게 적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부가율과 할인율이 둘 다 높거나, 둘 다 낮을 경우 최종 보험료율은 비슷해질 수 있다.
이를 통해 손보사들은 겉으로는 서로 다른 가격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도 실제 보험료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손보사들은 순율 자유화 조치가 이뤄진 2002년과 최대 할인율 한도가 축소된 2005년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보험료를 조절했다.
손보사들은 순율 자유화가 이뤄지자 과거에 비해 인상된 순율만을 적용키로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순율 자유화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는 떨어지지 않았다.
◇공정위와 숨바꼭질= 손보사들은 외국계와 경쟁해야 하는 상품의 경우 별도의 작업반을 구성, 할인율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작업반은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지방에 있는 연수원에서 할인율 조정 작업을 수행했다.
또 손보사들은 경쟁당국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작은 부분에 대해서는 '차별화'를 용인했다. 특히 보험금액이 일정금액 미만이거나 특수건물인 경우 합의된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한 손보사는 2005년 건설공사 보험의 부가율이 21%로 업계 27%보다 현저히 낮았는데, 이 역시 묵인된 사항이다. 공정위가 확보한 메모에는 문제의 건설공사 보험과 관련, '계약건수가 극히 미미해 업계 묵인사항'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지난해 공정위가 담합 조사에 착수하자 손보사 준법감시인들은 5차례 모여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준법감시인들은 공정위에 추가 자료를 제출할 경우 로펌(법무법인)과의 협의를 거치기로 하는 등의 세부적인 내용까지 협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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