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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틀러 '한국서 미국차 점유율 안늘면 보복?'



지난 2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 및 수정 가능성에 대한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의 11일(현지시간) 워싱턴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우리 정부가 누누이 "재협상은 없다"고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노동부문은 물론 여타 조항에 대해서도 재협상 가능성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양측의 자동차 분야 합의안에 관세 양허안 철회 등 보복안이 마련돼있음을 강조하면서 보복안의 실행조건을 '미국 업체들이 증가된 시장접근을 얻지 못한 경우'로 규정했다.

이는 FTA 발효 이후 한국 시장에서 미국 자동차의 점유율이 높아지지 않을 경우 신속분쟁처리 절차를 통해 한국차에 대한 관세개방 철회 등으로 보복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 정부 "합의내용 이행을 강조한 것"

지난 2일 한미 양측은 자동차 분야에서 한국측의 경우 미국 수입차에 대해 FTA 발효 즉시, 미국측은 한국 수입차에 대해 배기량 3천cc 이하 자동차는 협정 발효 즉시, 3천cc 초과 자동차는 협정 발효 3년후 관세를 완전 철폐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물론 한국측이 현행 5단계인 자동차세를 3단계로 줄이고 2단계인 특별소비세를 단일 세율로 통합, 배기가스 평균 배출량제 도입, 2008년말까지 승용차 배출가스 측정장치(OBD)의 장착 의무 면제 등 미국이 자국 업체에만 불리한 '비관세 장벽'이라고 규정한 요구사항을 수용한다는 전제하에서 이뤄진 합의다.

그러나 커틀러 대표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있은 헤리티지재단 주최 토론회에서 이런 조건들을 '미국 업체들이 예상했던 것만큼 증가된 시장접근을 얻지 못하는 경우'로 압축해 설명했다.

미국이 FTA 이전 자동차 협상에서도 종종 점유율을 문제삼아 결국 우리 정부가 일부 장관 관용차와 고속도로 순찰차용으로 미제 승용차를 구입하게 만드는가 하면 일본과의 반도체 협상에서도 일정 수준 시장 점유율 확보 등 무리한 조건을 내세운 '전과'가 있다는 점에서 협상 기간 일각에서 제기됐던 '시장 점유율 확대보장' 등을 미국이 의도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왔다.

하지만 정부측은 이런 형태의 합의는 일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커틀러 대표의 발언 내용이 다소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세제와 환경,안전기준외에 미국측과 다른 이면합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커틀러의 '증가된 시장접근'은 합의내용의 이행 여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커틀러가 강조한 자동차 분야 신속분쟁 해결절차는 상대방이 협정시 합의된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측이 FTA 공동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되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제3국 전문가를 포함한 7명으로 구성된 패널협의에 회부하도록 정해진 상태다.

이 절차를 거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180일 정도로 다른 분쟁 해결에 비해 기간이 절반 정도로 짧으며 이 패널에서 협정 위반사실이 확정되면 피해를 입은 측은 관세양허안을 철회할 수 있다. 다만 그 대상은 오직 승용차로, 자동차 부품과 트럭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산자부 관계자는 "커틀러 대표의 이날 발언은 자국 업계를 의식해 신속분쟁 해결절차 등 보복방안이 마련돼있음을 강조하면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 재협상 없다지만..

커틀러 대표는 이날 재협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미 의회와 행정부가 노동조항 및 다른 FTA 관련 조항들에 대해 보다 광범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이런 협의들이 끝나면 향후 한국측과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커틀러가 미 의회와 행정부간 협의 대상이라고 밝힌 부분은 '노동 및 FTA 관련 다른 조항들(labor provisions and possibly other provisions with respect to FTA)'이다.

이미 협상 종료전부터 '빌트인' 논의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됐던 노동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도 재협상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물론 우리측은 정부 최고위급부터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0일 국회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고 앞서 권오규 경제부총리,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도 모두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심지어 최종 장관급 협상에 수시로 모습을 드러냈던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도 "기본적으로 협상은 끝났으며 앞으로 (미국) 의회에 보고하기 위한 조문작업이 남아있는만큼 재협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상 자체가 미국 헌법상 의회의 권한임을 강조하며 재협상 의지를 노골적으로 피력하고 있는 미국 의회가 '비준동의 거부' 등을 무기로 압박을 지속한다면 이후의 흐름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통상법 전문가인 수륜법률사무소 송기호 변호사는 "무역촉진권한(TPA) 하에서 미국 의회는 협정의 가부만을 논의할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비준동의안 제출 이전에 미 행정부에 내용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미 협상을 사실상 타결지은 파나마, 콜롬비아, 페루와의 FTA 협상에서도 국제기구의 노동 요건 적용을 요구하는 민주당과 자국의 노동법 적용을 주장하는 공화당간의 입장이 갈려 협정문외 별도 합의문을 작성하는 형태로 실질적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jsk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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