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영재교육진흥법 제정으로 공교육 차원에서 영재교육이 본격화한 가운데 영재교육의 여학생 참여가 부진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여성개발원(원장 서명선)은 전체 영재교육 기관의 약 82%를 차지하는 수학ㆍ과학 영역의 418개 영재교육 기관에 대해 성별 참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여학생 비율이 34.9%에 그쳤다고 26일 밝혔다. 조사는 작년 6월을 기준으로 초ㆍ중ㆍ고 영재학급과 교육청 영재교육원, 대학영재교육원, 과학영재학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영재학급의 경우 여학생 참여율이 42.4%로 과반에 근접했지만 영재교육원 32.7%, 대학영재교육원 26.0%, 과학영재학교 15.2%로 선발 과정이 어렵고 까다로운 기관일수록 여학생 비율이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수행한 정경아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수학ㆍ과학 영재교육에 있어서 여학생에게 불리한 사회환경을 들었다. 정 위원에 따르면 영재학생들의 부모 1천9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남학생의 부모가 여학생 부모보다 자녀의 영재성을 평균 1년 정도 빨리 발견했고, 자녀의 영재성을 인식한 뒤 이를 계발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적 지원을 제공했다. 또, 남녀 초ㆍ중
"아동 성폭력은 이제 완전히 뿌리뽑아야 합니다." 이웃집 아저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무참히 살해 유기된 용산 초등생 허모양(11)의 1주기를 맞아 22일 허양이 다니던 용산 K 초등학교 강당에서 '아동 성폭력 추방의 날' 선포식이 개최됐다. 여성가족부와 국가청소년위원회가 30여개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마련한 이날 행사는 허양의 부모와 친구, 지역 주민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 동영상 상영, 추모 편지 낭독, 추모 퍼포먼스와 '아동 성폭력 추방의 날' 선포 순으로 진행됐다. 허양의 부모는 추모 편지에서 "돌이킬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너 없는 세상에 사는 게 힘들다"면서 "너의 죽음이 언니와 동생, 친구들이 더 이상 이런 일을 겪지 않게 도움이 되는데 위안을 삼는다"고 밝혔다. 허양의 부모는 또 "다음 세상에 이땅에 왔을 때는 좀 더 안전한 세상이 되길 바란다"면서 "네가 어떤 모습이든 사랑한다. 항상 기억하며 살아가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허양의 친구들은 추모 편지에서 "네가 떠난 1년 동안 어른들이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많은 방법을 만들었다"면서 "이런 방법이 좀 더 빨리 나왔으면 너를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주위를 숙연
"철저한 반성의 부재에서 비롯된 우리 근현대사의 비극을 한 가족의 비극으로 치환해 보여주고 싶습니다." 연극 '이(爾)'로 유명한 연출가 김태웅(43) 씨가 과거에 대한 반성과 책임 추궁 없이 흘러온 우리 역사에 섬뜩한 비판을 가한 신작 '반성'(3월2일-4월1일, 대학로 씨어터 디아더)을 들고 관객 앞에 선다. 지난해 1천만 관객을 끌어들인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연극 '이'로 유명세를 치른 김씨는 그동안 '불티나', '꽃을 든 남자' 등 사회비판과 역사의식이 뚜렷한 작품을 만들어온 극작가이자 연출가. 지난해 '이'의 앙코르 공연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그의 신작 발표는 2004년 예술의전당 젊은 연극 시리즈에 선정된 '즐거운 인생' 이후 3년 만이다. '반성'은 우리 역사와 기독교에 대한 날 선 비판을 동시에 담고 있어 여러 모로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일가족이 반성 없는 용서와 화해를 통해 파멸하는 과정을 그린 묵직한 비극으로 극중 가족은 현대 사회를, 가족의 역사는 현대사를 상징한다. 갑성과 명자는 기독교 신앙 안에서 말년을 보내고 있는 금실 좋은 노부부다. 5년 전 심장 수술을 받고 생이 얼마 남지 않음을 예감한 갑성은 자신이 명자의
여성단체들이 상대 동의없는 성적 행동을 처벌하고 친고죄를 폐지하며 단순협박과 폭행도 성폭력의 강제행사로 인정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성폭력 관련 형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들이 공동으로 구성한 여성인권법연대는 지난 1년간 만든 성폭력 관련 형법 개정안을 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임종인(무소속) 의원실 주최로 열린 공청회를 통해 공개했다. 전문가 토론과 회의를 거쳐 마련된 개정안은 성폭력에 관한 현행 형법 규정이 담고 있는 남성 편향성을 극복하고 성적 자기 결정권을 보호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이호중 외국어대 법대 교수가 '성폭력 형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쟁점'이라는 발제를 통해 공개한 개정안은 ▲동의 없는 성적 행동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고 ▲단순한 협박과 폭행을 성폭력의 강제 행사로 인정하며 ▲친고죄를 폐지하는 것 등이 핵심이다. 상대가 동의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성적 행동을 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동의 없이 간음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폭행이나 협박이 사용되지 않았지만 상대방의 의사와 어긋나는 성적
여성가족부는 평가인증 보육시설 심의를 거쳐 650개소를 추가했다고 7일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작년 4월 평가인증 참여를 신청한 900여 개의 보육시설에 대한 심의 결과 국공립 215개소, 민간 153개소 등 총 650개 시설이 평가인증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평가인증을 받은 보육시설은 작년에 평가인증을 통과한 시설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천710개로 늘었다. 이는 전국 2만8천여개 보육 시설의 약 5% 수준이다. 보육시설에 대한 평가인증은 보육 서비스 수준을 점검하고 진단, 그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난해 처음 도입한 제도다. 보육시설의 환경, 아동의 발달과정에 맞는 보육 프로그램 존재 여부, 시설장과 보육교사의 자질, 영양과 청결ㆍ위생관리, 안전관리, 학부모와의 협력 등 7개 영역을 지표로 해 9-10개월에 걸쳐 평가가 진행된다. 평가인증을 통과한 보육시설은 여성가족부 장관 명의의 인증서와 인증현판을 수여받고, 교사 역시 연 50만원의 평가 인증 지원금이 지급된다. 이번 평가인증 보육시설은 여성가족부 홈페이지(www.mogef.go.kr)와 보육시설평가인증사무국 홈페이지(www.kcac21.or.kr), 전국 보육정보센터 홈페이지(www.educa
한국연극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서적이 프랑스에서 출간됐다. '한국연극의 어제와 오늘(Theatre coreen d'hier et d'aujourd'hui)'이라는 제목으로 임혜경 숙명여대 불문과 교수와 카티 라팽 한국외국어대 불어과 교수가 공동으로 저술한 책. 지난해 말 프랑스 아망디에(Amandier) 출판사에서 펴낸 뒤 파리 등지의 주요 서점에서 권당 25유로에 판매 중이다. 임혜경 교수와 라팽 교수가 10년에 걸쳐 한국연극의 중요 자료들을 수집해 불어로 번역, 주석을 달은 방대한 연구서로 불어권에서 처음 발간된 한국연극의 본격적 소개서라는 의미가 있다. 444쪽 분량의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는데, 1부는 여석기, 유민영 등 국내 저명한 연극학자들이 쓴 시기별 한국연극사를 담았다. 2부는 서연호, 심정순, 이미원 등 주요 연극 학자들의 연구논문과 잡지 기사를 번역해 한국연극 현황을 알 수 있도록 했다. 3부는 차범석과 이근삼, 최인훈, 이강백, 오태석, 이윤택 등 한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15명을 소개하고, 이들의 희곡 작품을 발췌 수록했다. 프랑스의 저명한 연극학자인 파트리스 파비스(파리 8대학 교수)는 서문에서 "그동안 한국연극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사진설명 :극단 여행자 '한여름 밤의 꿈' ⓒ연합원작보다 더 풍부한 해석이 놀랍습니다. 한국 도깨비들이 남반구의 한여름 밤을 사로잡았다. 23일 밤 호주 시드니 서쪽 파라마타 구역의 리버사이드 시어터. 30년 전통의 시드니 페스티벌에 한국 연극 사상 최초로 초청된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Midsummer Night's Dream)'이 호주 관객에게 첫 선을 보였다.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한국적 전통미가 물씬 느껴지게 재창조한 작품이다. 원작의 요정을 장난기 가득한 도깨비로 치환하고, 도깨비의 장난 때문에 사랑이 엇갈리는 남녀의 소동을 역동적이면서도 익살맞은 동작과 노래로 표현해냈다. 작년 7월 뉴욕 링컨 센터와 더불어 세계 공연장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런던 바비칸센터 무대에 올랐고, 8월에는 폴란드 그단스크 페스티벌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거머쥐었다는 사실이 소개됐기 때문인지 600여석의 좌석은 일찌감치 다 팔려나갔다. 막이 오르자마자 2번 이상 커튼콜을 허락치 않기로 유명한 콧대 높은 호주 관객들이 무장해제 됐다. 중력을 가뿐히 이겨내고 무대 위에서 활개치는 도깨비들의 무술을 방불케하는 동작이 처음부터 탄성을 자아내더니, 걸쭉
극단 초인이 신작 '선녀와 나무꾼'(작ㆍ연출 박정의)을 내달 2-11일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선보인다. 나무꾼이 지상에 내려와 목욕하던 선녀의 옷을 감춰 부부의 연을 맺은 것을 내용으로 하는 동화 '선녀와 나무꾼'을 모티브로 하되 가족이라는 허울 뒤에 감춰진 폭력을 되돌아보는 작품. 하늘과 땅이 왕래하던 옛날 옛적, 깊은 산 속에 늙은 어머니와 장성한 아들이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어느 날 밤 산속에 총성이 울리고 사냥꾼들이 나타나 동물들을 마구 죽이고, 달아나던 사슴 한 마리가 노인의 치마폭에 숨어든다. 사냥꾼은 노인을 향해 총을 겨누고, 놀란 아들이 달려와 사냥꾼과 몸싸움을 하다 사냥꾼이 죽게 된다. 더 깊은 산속으로 숨어들고자 길을 떠나던 중 노모는 목욕하는 선녀를 보게되고, 늦도록 장가를 못간 아들을 위해 선녀의 날개옷을 훔친다. 연극은 이후 선녀와 이들 모자가 한 집에 살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폭력을 그림으로써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된 이기적인 폭력을 들춰낸다. 극은 연출가의 전작 '기차' '게르니카' 등과 마찬가지로 언어보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마임이스트 고재경이 나무꾼의 늙은 어미 역을 맡아 풍부한 움직임 연기를 보여주고, 나무
국내 극단들이 올해 해외 무대를 적극적으로 노크한다.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극단 여행자(대표 양정웅)는 연극 '한여름 밤의 꿈'으로 그동안 한국 연극의 불모지였던 호주를 공략한다.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극에 한국적인 색채를 흠뻑 가미해 재창조한 작품. 여행자는 국내 극단 사상 처음으로 시드니 페스티벌에 초청돼 23-27일 시드니 리버사이드 극장에 선다. 이후 31일부터 내달 10일까지 아들레이드 페스티벌에 참가한 뒤 내달 15-23일에는 퍼스 국제공연예술축제에서 한국 연극의 진면목을 보여줄 예정이다. 앞서 국립극단(예술감독 오태석)은 국립극장의 국가 브랜드 공연으로 선정된 연극 '태(胎)'로 인도에 진출했다. '태'는 조선조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를 찬탈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연극으로 15일 델리, 18일 콜카타에서 차례로 선보여 인도와의 연극 교류의 물꼬를 텄다. 극단 미추(대표 손진책)는 김성녀가 팔색조 연기를 선보이는 모노드라마 '벽속의 요정'으로 미국 관객을 찾아간다. 라디오 코리아의 초청으로 3월30일부터 4월1일까지 로스앤젤레스 윈쇼이델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연희단거리패(예술감독 이윤택)는 지난해
여성은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딸로, 아내로, 어머니로만 존재하던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투명인간이었던 여성이 어떻게 제 목소리를 내며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됐을까. 프랑스 여성학자 사빈 보지오-발리시와 미셸 장카리니-푸르넬이 함께 쓴 '저속과 과속의 부조화, 페미니즘'(부키)은 여성의 복권을 향한 페미니즘 100년의 투쟁 기록이다. 책은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20세기 시작과 함께 탄생한 가정주부에서부터 1940년대의 투표권 쟁취, 20세기 말 서구 사회에서 불거진 차도르 사건까지 여성사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들을 연대순으로 정리했다. 또 19세기 말에 활동한 참정권 운동의 선구자 위베르틴 오클레르부터 차이의 페미니즘을 강조한 현대 프랑스 철학자 뤼스 이리가레에 이르기까지 페미니즘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여성 28명을 조명했다. 아울러 여성 문제에서 여전히 논쟁이 되고 있는 주요 쟁점들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모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남성 위주의 가부장 문화가 사회의 의식 전반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여성들이 한 인간으로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들은 1970년대 여성해방 운동으로
한 차원 높은 코미디를 표방하는 연극 '휴먼코메디'(연출 임도완)가 내달 2일 대학로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에서 장기공연에 들어간다. '휴먼코메디'는 최근 '보이첵','타이피스트' 등으로 세계 무대에서 호평받고 있는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대표작. 말장난으로 이어지는 억지웃음이 아닌, 6하 원칙에 충실한 설득력 있는 설정과 잘 계산된 타이밍과 움직임, 관객과의 상호교감을 이용해 자연스레 웃음을 만들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선보일 작품은 1999년 소극장 혜화동 1번지 초연 이후 축적해온 에피소드 가운데 '가족' '냉면' '추적' 등 3가지다. '가족'은 고기잡이를 위해 험난한 바다로 떠나는 아들을 보내기 싫어하는 가족들이 벌이는 갖가지 시간끌기 작전으로 웃음을 이끌어낸다. '냉면'은 합창 대회에 참가한 다섯 아이들이 무대 위의 실수를 무마하기 위해 벌이는 해프닝을 담았다. '추적'은 은행 강도를 추적하는 과정이 무려 14명의 인물이 서로 쫓고 쫓기는 과정으로 확대되는 사건을 마술에 가까운 완벽한 구성과 연기 호흡으로 표현한다. 화-목 7시30분, 금ㆍ토 4시, 7시30분, 일 3시. 1만2천-2만5천원. ☎1544-2972. (서울=연합뉴스)
*사진설명 :ⓒ'AD 313'이종격투기가 열리는 사각링을 배경으로 고구려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슬픈 설화를 재현하는 연극이 공연된다. 극단 배우세상(대표 김갑수)은 12일부터 대학로 배우세상 소극장에서 연극 'AD 313'(극본 박재서, 연출 이종훈)을 선보인다. 제목은 한 제국(漢帝國)의 군현으로 평양 일대에 존재하던 낙랑군(樂浪郡)이 고구려에 복속된 서기 313년을 뜻한다.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정을 나눈 사이인 낙랑국의 공주를 조정해 전쟁을 예지하는 자명고를 찢게 하는 호동왕자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해 두 진영의 반목과 전쟁을 현대적인 무대인 K-1 사각링 속에서 펼쳐낸다. 자신의 명분과 이익을 위해 타인을 속이고, 해치는 비정한 인간의 단면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쓰러뜨려야 하는 K-1 무대를 빌려 조명하는 것. 특히 사각링을 중심으로 한반도기를 배치해 고구려와 낙랑 사이의 권모술수와 전쟁이 현재 남한과 북한간 대치 상황으로도 읽혀진다. 이종훈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이 연출을 맡았다. 출연 이태훈, 최효상, 김지아, 김진용, 노승진, 홍성인. 평일 7시30분(화 쉼), 주말ㆍ공휴 6시. 1만-1만2천원. ☎02-743-2274. (서울=연합뉴스
*사진설명 :ⓒ신의 아그네스연초 연극 무대가 탄탄한 연기력과 열정을 겸비한 중진 여배우들로 달궈지고 있다. 묵직한 존재감으로 한국 연극 무대를 대표해 온 중진 여배우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며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 박정자(65)와 손숙(63)이 15년 만에 같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는 연극 '신의 아그네스'(원작 존 필미어, 연출 박정희)는 9일 정동극장에서 열린 개막공연에서 만석을 기록하며 상쾌한 출발을 했다. 10일 점심 공연 때에도 주부 관객들을 대거 불러모으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의 아그네스'는 젊은 수녀가 몰래 낳은 아기를 탯줄로 목졸라 죽인 충격적인 사건을 소재로 신에 대한 믿음과 기적의 의미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 1983년 윤석화가 아그네스 역을 맡아 국내 초연한 이래 신애라(1992년), 김혜수(1998년) 등 쟁쟁한 배우들이 거쳐가며 큰 인기몰이를 했다. 박정자는 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아그네스의 순수성을 지켜주려는 수녀원 원장 미리암, 손숙은 사건의 전모를 밝히려는 이지적인 정신과 의사 리빙스턴 박사를 맡았다. 윤석화-신애라-김혜수의 뒤를 잇는 아그네스 역은 신예 탤런트 전예서가 캐스팅돼 쟁쟁한 선배
*사진설명 :중견 배우 박정자(65) ⓒ연합 중견 배우 박정자(65)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크게 다친 몸으로 무대에서 연기 투혼을 불살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9일 저녁 정동극장에서 막이 오른 연극 '신의 아그네스'(원작 존 필미어, 연출 박정희). 베테랑 배우 박정자와 손숙이 같은 작품으로 15년 만에 한 무대에서 서서 화제를 모아서인지 극장은 일찌감치 360여 관객들로 꽉 들어찼다. 하지만 관객들은 공연 도중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다. 미리암 수녀 역을 맡은 박정자가 공연 중간 대본으로 추정되는 종이를 들고 연기하는 장면이 연출됐기 때문. 연기력으로 보나 무대 경험으로 보나 한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박정자가 공연 도중 대사를 못외워 대본을 본다는 것은 관객에게는 일종의 충격이었다. 의문은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때 정신과 의사 리빙스턴 박사 역을 한 손숙의 설명으로 풀렸다. 손숙은 "박정자씨가 어제 밤 크게 다쳐 오늘 공연을 못할 뻔 했는데, 공연 첫날부터 빠질 수 없다며 무대에 올라 투혼을 보여줬다"면서 "어찌됐건 미흡한 공연을 보여드려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제서
극단 여백(대표 오경환)이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체호프의 '갈매기'를 16-21일 대학로 우석레퍼토리극장 무대에 올린다. '갈매기'는 '세 자매' '벚꽃동산' '바냐 아저씨'와 함께 러시아의 사실주의 작가 체호프의 4대 장막극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 모자 관계인 여배우 아르까지나와 작가 지망생 꼬스짜, 아르까지나의 애인인 소설가 트리고린, 배우 지망생 니나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통해 자기애에 빠져 타인의 고통에 무심하고, 사랑에 서툰 인간 존재를 고찰한다. 원작이 난해하기로 이름난 작품이지만 체호프 서거 100주년인 2004년부터 작년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극단에 의해 여러 차례 공연돼 연극 애호가들에게는 어느 정도 친숙하다. 오경환의 번안·연출로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최대한 원작에 충실하되 등장인물의 정신적인 파산, 증오, 욕망, 고독, 슬픔, 분노를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그려낼 예정. 오경환 씨는 "'갈매기'는 우리가 얼마나 끔찍하게 삶을 흘려 보내고 있는 지를 투명하게 비춰주는 거울"이라면서 "자신이 소망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는 삶의 모순을 깨닫고 스스로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