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연극 무대가 탄탄한 연기력과 열정을 겸비한 중진 여배우들로 달궈지고 있다.
묵직한 존재감으로 한국 연극 무대를 대표해 온 중진 여배우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며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
박정자(65)와 손숙(63)이 15년 만에 같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는 연극 '신의 아그네스'(원작 존 필미어, 연출 박정희)는 9일 정동극장에서 열린 개막공연에서 만석을 기록하며 상쾌한 출발을 했다.
10일 점심 공연 때에도 주부 관객들을 대거 불러모으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의 아그네스'는 젊은 수녀가 몰래 낳은 아기를 탯줄로 목졸라 죽인 충격적인 사건을 소재로 신에 대한 믿음과 기적의 의미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
1983년 윤석화가 아그네스 역을 맡아 국내 초연한 이래 신애라(1992년), 김혜수(1998년) 등 쟁쟁한 배우들이 거쳐가며 큰 인기몰이를 했다.
박정자는 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아그네스의 순수성을 지켜주려는 수녀원 원장 미리암, 손숙은 사건의 전모를 밝히려는 이지적인 정신과 의사 리빙스턴 박사를 맡았다.
윤석화-신애라-김혜수의 뒤를 잇는 아그네스 역은 신예 탤런트 전예서가 캐스팅돼 쟁쟁한 선배들과 앙상블을 이뤘다.
특히 박정자는 개막 하루 전 막바지 연습 뒤 귀갓길에 빙판길에 넘어져 입 부위를 10바늘 가량 꿰매는 큰 부상을 당했지만 무대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극의 중심을 잘 잡아나가고 있다.
손숙 역시 녹슬지 않은 관록으로 박정자와 팽팽한 연기 대결을 펼치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
내달 7일까지. 3-5만원. ☎02-3272-2334.
딸 배우 오지혜, 남편 오현경과 함께 가족 연극인으로도 유명한 윤소정(62)은 지난달 15일부터 대학로 아룽구지소극장에서 연극 '강철(원작 로나 먼로, 연출 한태숙)'로 열연 중이다.
'강철'은 순간적인 분노로 사랑하는 남편을 살해하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어머니가 15년 만에 면회온 딸과 재회하며 강철처럼 딱딱히 굳었던 어머니와 딸의 마음에 동시에 파문이 이는 과정을 묘사한 수작.
윤소정은 여기서 겉으로는 이기적이고, 강한 듯 하지만 딸에 대한 속깊은 사랑을 간직한 어머니를 맡아 진폭이 큰 감정 사이를 매끄럽게 오가며 극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이 작품은 연말 연초 대형 뮤지컬의 공세 속에서도 140석의 극장을 거뜬히 채우며 선전 중이다.
28일까지. 3-4만원. ☎02-764-8760.
중진 배우 대열에 접어든 개성파 배우 김지숙(51)은 내달 3-2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졸업'(원작 테리 존슨, 연출 김종석)으로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졸업'은 더스틴 호프만의 풋풋한 연기와 사이먼 앤 가펑클의 주옥 같은 음악으로 40년이 흐른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동명 영화를 연극으로 옮긴 작품.
김지숙은 아들 뻘의 순진한 청년을 유혹하는 미시즈 로빈슨 역으로 수위 높은 노출신을 선보이며 관능미를 발산할 예정이라 벌써부터 관심을 모은다.
3-5만원. ☎02-3485-8700.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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