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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100년의 투쟁기

'저속과 과속의 부조화, 페미니즘' 출간


 여성은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딸로, 아내로, 어머니로만 존재하던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투명인간이었던 여성이 어떻게 제 목소리를 내며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됐을까.

프랑스 여성학자 사빈 보지오-발리시와 미셸 장카리니-푸르넬이 함께 쓴 '저속과 과속의 부조화, 페미니즘'(부키)은 여성의 복권을 향한 페미니즘 100년의 투쟁 기록이다.

책은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20세기 시작과 함께 탄생한 가정주부에서부터 1940년대의 투표권 쟁취, 20세기 말 서구 사회에서 불거진 차도르 사건까지 여성사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들을 연대순으로 정리했다.

또 19세기 말에 활동한 참정권 운동의 선구자 위베르틴 오클레르부터 차이의 페미니즘을 강조한 현대 프랑스 철학자 뤼스 이리가레에 이르기까지 페미니즘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여성 28명을 조명했다.

아울러 여성 문제에서 여전히 논쟁이 되고 있는 주요 쟁점들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모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남성 위주의 가부장 문화가 사회의 의식 전반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여성들이 한 인간으로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들은 1970년대 여성해방 운동으로 페미니즘이 본격적으로 대두한 시점부터 오늘날까지 30년 동안 여성사에 대한 인식도 획기적으로 발전했다고 말한다. '여성사는 가능한가'라는 질문에서 이제는 '여성 없는 역사는 가능한가'라고 물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가 갈수록 복잡 다단해지며 이제 여성 문제를 페미니즘이라는 단일한 테두리로 묶을 수 없게 되었다.
서구와 제3세계라는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격차에다 민족이나 종교, 이데올로기 문제까지 가세하며 여성 사이에서도 계급과 나라, 인종, 종교에 따라 다양한 층위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이런 현상을 페미니즘의 '저속과 과속의 부조화'로 규정한다.
이처럼 페미니즘을 둘러싼 '저속과 과속의 부조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1989년 프랑스에서 불거진 차도르 사건을 들 수 있다.

종교적 관습에 따라 차도르를 착용하고 학교에 간 이슬람 여학생들을 퇴학 처분한 학교의 결정에 대해 서구 페미니즘 진영은 차도르가 여성의 억압을 상징한다며 환영했다.

반면 이슬람 사회와 페미니즘 진영은 차도르는 이슬람 문화의 하나일 뿐 여성 차별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 프랑스의 편협성이라고 반발해 이제 단지 여성이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특정 현상에 대해 공동 전선을 형성하는 시대가 끝났음을 웅변했다.

'유예된 유토피아, 공산주의', '인류의 영원한 굴레 전쟁'에 이어 부키가 펴낸 20세기 박물관 시리즈의 세 번째 책.

유재명 옮김. 265쪽. 1만7천500원.

 


(서울=연합뉴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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