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28.레딩FC)이 또 엔트리에서 빠져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창단 135년만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 진입한 소속팀 레딩이 1부리그 잔류를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상대인 위건 애슬레틱과 31일(한국시간) 홈 경기에서 교체 명단에도 들지 못해 스티브 코펠 감독의 신뢰를 상실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코펠 감독이 중요한 순간 설기현보다는 2004년부터 팀에 있었던 베테랑 글렌 리틀(32.잉글랜드)을 선호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7위까지 올라선 레딩은 강등권에서 벗어났지만 최대한 공고한 자리를 잡기 위해 1승이 아쉬운 팀이다. 이런 상황에서 리틀은 정규리그에, 설기현은 상대적으로 애착이 떨어지는 FA컵에 번갈아 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 놓고 설기현이 포지션 싸움에서 밀렸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런던 남부 윔블던 출신인 리틀은 1995년 코펠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뛰었다. 그러나 그 때는 아예 1군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리틀은 아일랜드 글렌토런에 무상으로 이적했다가 1996년 아일랜드컵 우승에 기여하며 재평가를 받고 난 뒤에야 잉글랜드에 돌아올 수 있었다. 코펠 감독에게서 신임을 얻은 것은 서른을 넘긴 지난 시즌에야 가능했다.
챔피언십(2부리그) 35경기에 출전해 다섯 골을 뽑아내 늦깎이로 꽃을 피운 셈이다.
설기현이 2006-2007 시즌 초반 2골과 2도움을 올리며 레딩의 개막 돌풍을 이끈 뒤 요즘 주춤하는 추세라면 리틀은 훨씬 긴 인고의 세월을 감내해야 했던 선수다.
설기현은 올 들어 벌써 두 번째 엔트리에서 제외됐지만 그럼에도 레딩의 프리미어리그 25경기 중 21경기에 출전했다. 팀 내 득점도 여전히 케빈 도일(10골), 르로이 리타(5골)에 이어 세 번째다.
단지 아쉬운 대목은 지난 연말 스트라이커로 시험 기용됐을 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다. 레딩의 주포 도일이 부상으로 빠져있는데도 출전 기회가 자주 돌아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레딩은 FA컵 16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대결을 비롯해 2, 3월 아스널, 토트넘, 리버풀 등 강팀들과 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왼쪽 측면도 소화할 수 있는 설기현은 스티븐 헌트(26) 등 다른 미드필더 요원이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로 전열에서 제외될 경우 1번 대체 요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형욱 MBC 축구해설위원은 "컨디션만 유지한다면 이번 시즌 반드시 기회가 온다. 코펠 감독이 현재 라인업에서 변화를 주려 할 때 가장 먼저 선택할 카드가 설기현이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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