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추미애 전 의원이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았던 탄핵을 끝까지 막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는 가운데, ‘탄핵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구 민주당 지도부들과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추 전 의원은 16일 ‘이목회’ 초청강연에서 이같이 밝히고, 민주당을 향해 “분당에 대해 당연히 감정은 있을 수 있으나, 감정을 억누르고 용광로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당책임은 별개의 문제로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맞겨 놓고 사분오열된 민주세력을 통합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그는 "민주당 소속으로서 통합을 말하기 전에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민주당 지도부들의 감정적 앙금은 있을지 모르나, 국민, 지지 세력의 통합의 뜻을 읽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한편 영호남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추 전 의원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을 아우르는 정계개편에서 일정부분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 내에서는 총선 이후, 민주당의 당적을 가진 채 다른 행보를 보여온 추 전 의원을 비판하며, 입장 정리를 분명히 하라는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탄핵 주역’ 조순형, “탄핵 정당성 변함없다”

탄핵 역풍 후 2년여 만에 재보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당선 이후, “탄핵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노 대통령 탄핵에 참여한 저를 포함한 16대 국회의원들의 훼손된 명예회복과 정치적 복권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만하게 (탄핵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하기 싫었다”면서도 “느닷없이 열린우리당에서 탄핵세력이 성북 을에 등장하는 것은 역사의 후퇴라고 했다. 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이 말도 안 했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7.26 재보선 선거 당시, <프리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04년 3월 11일, 노 대통령이 자신의 재신임과 총선을 연관시키는 발언을 한 것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었다”며 “다만 헌법재판소에서 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그것이 대통령직을 물러나게 할 사안을 아니라서 위계해준 것 뿐”이라며 탄핵의 정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또 지난 10월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사건결정서는 역사적 기록인 만큼 반드시 소수의견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심판사건은 헌법재판소 10대 사건 중에서도 상위를 차지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볼 수 있다"며 "결정서의 의견을 공표하는 것은 역사와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조 전 의원은 열-민 통합에 대해서도 가장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조 전 의원은 연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분당 잘못을 인정해도 받아 줄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는 또 제3 지대에서의 헤쳐모여식 정계개편론에 대해서도 "뚜렷한 명문이나 주요노선, 정책에 대한 합의점도 없다"며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일축했다.

 김경재 “민주당 탄핵 정서, 본인도 잘 알 것” 

 

지난 4.15 총선 당시 민주당 상임중앙위원이었던 김경재 전 의원은 최근 CBS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추미애 (당시) 선대위원장이 탄핵을 후회하는 자세를 취해, 35%이상 탄핵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추 전 의원이 전국적인 정치인으로 재등장하기 위해서는 탄핵 당시와 그 이후 행보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과 참회가 전제돼야 하는데, 그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며, 앞으로 그렇게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한편 김 전 의원은 17일 <빅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추 전 의원의 통합은 열린당의 창당주역인 천신정과 같이 하는 것으로 판단 된다”면서 “민주당의 지난 2년 동안의 정서를 봤으니 탄핵이나 분당에 대한 입장은 본인도 잘 알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전 의원은 “'정동영 김근태 의장의 분당실패 고백을 높게 평가한다'는 추 전의원의 발언은 개인의견이겠지만, 같은 민주당원으로써 동의할 수 없다”며 “적어도 통합을 얘기하려면 인터뷰에서 말로만 하는 사과가 아닌 진실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적어도 형식에 있어 정중성을 보이던가, 아니면 창당과정에서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추 전 의원은 ‘이목회’ 초청강연에서 “양당사이에 분당과 탄핵의 잘못을 서로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감정의 골을 메우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동영, 김근태 의장의 분당실패 고백에 대해 높게 평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추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 내의 분당 책임자와 친노세력도 스스로 의지가 있고 민주세력 대통합에 동의한다면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 “개인적으로는 할 말이 많지만…”

 한편 추 전 의원의 탄핵 사과 발언에 대해 민주당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김재두 부 대변인은 이날 통화에서 “탄핵때는 그것이 당론이었으나, 지금에 와서 탄핵이나 추 의원의 발언에 대해 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유종필 대변인은 “글쎄…개인적으로는 할 말이 많지만, 대변인으로서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한편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추 의원의 탄핵 사과 발언과 관련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웹진 ‘남프라이즈’의 네티즌 바다소녀는 “용광로론에 함부로 노무현 이하 영남친노들까지 거론하는 것은 그야 말로 잡탕용광로가 되어 버린다”면서 “과거 탄핵정국에서 민주당의 분열적 정당으로 비추게 했던 님의 옥쇄파동에 대해 먼저 민주당과 국민께 사과부터 하시는 게 올바른 순서”라고 충고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탄핵이란 정당한 법과 절차에 의해 행해진 아주 극히 정상적인 정치적 형태”라며 “그런 것을 막지 못했다고 책임을 느낀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을 비추어 볼 때 한 나라의 지도자의 역량과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뼈저리게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추 전 의원을 향해 "탄핵을 막지 못한 책임을 느낄 게 아니라 능력 있는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는 것에 더 큰 책임을 느껴야 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