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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 연극으로 희망을 노래한다

“Dreams come true(꿈은 이뤄집니다)!”

 

 

*사진설명 :18일 서울 대학로 아리랑 소극장에서 국내 첫 노숙인 극단 `징검다리'가 연극 `사랑 한번 해보고 싶어요'를 열연하고 있다. ⓒ국내 첫 노숙인 극단의 열연

노숙인들이 연극무대에서 사랑과 가족 그리고 희망을 외쳤다.

국내 첫 노숙인 극단 `징검다리'는 18일 오후 7시30분 서울 대학로 아리랑 소극장에서 연극 `사랑 한번 해보고 싶어요'를 조심스레 무대에 올렸다.

30∼5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징검다리' 단원 11명이 참여한 이날 공연은 지난해 12월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가 마련한 연극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노숙인이 "연극무대에 실제로 서 보고 싶다"는 소망을 이야기하면서 성사됐다.

임영인 다시서기지원센터 소장은 "징검다리는 원래는 굴러 다니던 돌멩이었지만 징검다리가 되면 이쪽과 저쪽을 잇는 역할을 한다. 노숙인들도 변두리의 소외된 인물이었지만 연극을 통해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며 극단 이름을 `징검다리'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소극장엔 공연 시작 전에 이미 이들의 `첫경험' 소식을 듣고 온 많은 관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으며 일부는 자리가 없어 공연장 밖에서 기다리다 돌아가기도 했다.

100석 공연장에 160여명이 넘는 관객이 찾아와 이들의 좌석을 정리하느라 공연이 10여분 늦게 시작했다.

이날 무대에 올려진 세 가지 에피소드는 모두 연극 참여자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된 `사랑ㆍ가족ㆍ희망'.

가내수공업 공장의 여공이 공장 반장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반장과의 사랑을 이루고(사랑), 조그마한 가게를 하고 있는 부모의 돈을 얻어 사업을 시작했지만 실패하고 노숙인 생활을 하다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며(가족), 마지막으로 공연자 모두가 무대로 나와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담배가게 아가씨'를 합창한다(희망).

비록 국어책을 읽는 듯 어색한 연기와 중간중간 웃음보를 터뜨리는 실수도 종종 있었지만 박수를 크게 치며 용기를 북돋워 주는 관객들의 응원에 이들은 혼심의 힘을 다해 1시간30분 동안 무대 위에서 자신을 표현했다.

연극이 끝난 뒤 구슬땀을 연방 닦아내리던 이재영(41)씨는 "`가족 에피소드'는 내 이야기"라며 "기업에서 근무하다 IMF 때 퇴직하고 개인사업을 하다가 실패, 노숙인 생활을 했지만 이젠 `연극배우'라는 또다른 꿈을 꾸게 됐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사회복지사 김자옥씨는 "처음엔 눈도 제대로 못 맞추던 노숙인들이 친구도 사귀고 재활의지를 찾아간다는 게 이번 연극의 가장 큰 성과"라며 "이제 노숙인들이 삶의 주인공으로 우리사회에 연극 초대장을 건네는 만큼 앞으로도 이들의 용기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주부 김모(43)씨는 "사업 실패로 떠돌아다니던 아들이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며 "재활의 의지를 무대 위에서 당당하게 표현하는 배우들을 보고 열심히 살아야겠단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극은 무료로 공연됐으며 공연장 앞에서 모아진 후원금은 간질환과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서울역 노숙인진료센터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후원계좌는 우리은행 1005-401-089892 (재)대한성공회유지재단 ☎ 02-777-5217.

 

(서울=연합뉴스)
eng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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