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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 오버하는 진보언론, 조현병부터 공부해라

사실관계 전달, 합리적 판단보다 사회현상으로 비약해 남녀대결 여성분노 부추겨

이른바 ‘강남역 묻지마’ 살인에 대한 일부 언론의 오버가 도를 넘고 있다. 심각한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인 피의자의 병력은 무시하고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사회가 빚은 참극이라며 단적으로 과장, 비약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 정치권 인사들이 가세하면서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는 형국이다.

특히 이른바 진보언론의 지나친 과잉해석이 눈에 두드러진다. 사실관계를 따져 정확하게 분석보도하기보다는, 사회현상으로 비약해 여성층 분노를 자극하는 기사를 쏟아내기 바쁜 모양새다. 경향신문은 19일 <“여자라서 두렵다”…분노 넘어 절규>, <“공용화장실 ‘남·여 분리’ 하라”…제도 개선 움직임 탄력>, <"정신병의 증상은 사회적 맥락"... 서천석 정신과 전문의 '강남 살인사건'은 "여성혐오" 지적> 등 제하의 기사에서 ‘여혐 의혹’을 한껏 자극했다.

경향신문은 관련 기사에서 “강남역 살인사건’이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라는 경찰 및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들이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피의자의 정신병이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맥락 안에서 벌어진 만큼 개인의 정신질환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성혐오’라는 시대적인 맥락 안에서 사건을 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라며, 서천석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의 글을 전했다.

서 전문의는 19일 페이스북에 “정신병의 증상은 사회적 맥락 속에 있다”면서 “문제는 그가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한 것이다. 이 말은 사회적 맥락을 갖고 있고 그것은 ‘여성혐오’”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 전문의는 “여성 혐오 의식이 정신병의 증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면 그 심각성을 인정하고, 사회 전반에서 이런 의식이 자리잡지 못하도록 구조적 개혁을 하고 의식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정신병이 범죄의 원인이냐? 아니면 여혐이 원인이냐?’ 이런 수준 낮은 논쟁은 이젠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 전문의가 피의자를 직접 진단하지 않은 이상, 이 같은 진단이 정확하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여성들이 나를 무시했다’는 피의자 발언이 조현병에서 오는 병적 증상일 가능성이 높은데도 이를 무시하고 피의자 발언을 바탕으로 진단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여성은 약자 강조해 여성분노 부추기는 게 진보언론?

경향신문은 또 다른 관련 기사에서는 이번 사건을 놓고 2030세대 여성들 중심으로 추모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사실을 전하며, “여성을 상대로 한 ‘묻지마 살인’은 종종 보도됐지만 추모 열기로 번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범인이 경찰에서 “사회생활에서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을 했다”며 진술한 것이 전해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이번 사건은 묻지마 살인이 아니라 여성혐오 범죄”라는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역시 조현병 환자의 발언 하나만을 근거로 한 기사였다.

20일 사설 <강남역 여성 살인에 대한 여성혐오적 시선을 혐오한다>를 통해서는 “이 사건에 사회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여성혐오라는 살인동기 정황 때문이다. “여자들에게 무시를 당했다”는 피의자의 진술이나 피의자가 공용화장실에서 1시간 이상 여성이 들어오기를 기다려 범행한 것을 보면 여성혐오가 살인동기라는 데 이의를 달기 힘들다”면서, “피의자는 당시 화장실을 출입한 남성은 범행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경찰은 피의자가 정신분열증으로 4차례 입원한 경력을 강조한다. 그의 여성혐오나 피해망상도 정신분열증의 발로일 수 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이 사건이 최소한 ‘여성이라는 특정 집단을 겨냥한 살인’이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게 해석하지 않고는 강남역과 인터넷을 달구는 수많은 여성들의 추모와 공포의 공감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며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여성을 특정한 범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을 ‘묻지마 살인’으로 몰고 가는 것도 합당하지 않다. 이번 사건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아야 하는 한국 사회 현실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땅의 여성 누구라도 부지불식간에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그래서 일상적으로 공포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실상을 이 사건은 고발하고 있다”고 썼다.

하지만 경향신문의 사설 역시 피의자의 여성 집단 겨냥이 조현병에서 비롯된 증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차단했다. 때문에 피의자가 정상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아야 하는 한국 사회 현실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린 판단은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나 합리적 판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강남역 살인’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한 게 아닌데도…

한겨레신문은 20일 오전 아예 톱뉴스로 <여성혐오 사회가 빚은 참극…난 운좋게 #살아남았다>를 뽑았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서초경찰서 쪽은 “프로파일러 1차 심리 면담 결과, 여성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구체적인 사례 없이 김씨가 피해망상으로 인해 평소 피해를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선을 그었지만, 여론은 이번 사건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여성 혐오 범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기사에서도 경찰 수사 결과 피의자의 여성발언 자체가 망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지만, 한겨레는 이후 이와 무관하게 ‘여혐’에 방점을 찍은 관련 코멘트를 전했다.



그러면서 ““모든 남성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 하는 것 아니냐” “남녀 대결로 몰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추모의 열기 뒤에는 우리 사회의 여성 및 약자에 대한 혐오가 일정 수위를 넘었다는 인식과 그 혐오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실질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데 대한 공포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관련 기사에 최다 추천을 받은 한 독자는 댓글을 통해 “너무 편파적인 기사다. 왜 서로 혐오하는 사회를 조장하나. 특히 한겨레 메인이라니요?”라며 “법무연수원 범죄백서 2015년도 자료를 보면, 1. 범죄피해자 비율은 남성 65%, 여성 35%로 일정합니다. 2. 강력범죄(흉악)의 여성피해자 비율이 80%인 것은, 강력범죄(흉악)에 성폭력 범죄가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3. 오히려 강력범죄(폭력)의 여성피해자 비율은 33%로 점차 낮아졌습니다. 묻지마 살인의 무서움이 본질이지 여혐남혐이 아닙니다”라는 지적을 했다.

한겨레는 19일자 <강남 살인사건이 ‘여성혐오 범죄’인 이유>에서는 경향신문과 마찬가지로 서천석 정정신과 전문의의 페이스북 관련글을 인용 보도했다. 이 신문은 20일자 사설 <분노의 연대 몰고 온 ‘여성혐오 범죄’>란 제목으로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그런 무자비한 폭력의 대상이 됐으니, 혼자만의 비극이나 특이한 개인의 일탈로 넘길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의자에게 조현증 병력이 있어 그대로 다 받아들이기는 어렵다지만, 처음부터 여성을 겨냥해 죽이려 했다는 것이니 놀라운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냥 ‘마주치는 아무나’가 아니라 ‘여성 중 아무나’를 죽일 생각이었다면 여성 혐오 범죄와 다름없다.”며 ““여자가 나를 무시해서”라는 말은 지금껏 무수히 벌어진 여성에 대한 폭력, 여성 살해에서 거듭 내세워졌던 터무니없는 이유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겨레의 이 같은 사설도 피의자의 여성관련 발언이 조현병에서 비롯된 이유없는 망상증세일 가능성은 배제한 것이다. 한겨레 역시 조현병에 대한 이해 등 사실관계를 따져 합리적 지적을 하기보단, 사건을 극단적으로 비약해 여성혐오 사회의 단면으로 보도하기 바빴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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