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KBS가 의결, 공포한 'KBS 2014사업연도 경영평가보고서' 내용을 훑어보면서 필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게 과연 현 정부에서 현 KBS 이사회에서 나올 수 있는 보고서인가. 자신들이 위촉한 평가위원단이 쓴 이 엉터리 보고서를 내놓고도 KBS 이사회가 아무렇지도 않은 걸 보고 두 번 놀랐다. 'KBS 2014사업연도 경영평가보고서' 안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가관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하였다고 행정조치를 내린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를 친일파로 둔갑시킨 대표적 왜곡보도를 칭찬하질 않나, JTBC 세월호 보도를 KBS가 본받아야 한다는 식의 황당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언론노조가 주장하는 국장임면동의제, 국장책임제의 당위성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해 강조하거나 4대강 비판과 같은 시사 프로그램이 왜 진작 때맞춰 방송되지 않았느냐고 대단히 정략적인 지적까지 늘어놓았다. 도대체 이게 야당, 언론노조의 보고서인지 KBS 경영평가보고서인지 가늠이 안 될 정도의 수준이었다.
보고서에 담긴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이런 식이다. “KBS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무엇보다 사장 선임과 이사회 구성의 틀을 바꿔야 하겠지만 이것은 KBS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이기에 현재의 틀 속에서 가능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독립성 확보를 위한 그간의 논의와 실제적인 경험을 토대로 구성원이 함께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보도에 대한 경영진의 개입 문제가 표면화한 지 1년이 지났다. 경영진은 이 문제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노동조합, 기자협회와 PD협회를 포함한 직능단체들과 함께 논의하고 중지를 모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세월호 보도 관련)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구조 활동 독려...실종자 가족 위로> 리포트에서 대통령의 약속 장면, 박수 받는 모습을 강조한 반면에 더딘 구조 작업에 대한 가족들의 항의와 원망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하지 않았다. 특히 영상에 배경음으로 들어간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가 빠졌다”(이 부분은 KBS가 해명했음에도 정작 보고서에는 빠지고 야권과 언론노조의 주장만 들어갔다. 기막힌 일이다.)
KBS 이사들에 미래 맡기는 건 세월호 선장에 목숨 맡기는 것
KBS 이사회는 그래도 이런 보고서를 이사회 이름으로 내기는 싫었던 모양인지 “보고서는 채택하되, 보고서의 작성주체는 이사회가 아닌 경영평가단임을 분명히 한다”며 의결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책임을 경영평가단에게 떠넘기는 얄팍한 처사다. 경영평가단은 어디 별세계에서 뜬금없이 떨어진 존재라도 된다는 말인가. KBS 이사회가 직접 위촉한 경영평가단 아닌가. 자신들이 믿고 맡겨놓은 사람들이 이따위 보고서를 내놨으면 그 책임도 KBS 이사회에 있는 것이다. 이런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중간에 체크도 하지 않은 이사회의 게으름의 문제고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그런 부실, 편파, 왜곡 경영평가보고서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도 본인들의 무능을 증명한 것에 불과하다. 야당에 비해 두 배 가까운 7명의 여당 이사들이 있는 KBS 이사회가 이런 보고서나 내놓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도대체 뭘 하는지 밥값이 아까운 사람들이 앉아 KBS 이사회 이사 지위와 호사나 누리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고 뭔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무능이 두드러져 그렇지 KBS 이사회 역시 만만치 않게 무능하고 이기적이며 배부른 집단이다. 야당 측 이사들 4인과 비교하면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소위 보수우파 정권에서 언론노조가 흡족할만한 'KBS 2014사업연도 경영평가보고서'와 같은 결과물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언론노조 정치공작이나 다름없는 김시곤 사태가 빚어지자 기어코 길환영 사장 내쫓는데 성공하고 똘똘 뭉쳐 조대현 사장을 앉히는 성과도 냈다. 이런 반면 다수 이사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소수 이사들에 농락이나 당하고 있는 꼴이다. 그러니 이따위 어처구니없는 경영평가보고서나 내놓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무능한 이사들이 버티고 있는데 야당이나 언론노조가 정권을 핫바지나 호구로 봐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엉터리 경영평가보고서 하나 바로잡지 못하고 그나마 책임마저도 자기들이 위촉한 평가단에게 미루는 무책임과 보신주의의 극치인 자들에게 KBS 관리감독을 어떻게 믿고 맡기나. 자기 살기 급급했던 세월호 선장을 믿고 그에게 목숨을 맡기는 것과 뭐가 다른가.
차기 총선대선 보도 지휘할 KBS사장 선임 위한 전제조건은 이사 전원교체
자기들이 알아서 특별다수제를 하고 있는 방문진 여권 이사 전원 물갈이가 현 정권의 절대적 과제이듯 KBS 이사회 여권 이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무능하고 보신주의로 일관하다 야당 측 이사들에 농락이나 당하고도 자기체면이나 차리고 있는 자들을 그냥 둔다면 KBS 차기 사장 선임도 보나마나다. 여야를 적당히 눈치 보는 조대현 사장 아래에서 내년 총선과 그 다음해 대선까지 '뿌리깊은 미래'나 문창극 왜곡보도 사건과 같은 일이 터져도 속수무책일 것이다. 아니면 더욱 무능한 사장, 기회주의 사장을 앉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언론노조에 KBS를 내주고 총선과 대선보도에서 KBS에 정부와 여당이 사냥을 당하는 차마 못 볼꼴을 볼지도 모른다. KBS 공정성은 그야말로 물 건너가는 것이다. 차기 사장을 뽑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되는 차기 KBS 이사회 여당 측 이사 전원 물갈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언론노조가 공정성 운운하면서 좌로 기울여온 KBS를 바로 일으키려는 노력이라도 할 수 있는 사장감을 찾으려면 그래야 한다.
차기 KBS 사장은 어떤 때보다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KBS가 총선과 대선에서 언론노조가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으로 장난을 치지 않도록 공정성 관리를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하게 할 수 있는 책임감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러자면 KBS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인물이어야 한다. 또 어느 날 갑자기 애국자라도 된 양 변신한 인물이 아닌 오랫동안 꾸준히 KBS의 병폐를 지적하고 개혁노력을 해왔던 인물이어야 한다. 그런 검증된 인물이 아니라 어느 날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인물로는 KBS의 아사리판을 막을 수 없다. 총선과 대선에서 큰 코 다칠 것이라는 예상도 어렵지 않다. KBS 사장을 똑바른 인물로 선임하기 위해서라도 KBS 이사회의 여당 추천 이사들을 반드시 전원 물갈이해야 한다는 얘기다. 능력 없는 엉터리 낙하산 인물이 거론되면 대놓고 반대도 할 줄 아는 용기와 책임감이 있는 인물들로 구성해야 한다. 있으나마나한 무능하고 무기력한 허수아비들은 더 이상 KBS 이사회에 존재할 필요가 없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