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착오는 있어도 거짓말은 한 적이 없다는 이완구 총리는 이미 총리로서 수명이 다했다. 성완종 전 회장 측에서 음료수 박스에 담아 3천만원을 이 총리에 건넸다는 폭로가 나오자 인터넷에는 이 총리를 조롱하는 패러디물이 넘치고 있다. 2대 8 가르마의 단정한 머리스타일로 진지한 이미지의 이 총리가 사뭇 비장한 목소리로 카메라 앞에서 의혹을 부정할 때마다 그에 비례해 쏟아지는 패러디물은 근엄하신 총리의 권위를 더욱 너덜거리게 만들고 있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서릿발 같은 호령을 하던 이 총리는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은커녕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사정당할 사람이 사정을 한다. 이완구가 사정 대상 1호”라는 성 전 회장 주장의 실체가 아직 드러나기 전이지만 이 총리는 자신에게 제기된 숱한 의혹을 국민 앞에서 해명하는 태도 그 자체만으로도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불리할 때마다 말을 바꿔가는 거짓말쟁이 국무총리는 국정운영 마비상태만 연장시킬 뿐이다.
이완구 총리 욕심 하나로 박근혜 정부 무너져도 좋은가
잇단 거짓말 논란을 통해 이 총리가 증명한 건 본인이야말로 구태 인사이자 청산 대상이라는 사실뿐이었다. 2012년 대선은 혈액암 투병생활을 하느라 관여하지 못했다고 하더니 새누리당 충남도당 명예선대위원장이었다는 기사가 나오자 “유세장엔 한두 번 갔다”고 말을 바꿨다. 그나마 그 말도 다시 바뀌었다. 그 당시 박근혜 후보 지지연설 동영상이 뜨면서 유세장에 한 두 번 간 정도가 아니었다는 사실, “충청권에서 제 이름을 갖고 명예선대위원장을 한 것은 사후에 들었다”고 한 것도 2012년 10월 충남도당 선대위 발대식 당시 박 후보로부터 직접 임명장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짓말임이 들통이 났다. 거짓말이 드러났음에도 또 거짓말로 덮으려 하고 그 거짓말이 다시 들통 났는데도 다시 거짓으로 얼버무리는 식이다. 성 전 회장을 잘 모른다더니 성 전 회장의 지인들과 주변에서 두 사람이 절대 모를 수 없는 밀접한 사이임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까니 그제야 같은 당 의원을 만나는 건 당연하다고 말을 바꿨다.
이 총리의 이런 거짓말들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민이 믿을 수 없게 만들었다. 말로는 자신과 전혀 무관한 것처럼 굴면서 성 전 회장 측근에게는 15차례나 전화를 걸어 성 전 회장이 목숨을 끊기 전 자신에 관해 어떤 얘기를 했는지 캐려던 수상하기 짝이 없는 태도 역시 불신을 키웠다. “만약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다”고 한 이 총리는 본인에 대한 의혹이 검찰 수사에서 증거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증거가 나오지 않더라도 총리의 거짓말 행진은 본인이 그 자리에서 계속 있어선 절대 안 되는 인물이란 사실만 각인시켰다. 국민을 우롱하는 것도 아니고 증거만 나오지 않으면 총리직의 명예가 떨어지든 박근혜 정부의 도덕성이 무너지든 새누리당이 망가지든 어떻게든 본인 자리만 지키면 된다는 뜻인가. “그 양반은 너무 욕심이 많아요. 자기 욕심이…. 너무 남들을 이용해서 그렇게 하면 안되는데 그렇게 이용해서 사람을 많이 죽이고 그러네요.”라는 성 전 회장의 평이 그래서 예사롭지가 않다.
국민에게 ‘거짓말의 달인’이란 인상 준 식물 총리는 즉각 물러나야
이완구 총리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이 총리가 착각하면 안 될 게 있다. 이 총리가 그 자리에 오른 건 본인이 뭐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어서 국민이 애정을 갖고 지지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전 총리후보자들이 잇따라 낙마하면서 국정공백이 길어지는 게 청와대나 여당이나 야당 모두가 부담스럽다는 상황이 맞아떨어져서 여러 흠집과 도덕성의 문제에도 모두가 한쪽 눈은 질끈 감아주었던 덕분이었다. 총리 임명동의안 가결 찬성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이 바로 그 점을 말해준다. 역대 최고 수준의 흠집 많은 인물을 총리 자리에 앉히려고 여야가 무던히 애쓰던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많은 국민은 또 얼마나 한숨을 쉬었었나. 그런 이 총리가 국정운영의 장애물이 된 이상 이 총리가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당장 총리가 사정의 대상이 되어 부정부패와의 전쟁에 아무런 힘도 못 쓰는 식물 총리가 된 마당에 박근혜 정부가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나. 이 총리로 인해 현 정부가 식물정권이 되기 일보 직전이다.
이 총리는 15일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이 사퇴를 요구하자 “그런 메모나 일방적 한쪽 주장만 갖고 거취 문제를 결정하지 못한다. 공직자가 근거 없는 말 때문에 이렇게 궁지에 몰리고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도 문제가 아니겠느냐. 지금 누구의 말이 맞는지 모르는 거 아니냐”고 강변했다. 이 총리 본인은 문제가 무엇인지 아직도 판단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이 총리는 공직자 운운하기 전 본인이 공직자로서 필수 덕목인 정직에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인 후 본인이 그동안 국민 앞에 줄곧 보여준 비겁한 모습은 총리로서 부적격임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었다. 이 총리를 궁지에 몬 것은 본인이지 남이 아니란 얘기다. 이 총리는 “큰 틀에서 거짓말 한 적 없다.”며 뻔뻔하게 버틸 게 아니라 직에서 물러나 공정하게 검찰 수사를 받고 억울함을 푸는 게 맞다. 사정의 대상이 사정의 칼날을 휘두른다는 조롱을 받는 총리는 대통령뿐 아니라 국민에게 불행한 일이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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