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이 하 수상하다. 표현의 자유가 홍수처럼 넘치는 시대에 표현을 이유로 프로야구 선수가 법과 원칙도 없이 어처구니없는 중징계를 당하고 황당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기자까지 나오는 세상이다. 표면상 특정인, 특정지역과 여성을 비하했다는 이유를 대지만 핑계에 불과하다는 건 모두가 안다. 결국 내 생각과 다른 너는 안 된다는 또 다른 파쇼의 등장이다. 어이없게도 그런 억압이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떠들고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는 이들에게서 주로 볼 수 있는 태도라는 점이다. 대통령에 대한 비하라는 의미에서 같은데 어떤 대통령에게는 ‘쥐박이’ ‘닭그네’ 부르는 건 일상에서 누리는 지극히 당연한 표현의 자유고 어떤 전직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노무노무 일동차렷’은 잠꼬대라도 써서는 안 되는 금기어다. 차라라 잣대라도 같으면 헷갈리지나 않을 것 같다. 도대체 노무노무 일동차렷이 무슨 뜻인가? 노무현 비하? 전두환 연상? 일개 커뮤니티 사이트 유저들의 은어 따위가 뭐라고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공영방송사가 프로구단이 이 난리에 호들갑인가.
KBS 수신료 인상 반대가 고작 ‘일베’ 때문이라는 국회의원들의 수준
일베를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오늘의유머를 놓고 대한민국 ‘지각있는’ 사람과 조직에서 일베를 놓고 벌어지는 이 따위 기막힌 일들이 벌어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런 비이성이 버젓이 일어나고 여론재판이 당연시되며 그것이 정의인양 둔갑하는 현실은 도저히 봐주기가 어렵다. 특히 KBS 수신료 인상을 놓고 야당 의원들이 하는 말이 가관이다. “KBS는 1~2년 사이에 6000여 건에 달하는 입에 담기도 어려운 편향적이고 비하적인 글을 게재한 일베 의혹 수습기자를 지난 1일 정기자로 채용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BS가 해당 기자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고 자구 노력을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장병완)” “KBS가 공정성을 담보하겠다고 하면서 일베기자를 채용했다. 이러고선 수신료 인상을 하자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진행자나 외부패널이 방송에서 해당 기자의 게시글과 같은 언급을 하면 강도 높은 제재를 받았을 것(송호창)”
“해당 기자가 올린 글의 수위가 너무 높아서 공개적으로 읽지를 못하겠다. 방송분야를 담당하는 방통위는 KBS 운영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문병호)” “북한에 우호적인 게시글을 올리는 사람이 KBS 기자로 채용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이와 마찬가지로 일베에 여성 비하, 반민주적인 사고를 갖춘 사람이 KBS 기자가 되는 것을 국민들은 받아들이지 못할 것(최민희)”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란 사람들의 생각과 사고방식이 고작 이 수준이다. 방통위가 기자 한명 채용하는 문제를 가지고 KBS에 왈가왈부할 만큼 한가한 조직인가. 더욱이 KBS 인사와 경영에 그런 식의 간섭할 근거가 있나. 이제 갓 입사한 기자 한 명 때문에 KBS 공정성이 파괴된다는 엄살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얘기다. 멀쩡한 총리 후보자를 친일파로 둔갑시켜 마녀 사냥하고 낙마시켰던 오마이뉴스 출신 기자의 사례나 정연주 사장 시절 좌편향 언론사 출신들이 대거 KBS에 들어왔어도 그 이유로 수신료 인상해선 안 된다고 누가 반대했다는 얘기는 여태껏 들어본 적이 없다.
자신과 우리편에 관대하고 남과 너희편에 냉혹한 위선자들이 깨어나야 한다
북한에 우호적인 글을 쓰는 것과 일베에 익명으로 글을 쓰는 것을 동일시하는 것은 지적 수준에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대단히 악의적인 비유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자신들의 편협함과 파쇼적 사고를 그런 식으로 국민 팔아 정당화하는 짓은 하지 말기 바란다. 도대체 어떤 국민이 그렇게 지지한다고 말끝마다 국민 팔고 앞세우나. 일베 용어가 뭔지도 모르고 재미를 느낀 선수가 개인 SNS에 ‘노무노무’를 썼다고 구단이 자격정지 3개월이란 중징계를 내리고 급여도 중단하는 행위를 정상이라고 보지 않는다. 일개 커뮤니티 용어를 사회적 잣대로 키워 금기어로 만들어 개인에게 기어코 족쇄를 채우는 짓은 민주주의자들의 행위라고 볼 수가 없다. ‘노무노무’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하와 5·18을 폄훼하는 뜻이라는 정의는 도대체 누가 만든 건가? 일베에서 쓰면 그게 사회적 공통어라도 된다는 얘긴가. 일베가 우리사회 기준이라도 된다는 얘긴가.
KBS 수신료 인상 문제를 놓고 국회의원이란 자들이 고작 일베 논란 따위를 들이대어 되고 안 되고를 떠드는 그 수준이 참담할 지경이다. 유명 스포츠 구단이 일베 용어 따위의 잣대로 선수를 중징계하고 선수에게 족쇄를 채우는 현실이 암담하다. 설령 그 발언이 구단의 특성상 받아들이기 힘든 잘못이라고 쳐도 선수에게 자격정지 3개월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세상이 점점 제정신대로 살아가기 힘들게 변해간다. 민주를 떠들면서 반민주를 자행하는 정신분열적 언행불일치의 세상이 갈수록 인간의 위선을 부추긴다. 정의와 도덕을 떠들고 남을 쉽게 심판하는 자들 치고 진실로 정의롭고 도덕적인 이가 드물다. 자신에겐 관대하고 남에겐 냉혹한 위선적 인간들이 내는 소음으로 대한민국이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다. “너희들 중에 죄 없는 자가 있다면 돌을 던지라.”는 예수님의 호통이 이 땅에 벼락처럼 내리길 간절히 기원한다. 매 순간마다 죄짓고 사는 이 땅의 모든 어리석은 국민들은 그 벼락을 맞고 다시 깨어야 한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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