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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식 무상급식 논쟁이 위험한 이유

정책논쟁을 정치놀음으로 가져간 홍준표의 무상급식 ‘한탕’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다룬 MBC ‘PD수첩’의 목표는 분명했다. “나는 무상급식을 공약한 적이 없다”는 홍 지사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민의 뜻이 무상급식 하는 것이라면 따르는 게 도리”라고 했던 태도를 왜 갑자기 바꾸었느냐, 그 배경에 당신 개인의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느냐고 따지겠다는 것이었다. 필자 역시 홍 지사가 갑작스럽게 무상급식 이슈를 들고 나온 게 순수하게 재정부족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PD수첩을 본 시청자들 상당수도 느꼈겠지만 홍준표의 변신은 아무리 무상급식 포퓰리즘을 반대하는 사람일지라도 무작정 ‘쉴드’를 치기에는 민망한 것이었다. 2012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방송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와 권영길 후보가 무상급식과 관련해 주고받은 문답 내용은 몇 번을 음미해도 쓴 웃음이 나온다.

“홍준표 - 무상급식은 이제 선거에서 졌기 때문에 우리는 무상급식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국민의 뜻이 무상급식 하는 것이라면 따라주는 것이 도리입니다.
권영길 - 무상급식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고...
홍준표 - 그렇습니다.
권영길 - 무상급식을 그대로 실시하겠다?
홍준표 - 그렇습니다.
권영길 - 무상급식 전면 확대에 대해서 동의하십니까?
홍준표 - 그 무상급식 부분은 이미 합의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건 해줘야 됩니다.”

홍 지사는 도지사 취임식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어렵다고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은 줄여서는 안 됩니다. 무상급식이나 노인 틀니 사업 같은 복지예산이 삭감되는 일이 없도록 재정건전화 특별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습니다.” ‘국민의 뜻’까지 운운하면서 무상급식이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라더니 갑작스럽게 태도가 돌변한 이유에 대한 홍 지사 답변이 또 걸작이다. “2012년도 취임사 할 때는 김두관 도정의, 말하자면 무상급식 정책을 하고 있는 도정을 인수받아 1년 6개월 불가피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 6월 도지사 선거할 때는 무상급식 공약한 일이 없다.” 김두관 도정을 이어받아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는 얘기다. 더욱이 2012년 선거에서 이기고 도지사에 취임하면서 무상급식을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라고 발언한 건 김두관 도정을 이어받아 불가피하게 내뱉은 말로 볼 수가 없다.

자기 정치에 무상급식 중단 이슈를 팔아치웠다는 지우기 힘든 의심

필자는 소위 진보좌파라는 이들이 보편적 무상급식론자들에 대해 ‘아이들 밥 한끼’도 아까워하는 몰인정하고 이기적인 사람들로 매도하는 것에 분노한다. 그런 선동으로 남을 향해 인간성, 진정성 운운하며 쉽게 잣대를 들이대는 작자들이야말로 인간성을 상실한 짓거리에 쉽게 눈을 감는다. 우리 아이들 밥 한끼 먹이는 게 그리 중한데 북쪽 같은 민족의 우리 아이들을 굶기고 있는 독재자에 대해선 어째서 그토록 관대한가. 홍준표를 향한 분노 10분의 1이라도 보여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럼에도 필자는 홍 지사를 좋게만 바라볼 수가 없다. 정치 싸움이 아닌 정말로 진지한 사회적 토론이 필요한 무상급식과 복지 이슈를 가지고 자기 정치에 활용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복지 이슈를 정치 장사에 이용하다보면 정치에 휘말린 복지는 사회적 공감대를 끌어내기 더 어렵게 된다. 홍 지사는 “정책 논쟁을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끌고 간다”고 했지만, 정책 논쟁을 산으로 끌고 간 건 본인이다.

무상급식 논쟁의 주인공이 된 탓인지 최근 여론조사에서 홍 지사의 지지율이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홍 지사 본인의 지지율은 올랐는지 몰라도 무상급식 복지 논쟁에서 무상급식을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이들의 논리에 더 힘이 실리진 못했다. 오히려 너무나 속이 훤히 비치는 홍 지사의 ‘한탕’ 장사에 가난한 아이들에게만 급식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마저 복지 문제를 가지고 진영싸움이나 하고 있는 걸로 비칠까 걱정스럽다. 홍 지사까지 나서서 그러지 않아도 복지에 대한 우리 국민의 무감각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모두 국민이 납부하는 세금에서 나오는 것인데도 공짜 의식이 만연하고 혜택이 조금만 줄어도 내 것을 빼앗긴 것처럼 악악댄다. 국가의 복지제도는 당연한 것이지만 국민 개개인이 뻔뻔해지고 무감각해지면 나라의 앞날은 뻔하다.

감성논리가 지배하는 복지정책만큼 정치놀음의 복지정책도 위험하다

아무리 좋은 말과 행동이라도 주체자가 표리부동하거나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사기 어렵다. 홍 지사 본인이 내뱉은 말도 그렇고, 지금까지 계속돼 온 경남도의 급식비 지원을 끊기 위해 온갖 구실을 가져다가 정당화하는 모습도 보기 민망하다. 그러고도 “본래 무상급식 공약이 교육감 공약이 아니던가요? 그럼 자기 공약 지키려면 예산을 어디서 끌어오든지 자기 역량으로 끌어와야지 그걸 왜 내 책임으로 돌립니까, 나는 무상급식 공약한 바 없습니다”라며 할 말 다 했다는 태도는 너무 뻔뻔한 것 아닌가. 예산 지원이 정말로 어렵게 됐다면, 또 좌파의 무상급식 포퓰리즘을 깨려는 주관이 진작부터 확고했다면 이런 방식으로 나타나진 않았을 것이다. 이건 선별 지지자냐 보편 지지자냐를 떠나 절차의 문제고 도민에 대한 예의 문제다.

더욱이 홍 지사는 아이들 밥 한끼를 가지고 정치놀음 한다는 좌파의 선동에 힘만 실어준 꼴이다. 당장 지지율엔 득이 됐는지 몰라도 멀리 볼 때 이런 식의 정치는 홍 지사 본인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무상급식 논쟁은 우리나라 모든 복지논쟁의 대표 케이스가 돼 버렸다. 그만큼 그 논쟁에서 나오는 논리와 문제들이 나머지 복지 이슈에 끼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아이들 밥 한끼’란 선동적 용어로 무상급식 논쟁의 본질을 가리는 좌파의 허무맹랑한 논리를 깨기 위해서라도 홍 지사처럼 복지를 자기 지지율 올리는 데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산다거나 하는 일이 있어선 곤란하다. 냉철한 판단과 분석이 필요한 복지정책을 감성논리가 지배하는 것만큼 재미 좀 보려는 정치인의 정치놀음이 개입되는 것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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