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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보좌관이 된 국회의원들, ‘꼴값’의 향연

실망스러운 박근혜 대통령과 정무특보 의원들, 대한민국의 격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나


박근혜 대통령이 끝내 정무특보단 임명을 강행했다. 일부 극소수 친박을 제외하곤 대다수가 반대한 일이었다. 대통령은 만족할지 몰라도 명분으로도 실리로도 그 어떤 이득도 없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이제 대화 좀 할까 싶은 당과 청와대의 거리를 더 벌리고 그 사이 두껍고 커다란 병풍을 하나 더 친 꼴이 됐다. 소통에 있어 직접 대화가 최선이라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도 굳이 친박 ‘통역사’를 중간에 두겠다는 건 대화의 의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일이다. 내각의 3분의 1을 친박 의원들로 채운 것도 모자라 친박 특보단까지 둘러친 박 대통령을 향해 “청와대가 정부 안에 새로운 당을 또 하나 만들겠다는 것”이라는 이재오 의원의 항의가 틀리지 않다. 30% 대까지 위협받던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오르니 자신감이 차올라서인지는 몰라도 여당과 야당, 국민과 소통하라는 뜻을 이런 식으로 가볍게 무시하는 처사는 대단히 실망스럽다. 정무특보 신설 배경이 무엇이었는지를 돌이켜보면 더욱 기가 찬 일이다.

원칙주의자라는 박근혜 대통령이 원칙 무시하는 그 대단한 오만함

박근혜 대통령에게 늘 따라붙는 말은 원칙의 대통령이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선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대통령의 개인 보좌관으로 밑에 두는 게 원칙 있는 태도인가.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고 대통령의 보좌관이 된 것을 기꺼워하는 국회의원들이 이렇게 뻔뻔하게 당당한 나라, 이게 정상인가. 세계 어느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이런 코미디와 같은 일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삼권분립, 행정부 견제와 같은 헌법정신을 말하는 걸 싸구려 농담처럼 만들어버리고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국민의 선택을 이런 식으로 짓뭉개는 대통령과 정무특보단 친박 의원들의 안하무인 행태는 오만함이 하늘을 찌른다. 야당의 일부 당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현역 국회의원을 대통령 정무특보에 임명한 것은 헌법이 보장한 3권분립과 선거권, 참정권, 국민주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라는 결정을 구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을 생각한다면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이 표를 주어 선출된 헌법기관을 자신의 보좌관으로 임명하는 독선을 이렇게까지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심지어 여당 지도부가 하지 말아달라는 간절한 요청에도 끝까지 밀어붙이는 태도를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헌법정신도 무시하고 국회도 무시하고 무엇보다 국민을 깔보는 듯한 대통령의 일방통행은 과연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태도인가. 박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역경을 이기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우리 국민의 노고를 치하했다. 대통령은 지금 자신의 행위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것인지 민주주의를 훼손시키는 것인지조차 헷갈리고 있는 건 아닌가. ‘지하경제 양성화’와 ‘지하경제 활성화’를 헷갈리더니 민주주의 발전과 훼손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대통령이 자신이 하는 언행의 의미를 모른다는 건 무능하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기꺼이 대통령의 보좌관이 된 국회의원들, 총선불출마 선언으로 진정성을 보여라

박근혜 대통령의 특별보좌관 윤상현 의원 등은 현역 의원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언론과 여야의 숱한 지적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입법기관으로서 행정부를 견제하겠다고 국민에게 표를 달라 해놓고 수치를 모르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그렇게 욕을 먹고도 대통령의 보좌관을 고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성공을 돕겠다는 충성심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의미일 것이고, 자신의 역할이 궁극적으로 국민과 국가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모두가 비판하는 그 직을 넙죽 받아들었을 리 없다. 그렇다면 친박 정무특보 의원들은 국민이 헷갈리지 않도록 태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정무특보를 지내는 것이 다음 총선 공천에서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세간의 의심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고작해야 10개월만 대통령 특보하려는 게 아니라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통해 국민에게 진심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을 위한다는 명분을 이용해 다음 총선 자기 손익계산이나 한 게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라는 것이다. 공천을 따내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영혼 없는 자들이 이 나라의 국회의원이고 대통령의 특별한 보좌관이라면 그건 모두의 비극일 것이다. ‘공천에나 연연하는 주제에 야당을 향해 애국심 운운하는 사람들’이란 손가락질을 받지 않으려면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그런 정도의 각오도 없이 정무 특보를 그냥 잠시 거치는 자리로 여겨서야 되겠나. 대통령의 소통 메신저로서 역할을 하고 성과를 내려면 ‘자기’를 버려야 한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 헌법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할 국회의원이 처음부터 가지 말아야 할 자리에 갔으면 그 정도의 희생과 각오는 돼 있어야 한다. 윤상현 의원을 비롯해 정무 특보단은 대통령과 자신들이 빚은 지금의 블랙코미디와 같은 상황에 웃지도 울지도 못한 채 기막혀 하는 국민의 의구심을 풀어줘야 할 책임이 있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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