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 보도와 관련해 물의를 빚고 있는 YTN을 보면서 필자는 조준희 사장 내정자에게 궁금한 것이 있다. 이적물일 가능성이 높은 서적들을 소지한 친북·종북 성향 반미주의자의 테러를 조사하는 경찰더러 국보법 수사는 ‘과잉수사’라고 비판하는 YTN 기자를 본 소감이 어떤지 말이다. 도둑놈을 잡았는데 수사하다보니 강간범일수도 있는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하겠다는데 “도둑질만 수사해야지 강간혐의를 수사하는 건 과잉수사다”라고 주장하는 꼴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게 필자의 소감이다. 조준희 내정자는 어떤가. 친한파 미국 대사에 흉기를 휘두른 김기종의 범행동기가 애국심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는 YTN 앵커를 본 소감은 또 어떤가.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여기는지, 포용심이 넓고 깊어 보이는 조 내정자의 소감이 정말로 무척 궁금하다.
조 내정자가 필자와 같은 대한민국 보통의 상식인이라면 이런 보도가 정상이라고 보진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김기종의 행위가 소위 진보진영과 야당에 불똥이라도 튈까 미리부터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압박하는 YTN의 이런 식의 보도가 공정한 보도라고 여기진 않으리라 믿고 싶다. 설마 조 내정자가 이런 보도가 왜 문제인지 의식조차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필자는 다음 사장에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이 내정된 후 불과 일주일도 되기 전에 YTN이 이런 방송 사고를 계속 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한다. 보도국 내부에서부터 질서가 무너졌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YTN 노조가 며칠 뒤 퇴임할 배석규 사장과 배 사장이 임명한 보도국 임원들의 지침을 무시한다는 하나의 징후이자 노조가 이제는 YTN이 자신들 세상이 됐음을 선언한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얼마나 부적격 인사인지 언론 통해 자랑한 조준희 내정자
조준희 사장 내정자는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반복해서 강조했다. “좋은 경영 위에 좋은 방송이 있다. YTN 경영을 잘해 좋은 방송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언론 문외한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경영자의 역할은 오케스트라 지휘자”라며 “경영자가 혼자 모든 일을 다하는 것이 아니며 방송 전문가들과 서로 지혜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낙하산 사장 반대 한다고 투쟁하다 해고된 기자들에 관한 질문엔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취임 뒤 전체의 지혜를 모아 조금씩 풀겠다”고 답했다. 언론사 경영만 잘하면 좋은 방송이 만들어진다는 명제는 정말 맞는 것일까. 경영자의 역할은 오케스트라 지휘자라는 말은 YTN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낙하산 사장 반대하다고 위법을 저질러 해고된 소위 해직자들을 조준희 내정자가 구제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정말 있는 것일까. 안 된 말이지만 모두 완벽히 틀린 답이다. 조 내정자의 답변은 YTN에 대해 공부가 전혀 안 된, 자신이 YTN에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지를 증명해 보였을 뿐이다.
언론사라는 특수성을 가진 YTN은 경영만 잘 한다고 해서 좋은 방송이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YTN이 지금 적자 때문에 좋은 방송을 못하고 있나. YTN이 작년 적자를 내서 지금 기자들과 앵커들이 저따위 방송을 하고 있다는 얘긴가. 아니면 그런 보도가 좋은 방송이라는 건가. 조 내정자는 경영자의 역할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이며 혼자 모든 일을 다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 전문가들과 지혜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 비유도 대단히 부적절하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음악과 악기 그리고 단원들의 실력을 모두 꿰고 있는 전문가 중의 전문가다. 연주할 곡이 어떤 곡인지 어떤 대목에서 어떤 악기로 어떻게 연주할 것인지 지휘자의 머릿속엔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정명훈 서울시향 감독이 음악을 모르고 악기도 모르고 연주자들을 모른다는 말이 성립이 가능한가.
조준희 내정자는 방송전문가들과 지혜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누구와 어떤 문제들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라 YTN이 어떤 문제들을 안고 있고 어떻게 풀어야겠다는 막연하게나마 비전이라도 갖고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는 어떤 문제도 풀기 어려운 게 현재 대한민국 방송사의 공통된 문제다. 조 내정자는 YTN 해직자 질문을 받고 이후라도 노조가 어떤 집단인지 해직자들은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이유로 해고됐는지,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알아봤나. ‘오케스트라 지휘자’라는 비유를 YTN에 적용한다는 게 얼마나 한가하고 무지한 이야기인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조 내정자는 YTN 해직자 문제를 찬찬히 풀어가겠다고 했지만 그것도 풀고 자시고 할 문제가 아니라 이미 다 끝난 문제다. 해고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 무시하고 뭘 풀겠다는 얘긴가.
언론노조와 방송 문외한인 조준희 내정자가 총선과 대선 지휘자 역할 할 수 있나
조준희 내정자를 내심 반기는 YTN 노조가 사장 취임 후 첫 출근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이 노조의 자랑스러운 역사라더니 역대 볼 수 없는 황당한 낙하산 사장을 반기는 노조의 천박한 이중성이라면 깜짝 환영식이라도 열어줄지 모른다. 아니면 짐짓 낙하산 사장 반대, 밀실 인사 반대한답시고 남의 눈을 의식해 출근저지와 같은 영혼 없는 퍼포먼스를 할 수도 있다. 젊은 사원들의 모임에서 밝힌 것처럼 간부들을 비난하고 자기들 소망과 욕망을 담은 보고서를 쳐들고 조 내정자의 약속을 받아내겠다며 몰래 거래를 시도할 수도 있다. 정권마다 실세 사장을 모시려 했던 교활한 정치노조가 야합을 시도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조준희 내정자다. 솔직히 말해 경영능력이란 것도 의문스럽지만 YTN에 대한 공부가 전혀 안된 문외한이 이런 정치노조의 뱀 혓바닥 같은 주장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노조와 야합하는 순간부터 자신이 꼭두각시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는 점도 아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경영만 잘한다면 만사오케이라는 식의 안이한 생각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자기 색을 내겠다고 무모한 일을 벌인다면 그동안 YTN 정상화를 애써 왔던 모든 이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조 내정자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한계와 무지를 인정하고 인사를 거절해야 한다. 그게 싫다면 취임 전 노조 문제를 포함해 YTN을 어떻게 이끌지에 대해 분명히 밝혀야 한다. 조 내정자는 임기 중 총선과 대선 방송을 지휘해야 한다. 보도를 이용해 야당 선수로 뛸 가능성이 농후한 노조를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 취임 전에 구체적으로 분명히 밝혀야 한다. 조 내정자에 대한 언론 비판은 그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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