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장에 언론전문성이 전혀 없는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이 내정되면서 박근혜 정부 들어 최악의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공기업이 대주주인 만큼 YTN 사장 선임에 정부의 입김이 미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로, 이번 인사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언론정책과 언론관에 심각한 문제가 노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조 전 은행장이 언론경력이 없다는 점에서 기존 좌파정권 하에 있었던 잘못된 인사를 능가한다는 분석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방송에 문외한이었던 정연주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을 KBS 사장으로 전격 선임했을 때 불거졌던 낙하산 논란도 이번 인사에 비하면 양반이라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그래도 당시 인사는 언론이라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는 있었지만 이번 인사는 그나마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조 전 은행장은 1980년 기업은행에 입사한 이래 △도쿄지점 지점장과 △경인지역본부장, △종합금융본부 부행장, △개인고객본부장, △전무이사 및 수석부행장, △기업은행 은행장(2008년 10월~2010년 12월)을 지냈다. 사회적 이력으로는 △한국개인정보보호협의회 부회장(2010년 12월~2013년 12월),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마케팅 부문 비상임 특별위원을 역임했다.
평생을 다른 곳은 쳐다보지 않고 ‘은행인’의 한 우물만 파왔던 인물로, YTN 이사회가 언론지형의 변화에 따른 위기를 타파해나갈 YTN 수장으로 언론에 무지한 비전문가를 덜컥 임명하고 만 것이다.
YTN 이사회의 ‘경영안정화’ 논리는 엉터리, 방송가는 이번 인사로 충격 “이 정부 인사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이 같은 인사에 언론계는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방송계의 한 인사는 “말이 안 되는 황당한 인사다. 이 정부에서 어이없는 인사가 많아 설마 했지만 정말 이정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YTN 측은 경영위기에 따른 정상적 인사라는 입장이다.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폴리뷰 측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사회가 조준희 전 행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한 이유는 YTN이 보도매체이기 때문에 건실한 보도를 하기 위해서는 경영안정화가 더 우선이라는 의견에 주주들이 공감한 것으로 안다”며 “그게 단독 후보 추천을 한 가장 큰 이유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YTN 이사회가 첫 순위로 꼽았던 경영안정화 논리는 대단히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YTN이 최근 수년 동안 적자를 낸 것은 작년 한 해에 불과했고, 이 역시 사옥의 성공적인 매각으로 전체 흑자로 돌렸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은행인 출신을 경영능력이 검증된 인사로 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수도권 소재 대학 경제학과에 재직 중인 A교수는 폴리뷰와의 전화 통화에서 “은행경영과 일반 기업의 경영은 좀 다르다. 은행은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하는 곳이고 일반 기업은 리스크 테이킹을 하는 곳으로, 은행경영능력이란 일반적인 경영능력과는 거리가 있다”라며 “은행경영은 보신주의로 어지간하면 80%는 경영을 잘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은행경영을 잘 했다는 건 별다른 크레딧(신용)이 없다. 은행장 출신 인사가 금융권으로 갔다면 모를까 일반 기업으로 갔다면 그건 좀 아니다. 만일 경계를 넘어서 다른 산업이나 분야로 갔다면 그건 경영능력이 아니라 다른 능력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은행장 출신이 언론사 사장으로 갔다는 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차라리 정치인 출신 인사가 간다면 외압에 견디기라도 할 테지만 은행장 출신이 언론사 사장이라니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YTN노조 최악의 낙하산 투하에도 “최악은 피했다”며 안도 ‘민낯’ 드러나
또 다른 방송계 인사는 “언론사 사장으로 경영능력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KBS, MBC 사장도 은행장 출신을 앉히면 되는 것 아니냐”며 냉소하면서 “권력이 찍어 내린 인사로는 진짜 언론의 위기는 극복할 수 없다. 노조의 억지 주장에 맞서 싸우기보다 대충 야합해 갈 확률이 매우 크다. 지금까지 언론정화를 위해 애썼던 모든 사람들의 노력을 헛되게 만든 인사”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역대 언론사 사장 인사 중 최악으로 평가할 만큼 비전문가가 낙하산으로 YTN에 투하됐지만 누구보다 가장 반대에 나서야 할 노조는 정작 반색하는 눈치다. YTN 노조는 일부 매체를 통해 “최악의 인사는 피했다”며 ‘앞으로 지켜보겠다’고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시민단체의 한 인사는 “그동안 노조가 YTN 투쟁 명분으로 낙하산 사장 반대를 내세웠는데 역대 최악의 낙하산인데 오히려 환영하는 듯한 모습에서 YTN 노조의 적나라한 민낯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박근혜 정부의 언론·방송 정책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로 여겨졌던 YTN 사장에 납득할 수 없는 인사가 내정됨에 따라 향후 있을 공영방송사 각종 인사 역시 불확실성으로 빠져들고 있다.
시민단체 인사는 “정부가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방송사 좌익 언론노조 때문인데 YTN 이사회가 사장을 비전문가일 뿐 아니라 언론노조를 전혀 모르는 인물로 낙하산으로 내려 보낸 게 아니냐”며 “YTN이 과거 노조가 극렬하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게 아닌가 싶어 상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한명 기자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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