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기타


배너

[기자칼럼]이명박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읽어는 보셨나요?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에 대한 ‘과도한 때리기’는 옳은 걸까?


지난 2일 출간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쪽은 재임 기간 동안 북한 인권을 포함한 원칙적인 대북관계, 한미관계 복원, 경제에 힘쓴 공을 높이 치는 등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다른 한 쪽은 자원외교, 4대강 사업 등의 성과에 대해 부풀리고 겸손과 배려, 반성 없는 자화자찬식의 회고록이라는 혹평을 쏟아놓고 있죠.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을 말하자면 조금 아쉬운 면은 있습니다. ‘회고록’이란 지나간 일을 돌이켜 보고 적은 기록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잘한 일과 더불어 반성이란 측면이 조금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어서예요. 반성이란 게 꼭 객관적으로 잘못한 것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면서 실수와 오판을 하게 마련이고 과거를 돌이킬 땐 보통 그에 대한 후회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 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서이지요.

‘자화자찬 회고록’ MB는 억울하다

결과적으로 회고록은 이 전 대통령이 스스로를 좀 더 객관화하고 인간적 갈등이나 고뇌와 같은 부분을 많이 담았으면 더 좋을 뻔했다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과 네티즌의 비난처럼 “자화자찬” 일색이라고 비판만 받을 책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난 정권 국정운영에 관한 자세한 내막을 풀어놓은 이 책은 이 전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성과는 성과대로 미진한 부분은 그대로 후임 대통령이 참고할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이 전 대통령 회고록을 노벨상까지 수상한 윈스턴 처칠의 회고록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백범 김구 선생 등 세계적 인물들의 회고록과 비유해 비난하는 건 지나치다고 봅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적어도 제가 읽어본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의 회고록과 자서전도 탄생부터 집권과 업적까지 자신의 입장에서 일정 부분 미화하지 않은 책은 없거든요. ‘자화자찬 회고록’이란 비난은 혼자 받는 것처럼 느껴질 이 전 대통령 입장에선 분명 억울한 일입니다.

특히 인터넷과 SNS 등에 근거 없는 비판과 억측이 일방적으로 유통되는 건 문제가 많습니다. 많은 비판 글들이 회고록을 읽지 않고 무조건적인 ‘반감’에서 나온 것이거나 일방적인 저주를 퍼붓는 내용이기에 그렇습니다. “읽지 않았다. 더 정확히는 읽을 생각이 전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에 대해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피에르 바야르가 글에 썼듯, 읽지 않은 책도 우리에게 이런 저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한 네티즌의 네이버 블로그글)”

위와 같은 네티즌 글이 포털 사이트 검색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심각한 현상입니다. 읽어보지도 않고 무조건적인 비난을 퍼붓는 건 감정의 배설일 뿐 정당한 비판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읽지도 않았고, 앞으로 읽어볼 생각도 없지만 무조건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하겠다는 게 과연 정상적인 비판일까요? 그리고 그런 글들을 포털이 검색 상단에 배치하는 건 상식적인 걸까요?

여론에 휘둘리지 않으려 노력했던 쇠고기 협상

이 전 대통령 회고록에 담긴 여러 내용 가운데 주로 방송사 언론노조와 미디어비평 기사를 많이 쓰는 기자의 눈에 들어온 건 아무래도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다룬 부분입니다.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걷잡을 수 없이 번졌던 촛불시위 사태에 대한 분석과 나름의 소감을 담은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또 당시 MBC 등 공영방송사가 전임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한 경영진과 노조가 좌지우지 하고 있는 등 광우병 괴담이 확산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언론과 정치적 환경을 언급하고 고충을 털어놓은 부분도 인상적이었고요.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통령이 대북정책에 원칙적 태도를 보여준 것만큼 쇠고기 협상에서도 어려운 상황에서 국익을 지키려고 애썼다는 점만큼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광우병 괴담이 확산되고 불붙은 시위에는 어린 학생들이 참가할 만큼 잘못된 정보로 인해 국민들의 분노와 불안 심리가 한계점에 도달했지만 여론에 휘둘리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겁니다. 만일 이 전 대통령이 분노한 여론이 무서워 미국과의 협상을 파기하고 야당과 좌파단체들이 주장하는 재협상, 재재협상을 했다면 대외신인도에 큰 상처를 남겼을 건 당연한 이야기 아닐까요?

‘대통령의 시간’에 담긴 쇠고기 수입 협상의 진실과 MB의 진심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이면합의를 해주었는지 아닌지 회고록과 당시 관계자들의 증언은 엇갈리지만 노 전 대통령도 쇠고기 협상에서 미국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했던 건 사실입니다. 회고록에 이 전 대통령이 담은 내용이기도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1월 한미FTA에 앞서 30개월령 미만 뼈 없는 살코기 수입 재개를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노 정부의 농림부는 통상 국제 거래에 적용되는 원칙에 위배되게 전수조사에서 단지 한 상자에서 뼛조각 한 개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전량을 반송합니다.

국제관례를 무시하고 불합격품만이 아닌 전량을 반송하니 미국 입장에선 사실상의 수임금지 조치 아니냐고 반발합니다. 미국 바이런 도건 상원 의원은 “현대 자동차 수입물량 70만대를 전수조사해 한 대라도 문제가 있으면 전량 한국으로 반송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보커스 상원의원도 “쇠고기 교역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한·미FTA를 의회에서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는 이런 내용의 당시 협상 과정이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그 상황을 지켜보며 나는 2000년에 벌어진 마늘 파동을 떠올렸다. 중국산 마늘이 대거 수입되면서 국내산 마늘값이 폭락하자 정부는 여론 무마용으로 긴급관세를 부과했다. 그러자 중국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의 휴대전화 수입을 차단했다. 1,500만 달러 규모의 마늘 수입을 막으려다 5억 달러 규모의 휴대전화를 수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그 문제는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상황은 다르지만 뼛조각 사태도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었다.”고 회상합니다.

이 전 대통령은 노 정부로부터 떠넘겨 받은 쇠고기 협상을 진행하면서 지지율 추락에도 미국과 추가협상 선에서 마무리 짓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심경을 이렇게 밝힙니다. “재협상이라는 용어를 쓰자는 참모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터무니없는 괴담에서 시작된 ‘광우병 정국’으로 새 정부는 출발부터......만일 내가 정치적 이해를 따졌다면 이런 논란 자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국익이 손상되더라도 ‘재협상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협상을 파기해버리면 될 일이었다. 그러면 광우병 집회도 끝나고 정치적 타격도 훨씬 적었을지 모른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6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이 원하지 않는 한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일이 결코 없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정부의 확고한 보장도 확실히 받아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미국과의 재협상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가 이익을 지키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엄청난 후유증이 있을 것을 뻔히 알면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밝힙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밝히고 그에 대한 소감을 담고 ‘내부로부터의 도전 광우병 사태’라는 소제목을 붙입니다. 방송에 의한 잘못된 정보 확산, 반대세력의 정권불복심리 등이 합쳐 일으킨 광우병 사태는 분명 이명박 정부로서는 거대한 도전을 받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MB회고록 까기’ 제대로 읽고 하자

‘대통령의 시간’에 담긴 이 전 대통령의 회고는 일부 과장과 미화가 분명 있을 수 있을 겁니다. 또 업적은 크게, 실수는 작게 해 지나치게 자신에게 관대하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겠죠. 하필이면 왜 지금이냐는 지적이나 세종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추측도 부적절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전 대통령이 임기 동안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이었고, 국익을 위해 과감한 대한민국 세일즈에 나섰던 인물이라는 겁니다. 대북정책 등 국정운영에 있어서도 원칙을 지키려 노력했다는 점도 평가해줄 만합니다. ‘읽지도 않고 까고 보겠다’는 심보는 잠시 접어두고 전직 대통령 회고록에 대한 일방적 비판이 아니라 제대로 읽기가 필요한 게 아닐까요?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