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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살린 윤경은 사장의 ‘무모한 싸움’

‘악성 종양’ 제거한 현대증권, 비상할 일만 남았다


법원이 현대증권 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낸 민경윤씨의 모든 혐의를 인정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민씨는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받았다. 누군가의 말대로 사필귀정이다. 법원은 현대증권이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돼 회사가 망가질 것이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현대증권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저해한 것은 명백한 업무방해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업무방해는 실제 결과가 아니라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도 성립된다”고 했다. 검찰이 ‘허위사실 유포의 진원지는 민경윤 자신’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법원은 회사의 뿌리부터 흔들었던 민씨의 행위를 악질 범죄로 본 것이다. 윤경은 사장이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영입됐다거나, 윤 사장이 이전 회사에서 회사기밀을 유출하고 현대증권이 부당한 자문료를 지급했다는 주장도 허위임을 법원은 분명히 지적했다. 윤 사장에 대한 명예훼손과 모욕은 너무나 명백해 말할 것도 없다.

민경윤씨는 현대증권 노조상근자로 근15년, 그 중 10년을 노조위원장으로 지내는 동안 증권가에선 유명인사였다. 일반 직원들뿐 아니라 임원들까지 벌벌 떨게 할 정도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며 ‘민경윤 리스크’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붙을 정도로 도약하려는 회사의 발목을 번번이 잡아채 악성 종양처럼 여겨져 왔다. 회사 뿐 아니라 그는 임직원에게도 두려움 자체였다. “그 누구도 민경윤의 민자도 꺼내지 못했다”는 게 조합원들의 증언이다. 공포정치를 통해 모두를 자신 앞에 무릎 꿇게 했던 민씨를 임직원들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로 여겼는지는 언론이 수차례 보도한 바 있다. 회사에 군림했던 민씨는 더 나아가 현대증권 뿐 아니라 현대그룹 전체를 끌어들여 제 마음대로 휘둘러댔다. 근로자의 이익과 권리 보호, 견제를 넘어 경영간섭, 현대그룹 전체를 손에 쥐락펴락하기에 이르렀다. 현대그룹 계열사 간 비리 공개니 황모씨가 현대그룹의 실세니 하는 따위의 허위사실도 아무렇지 않게 유포하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현대증권 노사문제에 관한 언론의 책임

이 대목에서 궁금한 것이 있다. 필자와 우리 기자들이 현대증권 노동조합에서 벌어졌던 한 독재자의 이러한 권력 전횡 문제를 알기 전까지 언론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포털을 검색해보면 현대증권이라는 기업에 대해 언론이 무관심한 것도 아니었다. 민씨가 폭로했던 여러 이슈들을 기사화했고, 노조위원장 선거나 행사 등에 대해서도 꾸준히 보도가 나왔다. 경제지를 비롯해 중앙일간지 인터넷 언론 등 다양한 매체들이 현대증권과 현대그룹에 관해 자세히 보도해왔다. 그래서 이상한 것이다. 어떻게 대기업 노동조합 내부에서 벌어졌던 권력 전횡의 문제나 비정상적인 연임 문제, 호화찬란했던 노동문화제, 민씨가 조합원들의 조합비로 자기 정치를 해온 문제 등에 대해선 특별한 문제의식이 없었느냐는 것이다. 기업의 부패와 비리는 주목하면서 노동조합 내부의 모순은 외면하는 것은 제대로 된 감시가 아니다. 현대증권이 화려했던 과거에서 오늘의 위상 추락에 이르게 된 데에 민경윤이라는 부조리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본다.

어려운 싸움 시작해 승리한 윤경은 사장의 용기

현대증권이 그나마 뒤늦게 내부 종양을 도려내고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건 윤경은 사장의 뚝심 경영 덕분이다. 노조위원장의 횡포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던 전임 사장들과 달리 기업 견제를 넘어 기업이 망하도록 저주의 굿판을 벌이는 잘못된 노조, 노조위원장과는 전쟁을 선포할 수 있는 용기와 대담성을 갖춘 CEO이기 때문이다. 노조와 전면전을 벌이는 이런 싸움은 사실 CEO에게는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다. 되도록 피하고 싶은 일이다. 안 그래도 기업은 강자이자 악이자 갑이고 노조는 약자이자 선이자 을이라는 이상한 고정관념이 있는 사회에서 자칫하면 약자를 탄압하는 강자라는 이미지를 독박 쓰고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 노사관계가 잘못 가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방관하는 CEO야말로 기업으로나 노조에게나 최악일 수밖에 없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그들 전체에게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윤 사장이 피해를 각오하고 싸움에 나서 승리한 것은 국가적으로도 좋은 모범사례라고 생각한다. 이제 현대그룹을 벌벌 떨게 했던 독재자는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윤경은 사장 체제의 현대증권은 앞으로 비상할 날만 남았다. 현대증권은 모쪼록 좋은 기회를 제대로 살려 기업 뿐 아니라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제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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