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MBC공대위가 뭘 잘 모르는 것 같다. MBC가 정권의 품에 있다면, 청와대와 새누리당 기관지가 됐다면 현재 <뉴스데스크>의 보도 수준이 현재와 같을 순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찌라시 같은 얘기들로 나라가 흔들리는 건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호통을 쳤을 때 MBC는 바로 찌라시로 나라를 흔들고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한 쪽을 후려쳤어야 했다. 누군가 “보고서의 내용 60%는 사실”이라고 했을 때, MBC는 그 주장이 왜 틀렸는지, 그 문건이 어떻게 작성될 수 있었는지 집요하게 캤어야 했다. 그런데 MBC가 어디 그랬던가? 사건의 추이와 검찰조사에 드러나는 줄거리를 따라갔을 뿐이다. 야당과 좌파 측이 볼 땐 불만스럽겠지만 그렇다고 MBC가 청와대를 도운 것도 없다. MBC가 정말로 정권의 품에 있었다면, 기관지였다면 적어도 노무현 정부 때처럼 정권보다 앞서 야당(당시 한나라당)을 후려갈기는(?) 뜨거운 맛을 보여줬어야 했다. 미디어오늘이 언론노조를 서포트하는 것처럼 ‘기관지다운’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라는 이름을 붙일 때 본인들은 사뭇 비장했겠지만 국민 다수의 생각도 과연 그럴까? 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그렇지 않다는 건 이미 2년 전 김재철 사장 시절에 확인됐다. 노조가 장장 170일 동안 별별 행태로 파업을 벌이는 동안 그 과정에서 야당이 가세하고, 민언련 등 노조 측 단체들이 달라붙어 말 그대로 융단폭격을 퍼부었지만 민심은 시큰둥했다. 역사상 초유의 장기파업이었고 그만큼 사생결단 식이었기에 충분히 눈길을 끌만했음에도 민심은 냉랭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권과 MBC가 얼마나 악당인지 얼마나 형편없는 편파방송인지 목청이 터져라 외쳤지만 되돌아오는 메아리는 크지 않았다. 현재를 두고 “‘만나면 좋은 친구’였던 MBC가 이젠 눈도 마주치기 싫은 흉물이 됐다”고 비난하지만 안광한 사장 이전에 이들이 입에서 쏟아내던 말들은 더 험악하고 거칠었으며 잔인했다. MBC 회사를 향해서는 독기어린 저주를 퍼부었고, 정권은 더욱 몰아붙였다. 하지만 그래도 실패했다. “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달라는데 국민이 냉소를 보냈기 때문이다.
MBC공대위가 밝힌 향후 계획들은 노골적인 ‘MBC 납치 선언’
미디어오늘 기사 등에 의하면 MBC공대위가 앞으로 벌인다는 내용은 이렇다. ‘매주 화요일 정오 전국 20개 MBC 사옥 앞에서 동시다발적인 1인 시위하기’ ‘세월호 유족 등 MBC가 외면하는 이슈 주인공과 미디어전문가가 참여하는 대토론회 개최(1월)’ ‘대토론회를 통해 제시된 의견 수렴해 입법화 촉구’ ‘뉴스데스크 광고 기업 명단 공개’ ‘40~50대 중장년층 대상 교양, 문화 강좌 개설을 통한 언론문제 대중화 작업’ ‘농어촌 지역으로 파고들어 춤과 노래를 통해 MBC와 한국 언론에 대해 문제제기’ ‘2015년 청년을 위한 해직언론인 특강 개최’ ‘SNS와 홈페이지를 통해 MBC 내부 문제점 및 모니터링 결과 알리기 위한 시민참여 사업 진행’...조금만 눈치 있는 이들이라면 이런 내용들이 의미하는 바를, 핵심을 금방 알아챌 것이다. 공대위가 “MBC를 국민의 품으로”라는 구호를 내세웠지만, 실은 반대로 국민의 품안에 있는(혹은, 적어도 국민과 언론노조 측 사이 중립지대에 있는) MBC를 자신들 품으로 끌어오겠다는 고백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말이다.
늘 품안에 끼고 있던 소중한 것이 어느 순간부터 없어졌다면 그 소중한 것을 되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는 게 인지상정이다. 마찬가지로 공영방송 MBC가 품안에 없었다면 국민은 MBC를 되찾기 위해 혈안이 됐을 것이다. 뉴스와 각종 시사프로그램이 국민을 배반하고 정권의 충견노릇을 하고 있다는 분노가 있었다면 그런 분노는 심각한 ‘국민적 여론으로’ 형성돼 사회를 흔들고 일찌감치 MBC를 치고야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공대위가 MBC를 국민의 품으로 되찾겠다며 벌이겠다는 내용들을 보라.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민 속으로’가 된다. 국민이 MBC를 잃었다고 여긴다면 국민이 앞장서 MBC를 되찾기 위해 나섰을 텐데, 국민은 가만히 있고 오히려 노조와 좌파단체들이 나서서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 이슈화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이 정말로 MBC를 정권에 빼앗겼다고 여겼다면 과연 이런 모습으로, 이런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었을까? 아니라는 얘기다. 반년 이상 지긋지긋하게 이어가던 최장기 파업뿐 아니라 지금도 숱한 이슈로 한겨레와 경향 등 좌파 측 언론이 신물이 나도록 노조 문제를 기사화하고 MBC를 두들기고 알릴만큼 알렸는데도 국민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굳이 사람들이 쏟아져 나올 점심 시간대를 이용해 동시다발적으로 MBC 앞 1인 시위를 기획하고,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MBC 사측을 압박하고 강제할 수 있는 법안들을 만들어 입법화를 촉구하고, 광고 기업 명단을 공개해 여론몰이를 하고, 농어촌을 찾고, 중장년층 대상의 강좌를 열 필요가 있었던 건 그 때문이다. 극소수 지지 세력을 제외하곤 싸늘하게 식어 움직이지 않는 민심을 어떻게든 흔들어보고자 하는 초조함 때문이다. MBC를 늘 품고 있는 국민의 마음을 한 번 어지럽게 흩뜨려 놓겠다는 정략 때문이다. “MBC를 국민의 품으로!”가 얼마나 기만적인 구호인지는 이렇게 금방 탄로 날 수밖에 없다. MBC공대위 구성은 그 자체로, MBC를 국민의 품에서 빼앗겠다는 공개적인 선포에 불과하다. MBC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파괴하고 자신들 진영으로 끌고 가겠다는 노골적인 ‘MBC 납치 선언’이나 다름이 없다. 12월 23일 MBC 업무방해 2심 선고는 물론 추후 이어질 최종 심판까지 염두에 두고 법원을 압박하겠다는 얄팍한 노림수도 있을 것이다.
MBC공대위의 ‘국민 속으로’가 다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SNS를 통해 MBC 공격 여론을 확산시키겠다는 성격의 모니터 알리기는 이미 진부한 작전이 됐다. 미디어오늘과 미디어스 등의 MBC 비판 기사를 SNS를 통해 확산시켜 여론 환기 작업에 나서는 식의 작전은 과거에도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40~50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고, 농어촌을 파고들어 언론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농촌 지역에 맞게, 중장년 취향에 맞게 춤과 노래로, 마을잔치라는 형태로 꾸미더라도 ‘MBC와 박근혜 정권은 악당’이라는 요지를 전달하고 설득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판’에 어울리지도 않다. 농어촌 한 가운데 서서 “MBC는 악당이다”를 외친다? “웬 삽질?” 이 소리가 절로 나오는, 상상만 해도 생뚱맞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다만 강좌개설은 폴리뷰 취재 내용에 의하면 심각하다. 청년을 위한 해직언론인 특강을 열겠다는 건, 알고 보니 각 대학 신방과를 중심으로 해직 기자들의 강좌를 추진하겠다는 것이고,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문화교양 강좌라는 것도 기초단체 지자체가 운영하는 교양문화 시민강좌에 해고된 기자들의 강좌를 개설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단 결과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같다. MBC 해고자에게 지자체가 시민강좌를 개설토록 허가하는 건 문제가 있다.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소속의 치우친 사고와 편향적인 가치관과 정의감을 가진 기자들이 언론문제를 시민들에게 왜곡해 전달할 가능성이 빤하기 때문이다. 대학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강좌도 마찬가지다. 좌우 균형감 있는 정상적인 강좌가 아닌 MBC에 대한 증오로 점철된 편파적 내용으로 강좌가 진행될 게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만약 공대위의 이런 계획들이 계획이 아닌 실행으로 옮겨진다면 결국 피해자는 국민이다. 노조 측의 일방적인 관점과 해석으로 우리나라 언론 문제에 대한 총체적 진실이 아닌 잘못된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언론노조 측 공대위 출범에는 여러 노림수가 있겠지만 분명한 건 이거다. MBC를 국민의 품이 아닌 특정진영의 품으로 빼앗아오겠다는 의도 말이다. 그러나 정말이지 막장까지 간 노조의 총공격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완전히 실패했다는 점을 공대위도 알았으면 한다.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왜 노조와 좌파세력이 ‘MBC 탈환’에 실패했는지 깨달아야 한다. 단지 총선과 대선에서 실패해서 그런 게 아니다. 국민 다수의 공감과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대위가 원하는 것이 정말로 MBC의 독립과 방송 공공성이라면, 그렇기에 국민의 관심을 얻고자 한다면 “MBC를 국민 품으로”라는 위선적 구호부터 버리기 바란다. 진영을 떠나 MBC에 대한 솔직한 논의는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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